'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위험성 더 커진다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양정대 2025. 11. 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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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정면충돌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최상위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을 전방위로 압박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일본을 옹호하지 않은 채 중국을 배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24일 통화 사실을 전한 외신 보도에선 두 가지 주목되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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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中日 정면충돌
트럼프, 사실상 ‘日 책임론’ 뉘앙스
中 관계 따라 한미일 협력도 조절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의 정면충돌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최상위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을 전방위로 압박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일본을 옹호하지 않은 채 중국을 배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향후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위험성을 재확인시켜준 측면도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24일 통화 사실을 전한 외신 보도에선 두 가지 주목되는 대목이 있다. 하나는 시진핑이 “대만의 중국 복귀가 전후 국제 질서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한 데 대해 트럼프가 “미국은 대만 문제가 중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화답한 부분이다. 통화에선 “중미는 과거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웠”고(시진핑),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트럼프)는 얘기도 오갔다. 트럼프가 시진핑의 전후 질서 및 군국주의 비판에 공감을 표명한 건 사실상 현재의 중일 갈등 상황에 대한 ‘일본 책임론’에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통화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관련 발언의 어조를 완화하라고 조언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발언 철회를 압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은 분명히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가 통화 이후 기자들에게 “그녀(다카이치)는 매우 똑똑하고 강인하다”며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는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이라는 우회적인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트럼프와 시진핑의 이번 통화는 미중 양자관계 및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의 새로운 현실을 웅변한다. 대만 문제에 관해선 미국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지지하지는 않되 인정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특히 이 문제가 무역 휴전과 같은 미국의 이해와 엮였을 때는 동맹국의 입장을 후순위로 미룰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당국자는 미일 정상 통화와 관련해 “트럼프가 최근 체결한 미중 무역 완화 조치가 대만 문제로 흔들리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다카이치에 대한 조언이 중국을 의식한 결과임을 인정한 것이다.

중일 정면충돌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 같은 태도는 자국의 손익을 먼저 따지는 정책 기조가 언제든 동맹관계의 재조정으로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이에 기반한 한미일 협력이 미중관계의 부침에 따라 언제든 수위가 조절되거나 심지어 왜곡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카이치가 중국의 거센 반발과 압박이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대만 도발을 감행한 것을 두고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미일동맹의 틀을 넘어서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는 사후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중일 충돌로 동북아시아 전역이 상시 위험지역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내 보수진영 일부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와 반중 기치를 주장하는 건 그래서 시대착오적이다. 이는 북중러의 결속을 높임으로써 되레 긴장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더 종속되는 길일 수 있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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