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우, 분노 자극하지만 욕망을 자극하지 못한다"

노지민 기자 2025. 11. 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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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우 미디어의 습격' 펴낸 김현석 전 KBS 통합뉴스룸국장
"사실 검증의 역동성 작동 않는 탈진실 영역…대안은 있다"
"미디어는 '맥락의 총체성' 제시해야…비평은 엄격해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김현석 전 KBS 통합뉴스룸국장

12·3 내란사태는 극우적 망상이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위기를 현실로 끌어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상상이 유튜브에서 의혹으로 증폭됐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계엄군을 보냈다. 당시 대통령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음모론의 생명력은 끊기지 않았다. 미국 극우 세력과 연결된 한국의 극우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을 외치고 있다. 이들에게 부정선거가 없다는 언론의 사실 검증 보도는 진실을 덮으려는 공작이다.

사실이 무용한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대안은 있다'고 단언하는 책이 나왔다. KBS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 출신이자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저널리즘을 연구한 김현석 KBS 기자가 쓴 '극우 미디어의 습격'이다. 김현석 기자는 한국의 극우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보수 세력을 완전히 접수해 국가기관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한다. 우리 사회를 '습격'한 극우 미디어에 대항하기 위한 방안의 결론은 '사실 검증 저널리즘'을 통한 진실 추구로 향한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는 방송인 김어준이 제기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이 힘을 잃어가고, 극우세력에서 부활해 전개된 과정을 기록했다. 저널리즘이 추구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념편향성이 높은 방송사 선호도가 높다는 가설은 틀렸다는 반증을 제시했다. KBS에서 '미디어포커스'(앵커), '저널리즘토크쇼J' 등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거쳐온 그답게 엄정한 미디어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연희동에서 김현석 기자를 만났다.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극우 미디어의 습격' 표지

-책 제목이 '극우 미디어의 습격'이다. 왜 '습격'이란 표현을 썼나.

“'탈진실'이 극우 미디어 때문에,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를 두고 나온 말이다.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진영 논리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극우의 태도가 2016년 '탈진실'로 이름 붙여졌다. 극우라는 존재가 드러나면서 탈진실이 격화됐다면 우리가 잘만 하면 다시 그 사실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더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진실에서 벗어난 쪽이 미디어 생태계를 '습격'했다, '공격'했다면 그걸 막아내면 되지 않나. 사실 검증 중심의 저널리즘 영역을 강화해 상대적인 우위를 갖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내면 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극우 미디어의 습격'이 됐다.”

-책에서 '극우'에 대한 여러 정의를 소개했다. 현재 한국 극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뭐라고 보나.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이다. 한국 극우는 분노를 자극하지만 욕망을 자극하지 못한다. 우리 경제와 삶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미래 비전, 전망이 없다. 미국의 트럼프는 아무리 미워도 일자리를 가져다 주고 돈을 가져다주지 않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이런 욕망을 자극한다.

한국 극우의 경우 20대 남성들은 미국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와 비슷하지만, 나이 든 분들은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반공적인 주장을 해왔던 분들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에서 '극우와 극우 미디어가 보수 세력을 완전히 접수하고 국가기관까지 차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위험 신호가 많이 보인다. 비상계엄이 대표적이고, 국민의힘에서 '중국인 쇼핑 방지법'을 주장한 것도 '우리 것을 빼앗아간다'는 위기감을 자극한다. 실제 폭력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견제는 경제적이다. (트럼프뿐 아니라)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해 첨단 기술을 수출 못 하게 막았고 국익 중심의 정책이 있다. 한국은 비슷한 반중이지만 '중국 관광객 오지 말라'고 하면 많은 상인들은 '중국인들이 와서 많이 팔아줘야 도움이 되는데' 한다. 넷플릭스 중심의 콘텐츠 시장을 해결하는 데에도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 그런데 '반중'만 떠든다면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정적으로 분노를 자극하는 건데 실질적으로 하진 못할 것이다.”

-기성 언론이 수차례 검증 보도를 했음에도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이 극우 음모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제일 심각한 건 일반 미디어 생태계와의 '분리'다. 최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쿠팡 새벽 배송을 놓고 토론한 것이 신선했다. 토론을 복원하면 좋겠다. 이번 책 제목도 '극우 미디어의 습격'이지 않나. 자극하고 싶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맞는지, 틀렸다는 내 주장이 맞는지 한 번 토론해보자.

얼마 전에도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에 대해 '대수의 법칙'을 이야기해서 어떤 기자가 그게 어떻게 대수의 법칙이냐고 질문을 하니 뭐라고 말을 못 하면서 화만 내고 끝이더라. 대수의 법칙은 무조건 맞는 법칙, 헌법처럼 외우고 그 얘기가 틀렸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해도 듣지 않는 것이다.”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양쪽 주장을 전시하고 스피커 하나 내주는 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극우의 주장은 많은 부분이 차별적이고 혐오적이다. 그런 것에 판을 깔아주는 게 맞는지 고민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지상파는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나머지 영역에서는 충분히 활발하게 얘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현석 전 KBS 통합뉴스룸국장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해 김어준씨가 주장했던 'K값'이 힘을 잃어간 과정도 책에서 다뤘다.

“프로파간다 증폭 순환 회로가 돌아가는 생태계를 분석하다 보니 김어준에서 시작돼 확산된 음모론이 생산되고 소멸되는 과정은 사실 검증의 역동성이 작동하는 영역이었다. 뉴스타파가 비판, 반박하고 틀렸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실 검증의 역동성이 작동하지 않는 생태계와 사실에 대해 반박이 있고 받아들여지며 수정이 되거나 기각되는 것을 대비하고 싶었다.”

-사실검증의 역동성이 작동하지 않는 생태계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조회 수 중심 수익모델 개혁'을 주장했다. 취지를 설명해달라.

“한국을 구글이 너무 무시하고 손 놓고 있다. 유럽에선 DSA법(디지털서비스법)을 만들어 허위조작정보가 유통되는 걸 플랫폼이 막지 못하면 처벌한다. 미국에서도 부정선거를 검색하면 틀렸다는 콘텐츠부터 노출되게 한다. 한국에선 안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DSA법을 많이 반영한 것에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본다. 아쉬운 건 그러려면 정보통신망법 개정 말고 DSA법을 만들어야 한다.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 개념 규정을 한 것도 와닿지 않는다. 초안은 제출됐고 공론화를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법에 제가 제안한 조회수 중심 수익 모델 개혁도 들어가면 좋겠다. 저널리즘 인증제 등을 통해서 알고리즘에 우위를 주거나, 보상에 있어서 보통의 콘텐츠가 '1'이라면 저널리즘 인증을 받은 곳은 '1.5'를 준다거나. 정부가 어떻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위험성을 완화 시켜 자발적으로 믿을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에 대한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질 수 있나.

“큰 미디어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시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맥락의 총체성'을 제시해야 한다. (KBS 통합뉴스룸) 국장을 할 때 5분짜리 리포트를 만들었던 때가 있다. 작가도 붙여서, 리포트를 보여주고 출연자가 얘기해주고 현장도 연결하고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해보자고 해서 (시도)했다가 제가 그만둔 뒤에 다시 '1분20초'(통상적인 방송뉴스 리포트 분량)로 돌아갔다. 특히 디지털 뉴스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도 한눈에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전달돼야 한다.”

▲ 2022년 9월22일 MBC 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방송 뉴스에 관해선 '이념 불균형'(편향성)이 높을수록 선호도가 높다는 한규섭 서울대 교수 칼럼(서울신문·동아일보)이 틀렸다고 논증한 대목도 상당 부분 책에 담겼다.

“열받아서 썼다(웃음). 데이터를 쭉 보니 말도 안 된다. (선호도가 편향성에 비례하면) TV조선, 채널A가 1등을 해야 한다. YTN은 이념 불균형이 낮은 데도 3위로 계속 나왔다. 제 결론은 (선호도는) 정권에 대해 비판하고 정확하게 권력 비판하는 언론사에 대한 성원이다. 2016년 JTBC 선호도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손석희 앵커가 보여준 진정성,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치열함과 성과에 신뢰가 더해져 올라간 것이다. 2022년 MBC 역시 '바이든-날리면' 사태 때 정부 탄압에 굴하지 않고 비판한 모습에서 선호도가 높아졌다.

KBS는 박민 전 사장 오고 1년 동안 정권 친화적 방송을 해서 엄청나게 이념 편향성이 높아졌다. 채널A보다 보수적이다. 하지만 선호도도 무지막지하게 떨어졌다. 정권에 대해 우호적이고 어용 방송을 하니까 떨어진 것이다.”

-뉴스 자체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고관여층에 집중되는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각자 다 성찰을 해야 한다. 어느 것을 더 신뢰하고 인용할 것인가에 대한 치우침은 불가피하다. 치우치면서도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총체성을 보여줄 때 비중이 약간 치우칠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리면 안 된다. 더 나쁜 것은 그 치우침을 가지고 상대방을 잘못 비난하는 게 문제다. 저널리즘의 원칙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비판하면 좋겠다. 극우 세력들은 조선일보도 '좌파'라고 한다. 진보 진영이 한겨레를 '우파' '기득권 세력'이라고 하듯 편향성을 가지고 비난을 하는 것이다. 그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편향적이다.”

-'저널리즘토크쇼J'에 대해서도 편향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비평의 기준은 어때야 할까.

“(언론사들 입장에서) '원칙은 이거지만 현실이 이러니까 못했다'는 것 이해한다. 하지만 비평은 엄격해야 한다. 우리는 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어떤 문제가 있었고 더 지키려고 노력하겠다고 답해야 한다. (4·16 세월호참사나 10·29 이태원참사 때에 비해) 이제는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도, 재난의 원인을 파악해 재발을 막기 위한 보도를 많이 한다. 이게 다 미디어 비평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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