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종섭 수사 요구 거세지자 “이제 호주로 보내자”

유희곤 기자 2025. 11. 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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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특검, 공소장에 적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고(故)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에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지 사흘 후 “이제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 해병 특검은 범인도피,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7일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외국 대사로 보내겠다고 처음 언급한 것은 이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당일이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2023년 9월 12일이었다. 국방부가 그해 7월 19일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 해병 사건을 초동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은 피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야당이 탄핵을 하겠다고 해서 (이 전 장관) 본인이 사표를 쓰고 나갔는데, 적절한 시기에 대사라든지 일할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조 전 원장이 주호주 한국 대사 자리를 추천하자 윤 전 대통령은 “적절한 기회를 주자”고 했다.

약 2개월이 지난 2023년 11월 16일,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에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그해 8월 1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전 사단장 등 지휘 책임자는 수사 의뢰 대상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였다. 다음 날 민주당은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물증”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특검을 본격적으로 요구했다.

해병 특검은 이때부터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절차가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를 이행한 이 전 장관이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지시자인 자신에게까지 수사가 미칠 수밖에 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이 전 장관을 국외로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조 전 원장은 외교부 관계자에게 “이제 이종섭을 보내야겠다. 인사 프로세스를 준비하자. 기왕이면 빨리 보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호주 대사는 정년 이후에도 근무가 가능하고, 당시 호주 대사는 임기도 상당히 남아 있었으며 연말 정기 인사 대상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은 그해 12월 5일 외교부 인사담당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대사 인사를) 진행하라. 이번 주 내에라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에 상신하라. (2024년) 1월 내에 부임할 수 있도록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외국어 능력 검정 점수를 제출하지 않은 채 심사위원 서명만 받아 ‘적격’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 검증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그나마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증보고서에 적은 “(채 해병 사건 관련) 장관 책임론, 논란 가능성은 남아있는 이슈”라는 문구마저 삭제하고 “검증 결과 : 문제없음”이라는 보고서를 최종 승인했다. 결국 이 전 장관은 호주에서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아 2024년 3월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 과정도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고발장을 접수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청으로 출국금지 된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3월 5일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이를 보고받고 “출국금지 해제에 시간이 필요하니 부임 일정을 2주 정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에 제출했다.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은 다음 날인 3월 6일 이재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해제를 신청했다는 보고를 받고 “개인적인 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호주 대사로 임명해서 나가는데 출국금지를 걸어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 “풀어주면 되겠네”라며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다. 이에 이 전 본부장은 일선에 출국금지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출국금지 해제에 관한 공수처 의견을 받지도 않았을 때였다.

3월 7일, 공수처는 법무부에 “현재 수사 진행 중으로 적시 증거 확보와 소환 조사를 위해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다시 지시했고, 다음 날인 3월 8일에도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같은 의견을 밝혔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언론 상대 발언이 당일 있었던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박 전 장관 등도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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