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어가도 “읽어주면 외우겠다”…고 이순재 병상에서도 놓지 않은 연기 열정

지난 28일 방송된 MBC 특별기획 추모 다큐멘터리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서 지난해부터 투병 생활을 해온 이순재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6개월 전 다큐 촬영 당시 실명 직전이었던 이순재는 병상에 누운 채 “하고싶은 건 연기밖에 없다”며 마지막까지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올해 초 MBC는 이순재 승낙을 받아 연기 인생을 정리하는 다큐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급격한 병세 악화로 다큐 제작은 중단됐고, 헌정을 위해 제작중이던 영상은 결국 영면에 든 지 3일 만에 추모 다큐로 시청자들을 찾게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5월 이순재가 소속사 대표와 나눈 대화가 담겼다.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기댄 이순재는 “몸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건 없냐”는 소속사 이승희 대표의 말에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가 “작품은 몸 회복하시고 천천히 준비하시면 될 것 같다. 마음 편하게 잡수고 계시라”고 말하자 이순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씨는 이순재의 유작인 한국방송(KBS) 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 그가 실명 직전의 상태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씨는 “아시는 분 별로 없을텐데, (이순재의) 왼쪽 눈이 안 보이고 오른쪽 눈도 100% 다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일 가슴 아팠던 게, 안 보이시니까 저나 매니저에게 큰 소리로 읽어달라고 했다. ‘읽어주면 외우겠다’고. 그때 참 가슴이 아팠다”고 돌아봤다.
이순재는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기 몸 상태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 촬영하고 올라오니까 (눈이) 안 보여. 병원 갔더니 (왼쪽) 눈이 안 보인다 이거야.”
이날 방송에는 배우 송옥숙, 전광렬, 소유진, 오만석, 이승기, 카이, 이서진, 하지원, 정보석, 최수종, 정일우, 개그맨 정준하,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PD 등 수많은 후배의 진심 어린 인터뷰도 담겼다. 배우 백일섭은 “형 그쪽 가시거든 또 연기할 수 있는 일 있으면 많이 하지 말고 반으로만 줄이시고 몸도 생각하셔서 오현경이랑 남일우 형 다 계시니까 모여서 고스톱 치면서 행복하게 지내시라”고 말했다.
나레이션을 맡은 이서진은 흐느끼며 “선생님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번 여행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2013년과 2018년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이순재, 백일섭, 신구, 박근형 등과 함께 유럽 등지를 여행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폭격당하면 발암성 물질 줄줄”···현대전 타깃 된 ‘시한폭탄’ 데이터센터
- “춥다고 창문 살짝 열었는데” 환기 효과 더 떨어진다…대부분이 놓치는 ‘제대로 환기하는 법
- 이 대통령 “지지하되 숭배 말라…정치인 종교적 찬양 안 돼”
- “나는 불안형, 전 남친은 회피형”…SNS 연애 진단에 빠진 사람들이 놓친 것
- 만취 운전 중 신호 기다리다 도로 한복판서 ‘쿨쿨’···벌금 1300만원
- ‘외계 생명체’와 접촉은 언제쯤?···보이저 1호, 인공 물체 최초 ‘1광일’ 도달 눈앞
- 적자 충전소 떠안고 수소 생산까지…현대차, ‘자립’인가 ‘부담 확장’인가
-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스위치 밟았나···익산 원룸서 화재
- 젠슨 황, 중국 스파이 의심 여성과 연인 관계였나···미 정보당국 메모에 드러난 새로운 사실
- “우리 개가 자꾸 풀을 뜯어먹어요”…수의사가 말하는 의외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