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4개 암에 차례로 걸린 라트비아 여성, 끝내...”

김영섭 2025. 11.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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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암 아닌 원발암 기준...2종 이상 암에 걸리면 ‘다발성 원발암’, 전체 암 환자의 2~17%
항암 치료 중인 여성. 라트비아 여성이 17년간 유방암, 방광암, 후두 섬유육종, 폐암 등 네 가지 암에 차례 차례 걸려 투병하다 끝내 숨진 사례가 보고됐다. 매우 희귀한 사례다. 암 생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발성 원발암'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정 부위에 독립적으로 발생한 암을 '원발암'이라고 한다. 이 독립적인 원발암의 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져 생긴 암을 '전이암'이라고 한다.

라트비아의 한 여성이 17년 동안 유방암, 방광암, 후두 섬유육종, 폐암 등 네 가지 원발암(다발성 원발암)에 걸려 투병하다 숨진 희귀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후두 섬유육종은 후두암의 한 형태이나 일반적인 후두암(대부분 편평세포암)과는 다르다. 후두에 발생하는 매우 드문 육종에 속한다.

라트비아의 리가 스트라딘스대와 라트비아암센터 공동 연구팀은 이 '4중 원발암' 환자가 2006년 첫 유방암 진단 이후 2023년 숨질 때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Quadruple Primary Malignancies: A Rare Case Of Breast, Bladder, Lung, And Laryngeal Cancer)는 국제 학술지 《유럽 내과학 사례보고 저널(European Journal of Case Reports in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다발성 원발암(MPC)은 같은 환자에게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암이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중요한 점은 이들 암이 서로 전이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첫 번째 암에서 다른 장기로 퍼진 전이암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한 원발암이다. 두 가지 이상의 암이 거의 같은 시기에 발견될 수도 있고, 첫 번째 암 진단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 다른 암이 새로 생길 수도 있다.

이번에 보고된 라트비아 여성의 사례는 다발성 원발암의 극단적 형태로 17년에 걸쳐 네 가지 암이 순차적으로 발생한 경우다. 이 환자는 2023년 6월 55세 때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끝내 숨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51세에 위암 진단을 받았다.

국내에선 4중 원발암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두 가지 원발암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2~17% 수준에서 발견되며, 세 가지 암은 드물다. 국내 학술지에 위암·대장암·폐암을 각각 독립적으로 겪은 환자와 유방암·갑상선암·자궁경부암을 각각 독립적으로 겪은 환자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3중 원발암' 사례에 해당한다.

"방광암·폐암·유방암, 다발성 원발암에서 잦은 편…흡연·호르몬·환경·유전 복합작용"

이처럼 국내에도 다발성 원발암은 존재하지만, 네 가지 암이 독립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4중 원발암의 발생률은 전체 암 환자의 0.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유럽 암등록 자료를 보면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다발성 원발암의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광암·폐암·유방암은 다발성 원발암 사례에서 자주 보고되는 조합이다. 이 세 가지 암의 발병에는 흡연, 호르몬 요인, 환경적 노출,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발성 원발암 환자 중에는 유전적 요인을 가진 경우가 꽤 많다. 대표적인 예가 리프라우메니(Li-Fraumeni) 증후군이다. 이는 특정 유전자(TP53 유전자) 변이로 각종 장기에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희귀한 유전병이다. 이 유전병 환자에게는 유방암·육종·뇌종양·부신피질암 등이 흔히 발생한다. 라트비아 환자도 이 증후군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발성 원발암 환자의 치료는 단일 암 환자의 치료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여러 암에 대해 각각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가 필요하다.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이 커지게 마련이다. 환자가 자신의 삶의 질을 고려해 일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라트비아 사례에서도 환자는 후두절제술을 거부했다.

다발성 원발암 환자는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매우 취약하며 치명적일 수 있다. 라트비아 환자도 결국 패혈증으로 숨졌다. 다발성 원발암 환자 관리에는 외과·내과와 방사선종양학·병리학·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다학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발성 원발암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암 생존율 향상,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 등이 꼽힌다. 첫 번째 암에서 생존한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암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흡연·음주·방사선노출·화학물질 등이 다발성 원발암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정 유전자 변이는 여러 장기에 걸쳐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면역체계의 변화가 새로운 암 발생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 학계는 다발성 원발암 환자에 대한 장기 추적관찰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유전자 검사와 상담을 표준화하고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겐 조기 검진과 예방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암 생존율이 높아진 만큼, 많은 암 환자는 단일 암을 극복한 뒤 또 다른 암과 맞닥뜨릴 수 있다. 다발성 원발암이 암 관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원발암과 전이암은 어떻게 다른가요?

A1. 원발암은 특정 장기나 조직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한 암을 말합니다. 반면 전이암은 이미 발생한 원발암의 암세포가 혈액이나 림프를 통해 다른 부위로 퍼져 생긴 암입니다. 따라서 다발성 원발암은 서로 다른 장기에 독립적으로 발생한 암들이며, 전이암과는 구분됩니다.

Q2. 다발성 원발암(MPC)은 얼마나 흔한가요?

A2. 다발성 원발암은 전체 암 환자의 2~17%에서 발견됩니다. 대부분은 두 가지 암을 가진 환자이며, 세 가지 암은 드물고 네 가지 암은 전체 암 환자의 0.1%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위암·대장암·폐암을 각각 겪은 환자나 유방암·갑상선암·자궁경부암을 각각 겪은 환자가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3중 원발암 사례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4중 원발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Q3. 다발성 원발암 환자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3. 다발성 원발암 환자의 치료는 단일 암 환자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각각의 암에 대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필요해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이 커집니다. 환자가 삶의 질을 고려해 일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으며, 항암치료로 인한 면역저하로 감염에 취약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과, 내과, 방사선종양학, 병리학, 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가 협력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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