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유일 변호사 5년, 스트레스 줄고 삶의 만족도는 올랐어요”

김임수 기자 2025. 11. 2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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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강원도 홍천군.

선 변호사는 2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홍천군에는 소액사건만 담당하는 '군(郡)법원'만 있어 처음에는 변호사 수요가 있을지 고민도 됐다"면서 "5년 전 귀촌해 서울에서 마무리 못 한 업무만 하고 있던 때였는데, 지역의 한 어르신께서 114를 통해 사무실로 연락을 하셨다. 서울에서는 10년간 일하면서 114로 전화 상담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수임을 할 수 있는데, 개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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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연중기획│지방소멸에 산소호흡기를⑯]
선아름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변호사 인터뷰
“5년 전 귀촌, 서석면에 진짜 변호사가 있냐며 놀라”
“법무부 마을변호사 제도, 법률상담 수요 못 채워”
“지역균형발전 도모해야 무변촌 문제도 완화될 것”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선아름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변호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선아름 변호사 제공

서울시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강원도 홍천군. 이곳은 오랫동안 지역 상주 변호사가 1명도 없는 무변촌이었다. 서울에서 일하던 선아름 변호사(변호사시험 2회)가 2020년 서석면으로 가족들과 귀촌한 뒤 법률사무소 해원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선 변호사는 2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홍천군에는 소액사건만 담당하는 '군(郡)법원'만 있어 처음에는 변호사 수요가 있을지 고민도 됐다"면서 "5년 전 귀촌해 서울에서 마무리 못 한 업무만 하고 있던 때였는데, 지역의 한 어르신께서 114를 통해 사무실로 연락을 하셨다. 서울에서는 10년간 일하면서 114로 전화 상담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수임을 할 수 있는데, 개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선 변호사 사무실 주소는 서석면 풍암리 '2○○-1'. 서석면은 강원도 전체를 관할하는 춘천지법에서도 거리 멀고 가까운 평창·횡성군도 무변촌이어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필요를 채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동네 사랑방이 됐다. "홍천에 진짜 변호사가 있네"라며 신기해하는 사람부터 "다시 서울로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사람들까지. 진짜 소송이 필요해진 경우에도 길게 고민하기보다 일단 선 변호사부터 찾고 본다.

개업 초기에는 한두 달간 한 건도 선임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몇 해 지내보니 농한기, 농번기에 따라 법률 상담 건수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 변호사는 "농번기에는 다들 워낙 바쁘다 보니 상담 전화도 안 한다. 2주 내내 전화벨이 안 울린 적도 있었다"라며 "홍천은 10월 하순경 서리가 내리는데, 기가 막히게 그다음 주부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사무실 문을 연 지 5년째인데 홍천에 변호사가 있다는 걸 모르는 분이 여전 많다. 지금도 자리 잡는 중"이라고 말했다. 

선 변호사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저에게 소송을 의뢰하신 분의 상대방도 저에게 전화를 걸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꽤 있다. 자신도 대리해달라고 하시거나 저한테 법률적인 부분을 물어 난감한 적도 있었다"라며 "서울에 거주하는 분이 홍천에 있는 땅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맡기시면 상대방보다 먼저 연락해 다행이라는 의뢰인도 있었다. 제가 홍천에 하나뿐인 변호사이기에 얻는 이익도 꽤 있다"고 말했다.

선 변호사는 이어 "최근 홍천에는 마을 안 길 통행권, 이웃한 땅의 경계를 둘러싼 다툼 등 도시 변호사에게는 다소 생소한 상담이 빈번하다. 지역 변호사는 같은 유형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접하기에 문제의 맥락을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적절한 중재를 제시할 수 있다"며 "실제 사무실에 찾아와 상담을 진행하면 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를 쓰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변호사가 있으니, 언제든 궁금한 게 있으면 들러서 물어보고 자료를 가져다주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선아름 변호사가 홍천군 한 노인대학에서 법률상식 강의를 하고 있다. ⓒ선아름 변호사 제공

홍천에서 일하다 보니 서울에서는 접하지 못한 시골 인심도 덤으로 따른다고 선 변호사는 말했다. 변호인과 의뢰인으로 한번 교류를 맺으면 직접 농사지은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 직접 양봉한 꿀, 직접 뜯어온 산나물까지, 도시에서의 성공보수와는 또 다른 넉넉한 정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패소한 사건 의뢰인이 수고했다며 식사비를 챙겨줄 때는 다소 쑥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선 변호사는 법무부 마을변호사 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일단 시민들이 제도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선 변호사는 "서울에서도 마을변호사로 위촉돼 있었는데, 마을변호사를 통한 상담 전화는 전무했다. 홍천군도 처음에는 담담 공무원들이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다"라며 "홍천군은 무료 법률상담 제도가 잘 정착돼 있다. 주1회 다른 지역 변호사들이 군청에 와서 군민들을 위한 법률상담을 해주는데, 늘 대기인원이 꽉 찬다. 법률 상담 수요가 꽤 많다는 것인데, 이런 수요를 법무부 마을변호사 제도가 전혀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선 변호사는 5년 동안 홍천에서 스트레스는 줄고 삶의 만족도는 올라갔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의 수많은 변호사가 자신과 같은 선택을 쉽사리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변호사 동기들에게 '너도 무변촌에서 개업해 봐. 지금 겪는 스트레스는 다 사라질 거야'"라고 제안하면 한결같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그래도 도시가 좋다'는 반응이다. 변호사도 결국 한 명의 생활인이기에 주거 환경, 자녀 교육, 삶의 지향 등이 맞아야 농어촌으로 간다. 결국은 우리 사회가 왜 수도권을 벗어나기 어려운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다. 부동산이나 학벌, 입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야 비로소 변호사도 지방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무변촌 문제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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