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방한 맨시티…"한국팬 열정, 우리와 찰떡궁합"[인터뷰]
"클럽 급성장했지만, 팬과의 유대감은 그대로"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2023년 프리시즌 투어로 한국에 왔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대표구단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매치 데이 라이브 투어'의 첫 방문지로 28일 한국을 다시 찾았다.
클럽 앰배서더로 활약 중인 두 전직 선수가 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 팬과 함께 할 맨시티-리즈 전 중계 관람 행사(뷰잉파티)를 앞두고 <뉴스1>과 만났다.
맨시티 아카데미를 거쳐 8년간 핵심 수비수로 활동한 네덤 오누오하(2004~2012년), 풀백과 미드필더로 맨시티의 EPL 2년 연속 우승을 경험한 '멀티 플레이어' 페이비언 델프(2015~2019년) 선수다. 이들은 "한국 팬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맨시티의 공동체적 분위기와 잘 맞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두 선수와의 일문일답.
맨시티 정체성은 '가족적 유대감'…"변화했지만 정체성 바뀌지 않아"
-한국 팬들을 위해 맨시티의 '정체성'을 소개한다면. ▶(오누오하) '도시 맨체스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클럽이다. 맨체스터 사람들은 성실하고, 서로를 위해 싸우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성향이 축구에도 그대로 이어져 팀의 경기 방식뿐 아니라 구단의 운영 방식에도 높은 기준을 만들어 왔다. 성공으로만 정의되지 않으며 핵심은 사람들, 그리고 '같은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한다'는 문화다.
▶(델프) 보통 클럽을 떠나면 인연이 거의 끊어지곤 하는데, 맨시티와는 항상 가족적인 유대감이 남아 있었다. 먼저 안부를 물어봐 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은퇴했을 때도 클럽의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점이 맨시티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거의 모든 선수가 팀을 떠난 뒤에도, 다시 찾아오면 항상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클럽이다.
-각자 다른 시기에 활동했던 만큼 맨시티의 기억도 다를 것 같다. ▶(오누오하) 10살 때부터 맨시티 아카데미에서 활동했다. 당시 팀은 EPL(당시에는 프리미어십)을 막 강등당한 상태였지만, 매우 큰 클럽이었다. 볼보이로 뛰던 시절 팀은 2부 리그에 있었는데, 그때도 예전 구장 '메인 로드'에 3만 명 정도의 팬이 찾아왔다. 클럽은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함께하던 사람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클럽에 남아 있다. 구단은 훨씬 더 성공하고, 전 세계적인 규모로 커졌지만, 동시에 '예전 같은 느낌'도 유지되고 있다. 내가 뛸 때 경기를 보던 사람들, 그리고 페이비언이 뛸 때 경기를 보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경기를 보는 사람들, 팬들의 존재는 그대로다. 클럽은 "많이 달라졌지만, 동시에 그대로다"고 말할 수 있다.
▶(델프) 내가 왔을 때 감독은 마누엘 페예그리니였고, 그다음 펩 과르디올라가 부임했다. 펩은 사실상 기존 팀을 그대로 물려받은 상태에서 시작해서 첫 시즌은 꽤 어려웠다. 펩만의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과 전술 시스템이 있었고, 선수들이 거기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펩이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하나씩 영입하기 시작하면서 팀은 점점 더 강해졌다. 경기마다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들어오는 재능의 수준, 그리고 펩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보여주는 헌신은 내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모두가 '이기는 것'을 목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던 정말 성공적인 시기였다. 그때 리그 타이틀을 연달아 따내고, 출전하는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다투게 되는 지금의 맨시티 시대를 열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료가 있다면. ▶(오누오하) 숀 라이트필립스다. 입단했을 때 EPL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그해(2005년) 팀을 떠났다. 하지만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이 1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경기에 나설 때든, 훈련장에 있을 때든 마찬가지였다. 인수 뒤 클럽은 계속 변했고,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왔다. 이때 '클럽 역사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느낀 선수는 카를로스 테베스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테베스의 맨시티 이적은 사람들에게 '맨시티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델프) 케빈 더브라위너, 라힘 스털링과 동시에 맨시티에 합류했다. 당시만 해도 두 선수의 이적료는 "말도 안 되는 액수"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엄청난 한 수"였다고 말할 거다. 케빈의 골과 어시스트는 거의 '다른 세계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특별한 선수는 다비드 실바다. 상대 선수로 그를 봤을 땐 '축구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팀 동료가 된 뒤 경기장 밖에서는 정말 겸손하고 좋은 팀 동료였고, 경기장 안에서는 말 그대로 마법 같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함께 뛰어본 선수 중 단연코 최고는 다비드 실바였다.
"한국 팬의 열정·긍정 에너지, 맨시티와 깊이 연관"

-맨시티는 2010년대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최고의 자원과 전력을 모을 수 있게 한 자본의 힘 외에 맨시티의 저력이 있다면. ▶(델프) 물론 돈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거다. 선수 영입에 분명히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클럽이 성공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 타협 불가능한 원칙들이 있어야 하고, 이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펩 과르디올라가 부임한 뒤 그 기준이 크게 올라갔다. 선수들도 그 철학을 받아들이고, 가치와 원칙을 함께 밀어붙였다. 어떤 선수가 그라운드에 선다 해도 팀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는다. 전술 시스템은 매일 훈련을 통해 반복해서 다듬어졌다. 맨시티가 오랫동안 성공을 이어올 수 있었던 핵심이다.
-맨시티는 여전히 강팀이고, 이번 시즌 EPL 선두 아스널을 계속 추격하고 있다. 이번 시즌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오누오하) 팬들에게 "지지를 계속 보내달라, 믿음을 잃지 말아달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워낙 큰 성공을 거둬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맨시티에 관해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 이야기가 언제나 공정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팬 입장에서는 그런 평가에 속상할 때도 있을 거다. 그래도 "지금 우리가 이룬 것을 즐겨 달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계속 맨시티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맨시티가 그만큼 좋은 팀이고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계속 세계 최고 팀 중 하나의 경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겨주면 좋겠다.
-맨시티는 한국 팬들을 대상으로 남기는 수능 응원이나 새해 인사 등의 메시지가 항상 화제가 돼 왔다. 맨시티가 한국 팬들에게 '진심'인 이유는 무엇인가? ▶(델프) 맨시티에는 서로를 아끼고 하나로 묶이는 공동체적 분위기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팬들을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 그런 팬 문화는 맨시티 같은 클럽과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결국 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유대감'이 맨시티가 한국 팬들을 진심으로 특별하게 여기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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