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입 초기 스타벅스 키오스크... 주문절차 개선 필요 의견도

“신기하긴 한데, 사용하기엔 너무 불편하네요. 점원한테 말로 직접 주문하는 게 가장 편할 것 같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매장 중앙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서 50대 김모씨가 연달아 화면을 눌렀다. 5분 넘게 메뉴를 뒤적이던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카운터로 발길을 돌렸다. 대기 손님이 없어 결제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원하는 음료를 찾는 것도 힘들고, 도와줄 직원도 안 보여 결국 사람에게 주문하게 된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고객 감동’, ‘대면 소통’을 브랜드 원칙으로 내세우며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3일 명동·강남·제주 등 20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시범 설치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외국인 관광객, 대면 주문이 어려운 고객 등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은 약자를 위한 배려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사용 방식과 기능 등 세부 사항에서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27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매장. 자체 상품 진열대 뒤편에 키오스크 2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휠체어 고객을 고려해 성인 남성 허리 높이에 설치한 화면 아래에는 별도의 방향키와 물리 키패드가 붙어 있었다. 화면 높이에 손이 닿지 않거나 시각장애 고객을 위한 배려였다.
키오스크에는 노인이나 저시력자를 위해 화면에 표시되는 글자 크기를 확대하는 기능이나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기능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도 지원한다.

하지만 주문 절차는 다소 아쉬웠다. 하단 키패드로 주문을 시도하던 한 노인은 “누를 때마다 반응 속도도 느리고, 메뉴 이동이 너무 번거롭다”며 금세 포기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모드도 주변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키패드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보니, 주문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상하좌우를 한 칸 움직일 때마다 버튼을 한 번씩 눌러야 하는 구조여서 주문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점심시간인 낮 12~1시 사이엔 키오스크 앞에 잠시 대기 줄이 생겼지만, 이후 한 시간 동안 이용객은 고작 3명뿐이었다. 대면 주문을 택한 고객 대부분이 “직접 주문이 훨씬 빠르다”고 답했다. 70대 김모씨는 “여러 번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걸 따라 해도 여전히 메뉴 찾기가 어렵다”며 “차라리 직원에게 말하는 게 낫다”고 했다.
기프티콘 사용 제한도 문제였다. 기프티콘 금액보다 주문 금액이 더 커야 사용할 수 있었다. 대면 주문 시 기프티콘의 60% 이상을 사용하면 남은 금액을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해주는 기능도 지원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기프티콘이 있어도 결국 직원에게 가서 다시 결제해야 한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명동·강남 매장의 키오스크는 매장 한가운데 설치돼 있다. 도움을 요청하려면 카운터까지 이동해야 한다. 호주 여행객 마야 니콜(20)씨는 “한국에서 결제가 어려울 때 직원 도움을 자주 받는다”며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어 더 불편했다”고 말했다.
언어 선택을 일본어나 중국어로 설정해도 출력되는 영수증은 한국어·영어 표기뿐이었다. 일본인 관광객 요사카(25)씨는 “일본어로 주문했는데 영수증에는 영어만 있어 제대로 주문이 들어갔는지 불안했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키오스크 시범 운용 단계지만, 다른 커피 브랜드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전국 매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키오스크는 설치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도입 초기 단계”라며 “창구를 통해서도 언제든지 주문이 가능하며, 기프티콘 결제 등 고객 불편 사항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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