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저성장,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 위안화 강세는 인위적인 것”
“한국 성장률은 지난 2년간 미국에 비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이것이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다. 미·중 갈등 속 모든 상황이 외환 거래자로 하여금 한국과 원화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을 갖게 하는 데 기여한다.”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미국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 딜레마에 대한 쉬운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한국의 정책 결정자는 그간 잘 대처해 왔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은 방위 분담금 부담을 더 늘리고,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를 달래면서도, 동시에 다른 수출 시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통상 미국 금리와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10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달러 인덱스가 상승(98.9→99.2)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또 11월 5일 100.2를 기록, 강달러 흐름을 보였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미국보다 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어 달러 가치가 높아진 것”이라며 “또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자본이 미 증시와 달러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달러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일에 대해 아이켄그린 교수는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라며 “강달러가 나타날 때 위안화도 함께 강해지는데,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작용이 아닌, 정부의 인위적인 관리로 해석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 연준이 금리를 내렸는데도, 달러 인덱스가 상승한 건 어떤 이유인가.
“중요한 국제통화 중 하나인 유로화를 발행하는 유럽중앙은행(ECB)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미국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고 있어서다. 또 미국이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AI 분야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자본이 미국 주식시장과 달러로 계속 흘러 들어오고 있다. 이런 AI 붐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달러 가치에는 충분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관세정책을 운용하는데, 금융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정책, 특히 상호 관세를 중심으로 한 여러 정책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것이다.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달러로부터 도피가 발생할 경우, 달러를 대체할 자산이 없다는 사실이 전체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
미국 보호주의와 정책 불확실성은 달러 지위를 더 견고하게 하는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통화나 디지털 위안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트럼프 정부가 다음에 어떤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달러에 대한 대안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로화는 국가 그룹이 공동 통화를 운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는데, 이를 통해 브릭스 통화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릭스는 유로존(유럽연합의 단일 화폐인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보다 더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사용하려면 중국 거주자여야 해, 국제 거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달러 대안으로 유로화가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지만, 유럽 재무부 부재, 유럽 자본시장 통합 부재, 정부(신용등급 AAA 이상) 발행 안전 자산 부족은 유로화가 달러 역할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달러 강세는 미국의 보호주의 조치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나.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 수입품 가격을 높여 이들이 미국산 제품을 더 사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거의 최대 생산능력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여력이 별로 없다. 그래서 달러는 일부 지출을 수입품으로 다시 전환하기 위해 강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관세는 불확실성을 조성해 달러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미국 환율을 악화시킨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불리는 상호 관세정책을 발표(2025년 4월 2일)한 뒤 나타난 달러 약세 흐름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강달러는 글로벌 불안정으로 지속되는가.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서 투자자는 달러가 정말로 안전한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투자자는 법치주의, 삼권분립, 부패하지 않은 정부를 중요시한다. 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안전한 손(safe hands)’으로 간주하는 동맹 파트너의 통화(예를 들면 달러)를 보유하고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전통적으로 달러에 유리했던 이 두 가지 요인이 모두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침식되고 있다.”
위안화 강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강달러가 나타날 때, 위안화도 함께 강해진다.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작용이 아닌, 정부의 인위적인 관리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의 원인은.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 2년간 미국에 비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이것이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트럼프 관세정책과 지정학적 혼란도 원화 약세를 만들었다. 한국은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고, 최종 시장을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또 미·중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상황은 향후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이 외환 거래자로 하여금 한국과 원화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갖게 하는 데 기여한다.”
미국의 동맹이지만, 한국은 통화 가치 절하가 심하다.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이익의 상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 딜레마에 대한 쉬운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한국 정책 결정자가 이 문제에 직면해 그간 잘 대처해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방위 분담금 부담을 더 늘리고,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트럼프를 달래면서도, 동시에 다른 수출 시장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관세 협상으로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그럼에도 원화는 약세다. 근본 이유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취약한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률 격차가 지속할 경우 원화 약세 역시 지속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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