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불완전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쓸 것”

“마산은 제가 나고 자란 곳이자 동시에 과거의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 도시, 과거 영광의 흔적이 상처처럼 남은 지방 도시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도시였습니다. 여전히 지방의 현실은 밝지 않지만, 그곳에서 삶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으려 애쓰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마산’이 그 곁에 놓이길 바랐습니다.”
28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제56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김기창(47)씨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인 장편소설 ‘마산’은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50년에 걸쳐 쇠락해 가는 마산의 모습을 쓸쓸하게 그린다.
이날 시상식에서 소설가는 “어쩌다 누군가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면, ‘운이 좋네. 운이 좋아’ 생각하곤 했다”며 “그런데 이번 동인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나서는 ‘너무 운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운이라는 게 신이 던진 주사위의 결과가 아니라 운명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연결성 속에서 다가왔습니다.”
“왜 쓰는가”라는 고민 앞에서 소설가는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소설 쓰는 AI가 출현한 시대. 김기창은 “소설은 불완전한 인간과 사회의 존재 의미를 탐색하는 사소하면서도 거대한 이야기로서의 역할을 더 강하게 부여받았다”며 “앞으로도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란 믿음을 놓지 않은 채 제 생각이 부러질 때까지 써보려 한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정명교 문학 평론가는 “‘마산’은 좌절과 낙심의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부활을 촉구하는 북소리”라며 선정 이유를 낭독했다. “김기창의 ‘마산’은 상징의 쇠퇴와 몰락을 냉정한 눈길로 기록한다. 그러나 그 무자비한 묘사가 옛날의 영광을 자꾸 들쑤신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조그만, 안쓰러운 외침이 독자의 심금을 긁는다.”

축사는 민음사 편집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박혜진(39)씨가 맡았다. 그는 “김기창 작가의 책을 만들었던 인연으로 축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작업의 치열함과 무관하게 먼저 세상의 찬사를 받는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보다 더 치열하고 묵묵하게 자기 작업을 이어 온 작가들의 ‘좋은 작품’도 있다”며 “치열하게 쓰고, 묵묵히 쓰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작가를 정확하게 알아봐 주셨다”고 했다. “김기창 작가만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을 하느라 오늘도 외롭고 쓸쓸한, 그리고 성실한 작가들에게도 이 수상 소식은 용기와 희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상자는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전 심사위원인 소설가 김주영·오정희, 기수상자인 소설가 정찬·이기호·김숨·윤성희·정영선(수상순), 김동인의 유족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김양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창의융합교육원 교수·김준형 연세대 의대 교수,출판인 박상준 민음사 공동대표, 박혜진·정기현·김지현·강소희 민음사 편집자, 박해현 한국문학 편집위원,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주간, 조선일보사 방준오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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