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가격 54%서 40%로 인하…제약 업계 '올것이 왔다'

장종원 2025. 11. 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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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직격탄', 필수·희귀질환엔 인센티브
내년부터 시행…복지부발 구조개편 '초읽기'

보건복지부가 28일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를 오리지널 약값보다 40%대 수준으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약가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했다.

이는 2012년 제네릭 및 특허만료 신약의 약가를 오리지널(특허 전) 의약품 가격의 80%에서 53.55%로 인하한 이후 13년만에 두 번째 대규모 인하다. 

정부는 제약산업의 혁신과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확대를 내세웠지만, 국내 제약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이번 개편이 제네릭 위주로 성장해 온 국내 제약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대규모 구조개편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개편안은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 53.55% → 40%대 인하

먼저 복지부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의 53.55%에서 40%대로 인하하기로 했다. 오리지널 대비 약가 수준을 현재의 약 75%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기존 제네릭 약가에서 약 25% 가까이 더 깎이는 구조다.

그동안 국내 제네릭 약가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으며, 정부는 이를 약제비 절감과 구조개편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이미 등재된 약제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한 번도 약가 조정을 받지 않은 약제를 우선 대상으로 수급 안정이 특히 필요한 품목을 제외하고 3년간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품질이 낮은 제네릭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계단식 인하 제도도 대폭 강화한다.

동일 성분·제형 제네릭이 11번째 품목부터는 최초 제네릭(퍼스트 제네릭)에 산정된 약가에서 5%포인트씩 감액된 약가를 부여한다.

여기에 더해, 최초 제네릭 진입 시점에 10개 이상 제품이 한꺼번에 등재되는 경우, 1년 경과 후 전체를 ‘11번째 제제 약가' 수준으로 일괄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일률 가산 폐지…R&D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 

현재 제네릭 최초 등재 시 적용되던 일률적인 약가 가산 제도는 폐지된다. 대신, 혁신성(차별적 가치), 수급 안정 기여도(공급망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 선별적·정책적 가산으로 전환한다.

즉, 단순 복제 위주의 제네릭은 더 이상 가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고, 품질·공급 안정성·혁신성을 입증한 제품에만 선택적 인센티브가 집중되는 구조다. 이는 제네릭 시장에서도 '양보다 질' 중심의 재편 압력으로 해석된다. 

강력한 약가 인하 기조와 함께, 복지부는 R&D 중심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우대책도 병행한다. 혁신형 제약사가 첫 제네릭을 등재할 경우 가산 기간을 확대하고 계단식 인하 적용 시 인하율을 완화한다.

결국 R&D 투자 및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은 손실을 일부 상쇄할 '보호막'을 제공받는 반면, 제네릭 판매 위주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구조조정 압박이 가해지는 셈이다.

복지부는 또한 고가 신약 도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약가환급제 적용 대상을 등재 신약은 물론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까지 넓히는 '약가 유연계약제'도 확대한다. 

제약사가 일정 금액을 환급하되 환급분이 환자 본인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해, 고가 치료제 접근성은 높이고 재정 리스크는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다.

희귀질환 신약 100일 내 등재…원가 보전 확대

복지부는 또한 희귀·중증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 신속하게 진행한다. 현재 최대 240일이 소요되던 등재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고, 먼저 신속 등재한 뒤 실제 치료 현장에서의 성과(실데이터)를 토대로 사후 평가·조정하는 구조를 도입한다. 

또한 약가를 산정하는 경제성평가(ICER) 기준에도 질병의 위중도, 생존 위협 여부, 치료 이익 등을 반영한 가중치를 도입해 중증·생존 위협 질환의 경우 임계값을 높여 약가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반면 공급 중단 우려가 컸던 퇴장방지의약품·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원가 보전과 가산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저가 의약품의 원가보전 기준을 연 청구액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분을 신속히 약가에 반영하며 최대 7%의 정책가산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네릭 중심 제약사 압박…업계 비대위 꾸려

이번 개편을 종합하면 정부는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추되, 혁신 신약·희귀질환 치료제·필수의약품에는 차별적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형 약가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품목 제네릭 중심·내수 위주의 제약사는 수익성 악화와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일부 품목 정리, 생산 효율화 등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R&D 투자가 활발한 혁신형 제약사, 필수의약품·국산 원료 공급 역량을 가진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정책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구도다.

제약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을 중심으로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 추가 인하가 국내 산업의 성장동력을 '정책적으로 꺾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종원 (jj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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