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문 두드렸던 ADHD 고졸 소년을… 4조원 갑부로 키워낸 찰리 멍거
2005년 주의력 장애로 대학 진학 포기한 고교생에게 잠재력 확인하고 “멍거 대학교 입학” 권유
보수적이고 인내력 요구하는 투자 가르쳐
소년은 20년 뒤, 1만 가구 임대주택 보유한 부동산 기업 일궈
찰리 멍거(99세 사망)는 워런 버핏(95)과 함께 45년 간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기업 벅셔 해서웨이를 이끈 부회장이었다. 버핏은 멍거를 가리켜 “내 삶과 투자의 파트너. 그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벅셔 해서웨이의 다른 절반” “생각하는 법을 배우려면, 멍거와 시간을 보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 10일 “연말에 은퇴해 ‘조용히 지내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찰리 멍거의 사망 2주기를 맞아, 그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던 한 청소년 ‘제자’의 운명적인 만남을 소개했다.
멍거가 81세였던 2005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주택 대문을 한 하시딕(Hasidicㆍ유대교 정통파의 하나) 유대인 소년이 두드렸다. 소년은 히브리어로 된 모세 오경(五經ㆍ구약성경의 첫 다섯 권)을 멍거에게 건넸다. 당시 17세였던 소년의 이름은 아비 마이어. 마이어는 집주인이 전설적인 투자가 찰리 멍거인 것을 알고 있었고, 멍거가 유대계라고 생각했다. 2020년 멍거는 한 행사에서 “이름 탓에 나를 독일계 유대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멍거는 유대계가 아니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는 가운데, 마이어는 멍거에게 자신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며, “친구들은 대학에 가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멍거는 이 소년의 지능과 잠재력을 알아봤다. 그리고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단다. ‘멍거 대학교(Munger University)’에 오렴. 너는 엄청나게 성공할거야”라고 격려했다.
농담이 아니었고, 멍거는 정말로 마이어를 자신의 제자로 삼았다. 마이어는 멍거의 집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내며 멍거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배웠고, 가끔씩 건네주는 책을 받아 읽었다. 종종 코셔(Kosher)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켜서, 함께 식사하며 인생과 가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이어가 어린 시절 친구인 루벤 그래던과 함께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애프턴 부동산 개발(Afton Properties)’를 설립했을 때, 멍거는 “이제 너희들을 졸업시킨다”고 말했다.
졸업과 동시에, 멍거는 이 기업에 투자했고 동네 선정과 구입하려는 주택의 상태 점검, 페인트색 선정, 조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언했다. 멍거는 고밀도의 고층 아파트 단지보다, 아파트 사이 간격이 넓고 나무와 풀이 있는 2~3층짜리 ‘정원형(garden) 아파트’를 조성하라고 강조했다. “나무를 많이 심고, 건물은 낮게”가 그의 주문이었다.
멍거가 강조한 또 한 가지는 금리였다. 당시 미국 부동산 업계에서는 단기 대출로 주택을 매입하고, 집값이 오르면 이를 담보로 더 큰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재융자(cash-out refinance)’가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이렇게 하면 재융자로 기존 빚을 상환하고도 단기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 조건이 있었다. 계속 집값이 오르고, 금리는 낮아야 했다.
멍거는 이런 위험한 관행을 매우 싫어했다. 멍거는 마이어에게 “좋은 금리에 장기 고정대출을 받고, 투자한 부동산은 장기 임대수익과 부동산 가치 상승을 노려 오래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마이어와 그래던은 이 보수적이고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투자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애프턴 프로퍼티즈는 2017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가든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해, 단기간에 1만 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확보하면서, 애프턴은 이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형 임대주택 보유회사가 됐다. 비상장 기업인 이 회사의 추정 가치는 2021년 12억 달러이던 것이 이제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이 됐다. 청소년 시절 미래를 불안해했던 17세 소년은 20년 뒤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갑부가 됐다.
찰리 멍거는 생애 마지막까지 제자들과 협력했고, 캘리포니아주 산타마리아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그의 마지막 투자는 세상을 떠난 지 며칠 후 완료됐다. 그 부동산 맞은편에는 멍거가 생전에 제일 좋아하던 기업인 코스트코 신규 매장이 있다.
마지막 10년 동안, 멍거는 벅셔 해서웨이 운영에는 덜 관여했다. 2023년 기준으로 멍거는 이 회사에 약 22억 달러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1,2주에 한 번 정도 버핏과 통화했다. 그러나 둘 다 청력(聽力)에 문제가 있어서 소통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멍거의 집을 드나들었던 멍거의 손자며느리(孫婦)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둘 다 소리를 지르며 통화했죠. 아마 둘만 알려는 대화였겠지만, 반경 1마일 내 누구라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숨을 거두기까지, 그의 지적 호기심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은 “돌아가시기 1,2주 전까지도 ‘AI(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도 ‘무어의 법칙(Moore’s Law)’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인가’ 같은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멍거는 2023년 11월 23일 추수감사절 저녁 늦게, 병원에 입원했다. 숨지기 5일 전이었다. 가족들에게 병실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버핏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미 국방당국, 통합국방협의체 개최... 전작권 언급은 없어
- 증권가 첫 코스피 1만선 돌파 전망 나왔다...KB증권 “연내 코스피 1만500 가능”
- 1분기 카뱅서 증권사 계좌 연 30%가 4050女...중장년 투자 창구 된 인뱅
- 박지수, 2년간 5억원씩 받는 조건으로 KB 남는다...우리은행 김단비의 4억5000만원 넘는 역대 최고
- 아내에 뺨 맞았던 마크롱…“이란 여배우 때문이었다”
- 경찰,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신상공개
- [더 한장] 봄의 끝자락, 함성으로 채우다
- 이스라엘 “네타냐후, 전쟁 중 UAE 방문” UAE “사실 아냐”
- “北, 제한적 핵 공격으로 한미 딜레마 빠뜨릴 것… 전작권 전환 시 고려해야”
- “세계 5위 기름 수출국 한국,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때 생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