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민희진과 김건희, 연예와 정치의 평행 이론 [이슈&톡]

김한길 기자 2025. 11. 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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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걸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사태가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최근 일부 보도에서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를 ‘연예계의 김건희’에 비유하는 평행 이론이 등장했다. 정치와 무관한 엔터테인먼트계 인물이 대통령 배우자와 연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사람의 행보를 나란히 놓아 보면, 연예와 정치라는 서로 다른 무대를 관통하는 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원래 ‘평행 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인물들이 유사한 운명을 보인다는 가설을 가리킨다.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개념은 오늘날 정치뿐 아니라 문화 산업 전반에서도 확대 적용된다.

연예계는 정치의 축소판과 같다. 정치에서 여론이 권력을 만들고 무너뜨리듯, 연예에서 여론은 인기를 만들고 소멸시킨다. ‘프로파간다’라는 정치적 개념은 이제 연예 산업에서도 핵심 전략이 되었고, 이미지와 프레임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전속계약 무효를 선언하며 어도어와 하이브를 상대로 법적 공방에 돌입했지만, 1심 패소 이후 멤버들이 다시 어도어 복귀 의사를 밝히며 상황이 반전됐다. 이 과정에서 민희진의 행보는 단순한 회사 간 분쟁을 넘어, 이미지 정치와 여론 조율이라는 더 큰 틀에서 해석할 만한 패턴을 드러냈다.

민희진은 하이브 산하 자회사 어도어의 ‘월급 사장’이었다. 하이브가 자본과 시스템을 제공했고, 그녀는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하는 프로듀서였다. 그럼에도 뉴진스의 성공 이후, 민희진은 자신을 팀의 주체이자 브랜드의 실질적 주인으로 서사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방시혁과 공개적으로 선을 긋고, 스스로를 혁명가 혹은 독립적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하려 한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4월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민희진은 법적 절차가 본격화되자 갑작스레 언론 노출을 줄였다. 초기부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던 인물치고는 이례적인 후퇴였다. 그러던 그녀가 최근 뉴진스 복귀 논의가 공개되자 긴 침묵을 깨고 나타나 “뉴진스는 무조건 다섯 명”이라고 밝힌 것은 정치적 문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등장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이와 함께 민희진이 최근 내놓은 또 다른 메시지는 “어른들의 싸움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뉴진스를 어느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갈등의 중심에 위치시켰는가를 두고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방시혁이나 어도어 후임 대표, 주주들, 팬덤, 언론 등 여러 행위자가 언급되지만, 분쟁의 출발점에서 먼저 기자회견을 열고 갈등을 공개화한 쪽은 민희진 자신이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부분 역시 책임의 중심을 바깥으로 배치하려는 이미지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건희 여사 역시 후보 시절부터 학력·신분 논란에 연이어 휩싸였으나, 한편으로는 자살 시도자를 말리는 모습, 경찰견을 쓰다듬는 사진 등을 통해 ‘국모’ 이미지를 구축하는 활동을 병행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될 때면 모습을 감추고, 이후 다시 기획된 장면으로 등장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최근 ‘샤넬 백 수수’ 논란에서 부정과 인정 사이를 오가는 대응 방식 역시 여론의 흐름을 살피며 메시지를 조절하는 선택적 전략으로 읽힌다.

이와 동일한 구조는 민희진의 법정 진술에서도 드러났다.

27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변론기일에서 민희진은 이른바 ‘하이브 탈출’ 관련 구상 및 실행 방안에 대해, 자신이 아닌 이모·신모 전 부대표가 “자진해서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지시 없이 외부 투자 전문가와 지분 논의를 한 것인가”, “지시·상의 없이 움직였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모두 “네”라고 답했다. “저도 쟤네가 왜 저랬는지 모르겠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또한 배임 관련 정리 지시 여부를 두고는 “말한 것은 맞지만 질문의 취지가 다르다”며, 해당 지시가 아일릿 카피 문제에 관한 것이었지 법적 논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책임의 중심을 자신 바깥으로 이동시키고, 논란이 되는 핵심 결정을 주변인의 판단으로 돌리는 등의 태도는 김건희 여사가 위기 때마다 보여온 “나는 지시한 적 없다”, “주변이 한 일이다”,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식의 역할 축소 전략과 닮아 있다. 두 사람 모두 위기 국면에서 스스로를 갈등의 중심이 아닌 ‘피해자’ 혹은 ‘옆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 서사화하는 방식으로 여론과 책임의 무게를 조절해 왔다.

두 사람은 조력자 의존 의혹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김건희는 무속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민희진 역시 특정 지인(‘지영님0814’)에게 작명·인사·주식 처분 등 주요 결정을 상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측 모두 이를 부정하거나 축소했지만, 중요한 판단에서 비공식 조언자에 의지했다는 지적은 의사 결정의 비공식화라는 공통된 구조를 드러낸다.

내년 초 윤석열·김건희 관련 재판 일정과 함께, 민희진과 하이브 간 풋옵션 소송 1심 선고도 1~2월 중으로 예상된다. 정치와 연예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두 개의 흐름이 비슷한 시기에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평행 구조는 더욱 주목된다.

과연 이러한 평행 이론이 계속될 것인지, 혹은 각자의 궤도에서 전혀 다른 결말에 도달하게 될지는 법적 판단과 여론의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두 인물이 스스로 구축한 이미지 정치의 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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