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달 일하고 5만원”… 필리핀 계절근로자 9명, 인신매매 피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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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계절 근로자 9명이 임금 착취와 인권 침해를 당한 끝에 정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번기 인력난을 메우겠다며 도입한 계절 근로자 제도가 불법 브로커와 일부 농장주의 악용으로 피해자를 반복 양산하고 있다.
2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가족부장관 산하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19일 사례판정위원회를 열고 필리핀 국적 계절 근로자 9명에게 '피해자 확인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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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계절 근로자 9명이 임금 착취와 인권 침해를 당한 끝에 정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번기 인력난을 메우겠다며 도입한 계절 근로자 제도가 불법 브로커와 일부 농장주의 악용으로 피해자를 반복 양산하고 있다.
2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가족부장관 산하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19일 사례판정위원회를 열고 필리핀 국적 계절 근로자 9명에게 ‘피해자 확인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최근 주한 필리핀 대사관도 이들을 직접 면담하고 피해 사례를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기 안성시, 전남 해남군, 충남 서산시 등의 농장에서 일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지만 월급 대부분이 브로커에게 넘어갔다. 브로커는 월 이자율 5%의 대부 약정서를 쓰게 한 뒤 급여에서 자동 공제하는 방식으로 돈을 가져갔다. 대부 약정서에 적힌 빌린 금액은 5만페소(약 125만원)이지만, 실제 공제금은 225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부풀려 있었다. 한 피해자는 “한 달 내내 일하고 손에 들어온 돈이 5만원뿐이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했지만 잔업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첫 월급 177만원 중 150만원(85%)이 브로커 몫으로 빠져나가 실수령액은 27만원에 그쳤다.
고용주(농장주)의 욕설과 폭언은 일상적이었고, 여러 농장에 임의로 일을 보내면서 압박감도 컸다. 농장일뿐만 아니라 지붕 수리나 콘크리트 타설까지 떠맡아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브로커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외국인 등록증 등도 고용주가 갖고 있어 제대로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용기 내 항의하면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협박이 뒤따라 왔다.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의 피해자 판정에 따라 한 달에 약 70만원씩 3개월의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심의위원회를 거쳐 생계비 지원 기간이 최장 6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다. 법률·의료·귀국 지원 등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 확인서는 민·형사상 법률 효력이 없다. 부당 행위를 한 불법 브로커와 고용주에 대한 처벌이나 손해배상은 따로 법적 절차를 밟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기 체류 신분의 계절 근로자들이 장기간 소송을 치르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신매매방지법이 2023년 1월 1일부로 시행되면서 지역 인신매매 피해자 권익 보호 기관을 세우고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추기로 했지만 3년이 되도록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 인신매매 피해자 권익 보호 기관을 설립조차 안 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계절 근로자 착취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에 필리핀 이주노동자부(DMW·Department of Migrant Workers)는 지난 5일 불법 브로커 거래가 적발된 15개 지역의 한국행 계절 근로자 인력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 [단독] 필리핀, 계절 근로자 韓 송출 중단… “불법 브로커 문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계절 근로자는 수확기 농어촌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5개월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고용주의 재량에 따라 최대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필리핀에서만 1만명 넘게 계절 근로자가 한국에 와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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