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땡’ 하자마자 인터넷은행 대출 한도 소진... 연말 ‘대출 절벽’에 돈 빌리려는 가계 난리

유소연 기자 2025. 11.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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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연말 ‘대출 절벽’에 몰려
지난 24일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영업부 대면 창구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아파트 잔금일을 앞두고 새벽마다 손품을 팔고 있다. 그는 최근 여러 시중은행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그나마 매일 새벽 6시 하루치 한도가 갱신되는 인터넷 전문은행 앱에 접속해 대출 신청을 시도하는 것이다. A씨는 “6시 ‘땡’ 하자마자 소득과 집값을 재빨리 입력하고 대출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30초밖에 안 걸렸는데도 오늘도 이미 대출이 마감됐다”고 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올해 가계 대출 총량 한도를 넘긴 은행권에서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대출 문을 닫아 걸자, 돈을 빌리려는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가계 대출 한도가 남은 인터넷은행을 찾지만, 그마저도 풀린 한도가 매우 적어 대출 신청조차 못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험·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넘어오자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연말까지 대출 한파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지난 20일 기준 7조8953억원으로, 애초에 설정한 한도 목표치(5조9493억원)를 33%나 넘겼다.

앞서 금융 당국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까지로 제한하는 ‘6·27 대책’을 내면서 은행들에 올해 하반기 가계 대출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이 이를 반영해 한도 목표치를 다시 설정했고, 이달 하순에 이미 한도를 넘기며 총량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조이고 있다.

지난 22일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대환대출, 신용대출 신규 접수를 막은 데 이어, 24일부터는 창구에서도 올해 실행분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25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영업점당 가계 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했는데, 주택담보대출 한두 건만 실행해도 사실상 한도가 소진된다.

신용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변호사 B씨는 최근 한 은행에 비대면 신용대출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통상 전문직 신용대출은 자격증과 재직 증명서를 내면 최대 3억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B씨가 대출을 신청한 은행에서는 “결혼, 출산, 병원비, 직계 가족 사망 등 4가지 사유가 증명되지 않으면 연말까지는 신용대출이 어렵다”고 했다.

◇보험·상호금융도 대출 빗장

그나마 대출을 열어놓은 은행에서도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8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재개했는데 대출자들이 몰리는 ‘오픈 런’ 현상이 열흘 이상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일일 한도가 많지 않아 오전 6시 한도 갱신과 동시에 하루치 대출 신청이 끝난다”고 했다.

사실상 시중은행에서 연내 대출이 어려워진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가자, 풍선 효과를 우려한 2금융권에서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보험업권에선 삼성화재가 이미 지난달 말 올해 지급 예정인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KB손해보험도 이달 초까지 접수된 대출 건만 취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연내 신규 접수는 어려워졌다.

상호금융에서는 지난 13일 수협에 이어, 지난 20일 신협도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새마을금고는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을 막기로 했다.

◇카드론에 고신용자 몰려

은행에서 밀려난 대출자들은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자금 융통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카드론 잔액은 지난 10월 말 42조751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새 약 2300억원 불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3.8%로 연중 최저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은행에서 밀려난 고신용자가 몰려 평균 금리를 떨어뜨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10월 카드론 전체 평균 금리와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 차주들의 평균 금리 사이 격차도 3.41%포인트로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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