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왜 스웨덴 A26을 선택했나…한화오션 탈락이 드러낸 잠수함 시장 현실 [박수찬의 軍]
폴란드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에서 한화오션이 수주에 실패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해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맞서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려는 폴란드 정부의 주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약 100억즐로티(약 3조8000억원). 운영유지비를 포함하면 최대 8조원에 달한다.
스웨덴 사브의 A26 잠수함이 최종 선정된 것은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한층 강해지는 시점에서 경고 신호가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K방산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K방산 수출 전략 한계 드러냈나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의 해군력 증강과 더불어 향후 50년간 잠수함을 포함한 조선산업에서의 전략적 동맹 파트너를 찾는 사업이기도 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국은 경쟁자 중 유일하게 정비 인프라, 유지보수 센터 구축 등의 산업협력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잠수함 대금에 대한 국내 금융권 보증도 100% 수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가 장보고Ⅲ-배치Ⅱ를 구매한다면, 실질적인 재정 지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폴란드는 발트해를 사이에 둔 인접국 스웨덴을 선택했다. 폴란드 요구도와 신뢰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얕은 수심에서도 해저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복잡한 해저 구조에서 적절한 기동성과 은닉성을 유지하면서 장기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발트해에서 활동하는 독일 TKMS의 212A, 스웨덴 사브의 A26 잠수함은 2000t급 수준이다.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최종 승자가 된 A26은 발트해가 주 작전구역인 스웨덴에서 개발했다.
발트해 특성을 반영해서 복잡한 해저지형에 최적화된 설계가 강점이라고 사브는 소개하고 있다. 스텔스 성능과 저소음 운용으로 적의 탐지를 회피하기 쉽고, 복잡하고 비좁은 해역에서도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장보고Ⅲ-배치Ⅱ의 수상배수량은 3600t. 오르카 프로젝트 후보 기종 중 가장 크다.

유력 후보이자 세계적 함정 수출 업체인 프랑스 나발 그룹도 폴란드 요구도를 맞추려면 스콜펜급 잠수함 개조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 프로젝트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신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막대한 규모의 대금이 오가는 방산 거래에선 대외적 신뢰도도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
유럽은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역내 구매 우선 제도) 기조 속에서 방산 블록화를 강화하며 역내 구매국에 다양한 산업·재정·군사·기술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 폴란드도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 역내 국가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한국산 FA-50 경공격기를 폴란드에 수출할 때, 폴란드 요구에 맞게 개량한 FA-50PL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36대를 순차적으로 납품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가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FA-50PL이 모습을 드러내 시험비행을 하는 모습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급 시점을 조정하는 수정 계약 논의는 가능하지만, ‘납품 일정을 지키는 K방산’에 대한 인식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폴란드 예산 사정도 달라지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유럽연합의 유럽안보조치(SAFE)에 따른 무기조달 기금 1500억 유로(254조7000억원) 중 437억 유로(74조1800억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27일 밝혔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200억 유로(34조원) 상당의 예비비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무기 구매와 방위산업 진흥에 쓸 거액의 예산을 마련한 셈이다.

오르카 프로젝트 과정에서 스웨덴은 폴란드 방산기업 PGZ와의 협력을 통해 잠수함의 일부 설계·제조·유지보수를 폴란드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을 약속했다.
폴란드는 A26 잠수함 일부 부품을 국산화하고, PGZ는 주요 하청업체로 참여한다.

캐나다는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진행중이다. 계약비용(최대 20조원)과 향후 30년간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이를 수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경쟁했던 독일 TKMS(212CD 잠수함)와 한국의 장보고Ⅲ-배치Ⅱ가 CPSP 최종 후보에 올랐다.
독일은 사업 수주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독일 해군은 록히드마틴 캐나다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수상함 전투체계(CMS 330)를 구매하기로 했다. CMS 330는 캐나다 해군 핼리팩스급 호위함에 사용된 것이다.
독일은 지금까지 유럽산 수상함 전투체계만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캐나다 제품을 구매했다. 방위산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캐나다 CPSP 사업 절충교역을 충족하면서 캐나다 정부에 정치적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양국 해군이 같은 전투체계를 사용함으로써 한층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는 효과도 있다.
독일이 캐나다 봄바디어 비즈니스 제트기 18대를 구매하고, 우주·에너지 등에서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은 지난해 7월 캐나다, 노르웨이와 함께 북대서양 해상 안보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3자 파트너십에 서명한 바 있다.
독일이 노르웨이와 함께 만든 212CD 잠수함은 스텔스 설계와 더불어 북극 해역의 극한 환경에서도 작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나토 표준 시스템과 완전히 호환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갖춘 셈이다.

잠수함을 파는 만큼 캐나다산 무기나 민수제품을 구매하거나 공동개발·투자를 진행하고, 캐나다와 함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을 추진하는 등의 안보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장보고Ⅲ-배치Ⅱ를 북극 환경에 맞게 개량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 트렌드에 맞는 장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최신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요가 낮은 개발도상국 시장에만 머물 위험이 있다.
함정 탑재 레이더를 비롯한 센서와 전자장비 수출 실적 확보도 시급하다. 해외 판매 이력을 갖춰야 국산 장비로 채워진 함정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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