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가 AI 시장을 흔들었다… TPU로 챗GPT 성능 압도

"챗GPT 구독 취소하고 넘어가겠다."
구글의 새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3.0'을 써본 사용자들의 반응이다. 구글은 '제미나이 2.5' 출시 이후 8개월 만인 11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제미나이 3.0을 공개하면서 오픈AI 'GPT-5.1' 등 다른 어떤 하이엔드급 AI 모델보다 벤치마크 지표가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사용자들도 이런 성능 개선을 체감한다며 호평을 내놓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까지 제미나이 3.0에 위기의식을 드러내면서 오픈AI가 3년간 지켜온 '인공지능(AI) 주도권'을 구글에 넘겨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미나이 3.0은 '오픈AI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던 구글이 절치부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복합 추론, 멀티모달 등 모든 면에서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 가장 어려운 AI 벤치마크(박사학위 수준의 추론 능력 평가)로 불리는 '인류 마지막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 37.5% 정확도를 보이며 GPT-5.1(26.5%)을 넘어섰다. 각각 텍스트·이미지 혼합, 영상 기반의 전문 지식 문제를 해결하는 멀티모달 벤치마크 'MMMU-Pro' 'Video-MMMU'에서도 제미나이 3.0은 모두 최고점(81%, 87.6%)을 획득했다. GPT-5.1은 76%, 80.4%였다.
제미나이 3.0, 주요 벤치마크 최고점
공개 당일 곧바로 검색과 제미나이 챗봇 등에 적용된 제미나이 3.0은 '현존하는 가장 똑똑한 AI 모델'이라는 구글의 설명이 단순 홍보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요청에 대한 고품질 답변이 그 예다. 11월 25일 기자가 "가을에 은행나무 잎 색이 노랗게 변화하는 과정을 서정적인 인터랙티브 화면으로 만들어달라"는 동일한 요청을 했을 때 제미나이 3 Pro와 챗GPT 코딩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다.제미나이 3.0은 '가을이 물들다'라는 제목으로 푸르던 여름의 은행나무 잎이 가을에 노랗게 물들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정교한 인터랙티브 화면을 구성한 것은 물론, 그것에 맞는 서정적 내레이션 자막을 덧붙였다. 반면 GPT-5.1은 노란 은행잎이 계속해서 흩날리는 단일한 동작 화면과 '바람결에 천천히 노랗게 번지는 시간'이라는 하나의 자막만 제시했다. 제미나이 3.0이 적용된 이미지 생성형 AI '나노 바나나 프로'도 최근 포토샵 수준의 합성, 깨짐 없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구글 AI 생태계 확장 수혜"
구글의 또 다른 성과로 평가받는 것은 텐서처리장치(TPU) 사용이다. 제미나이 3.0 개발 과정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활용되지 않았다. 추론 '가성비'를 높인 자체 TPU 칩으로 AI 모델 성능 개선을 이뤄내면서 엔비디아 GPU와 비교해도 연산 속도 등이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구글은 TPU 외부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메타가 구글 TPU 도입을 검토 중이며, 향후 빅테크의 '탈(脫)엔비디아'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오픈AI GPT 모델과 엔비디아 GPU가 주도하던 AI 시장이 구글 제미나이 모델과 구글 TPU 생산을 담당하는 주문형반도체(ASIC) 기업 브로드컴 쪽으로 축을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증시에도 이 같은 AI업계 지각변동이 반영되고 있다. 11월 24~25일 이틀간 알파벳(구글)과 브로드컴(종가 기준) 주가가 각각 8%, 13% 가까운 상승을 나타내는 동안 엔비디아는 3%가량 하락했다.
엔비디아 측은 시장 반응을 의식한 듯 이날 X(옛 트위터) 공식 뉴스룸 계정에 "구글의 성공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선 유일한 플랫폼이며, 특정 AI 프레임워크나 기능에 맞춰 설계된 ASIC보다 더 뛰어난 성능, 범용성, 대체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앞서 "구글은 여전히 우리 고객이며 제미나이 또한 GPU에서 구동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은 제미나이 3.0 학습에 TPU를 사용했으나 GPU의 높은 보급률과 각종 장점을 고려해 사용자 서비스 시에는 TPU와 GPU 양쪽에서 모두 작동하도록 멀티 플랫폼 전략을 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엔비디아의 지배력에 도전하면서 AI 산업이 분열됐다"고 분석했다. 둘로 갈린 AI 시장은 국내 반도체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구글-브로드컴 중심의 생태계 변화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구글은 자체 개발한 AI 추론 칩 TPU를 통해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직 계열화에 성공해 자체 클라우드 서버용으로만 쓰던 TPU를 외부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엔비디아 GPU 공급망 의존도가 점차 축소될 전망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구글 TPU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브로드컴을 대상으로 메모리 공급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라 향후 구글 TPU 생태계 확장 시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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