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비추는 거울’ 한국 디자인의 역사

디자인의 중요성은 사물,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파트와 같은 주거 시설, 대규모 복합 문화시설, 공공기관의 외관이 주는 디자인 요소는 첫인상을 좌우한다.
뿐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디자인’과 연관돼 있다. 공원, 녹지 같은 공간에도 디자인적인 요인이 투영돼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가격, 색상, 디자인 등이다. 디자인은 기술적인 면, 기능적인 면을 압도할 만큼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아무리 성능이 좋고 기능이 우수하다 해도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못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저자는 지식재산처의 김종균 상표·디자인 심사관이다. 그는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대디자인 큐레이팅 전공으로 런던 킹스턴대에서 예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 기획에 참여했으며 ‘모던 디자인’ 등 다수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디자인’을 고민했던 시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였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게임을 준비하면서 정부는 차별적 요소를 지닌 ‘한국성’이 필요했다. ‘한국적’ 이미지는 그동안 민족적 이데올로기에 무게중심을 뒀던 디자인계에 새로운 변화를 견인하는 동인이었다. 모방에 치중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서구와 다른 독자적 스타일과 한국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저자는 오방색에서 파생한 단청, 색동저고리는 ‘한국성’, ‘한국적 디자인’의 주요한 요소라고 봤다. 전통 질서와 의미에 모더니즘적 해석을 한 흐름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났고 서울올림픽은 주요한 분기점이었다.

이전 시대인 70년대에는 전통의 상징들이 국가 이념을 시각화하는 도구로 차용됐다. 박정희 정권의 ‘한국적 정체성’은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윤됐다.
정부의 독점적 전매 분야인 담배 명칭만 봐도 그런 경향성이 두드러졌다. ‘무궁화’, ‘진달래’ 등 서정적 이름이 ‘재건’, ‘충성’, ‘거북선’ 등으로 바뀐 면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주택개량, 미신 타파 운동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국다움’은 새로 고안된 규범으로 작동했다.
근대 디자인이 도입된 시기는 해방 이후 미국과 미군정에 의해서다. 특히 6·25와 복구 과정 중에 유입된 구호물품은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산업 기반이 파괴된 궁핍의 일상에서 미국 문화와 제품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결과적으로 디자인은 ‘미국화’ 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탈냉전시대인 1990년대는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시기였다. 디자인 전문 회사들이 등장했으며 디자인이 첨단 제품과 지식정보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획일화된 전통 묘사 방식에서 탈피한 다양한 양상의 문화 정체성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산업 논리로만 바라보던 디자인 담론을 문화나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 디자인은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디지털 시대 SNS 등과 맞물려 한류는 세계로 확산돼 한국 문화산업 성장을 견인했다.
<안그라픽스·4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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