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근처 총격전 현장, 총알 흔적 그대로…성조기와 꽃다발만 덩그러니[현장]

정유진 기자 2025. 11. 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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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관통한 화분·깨진 버스정류장
급박했던 총격적 당시 상황 보여줘
총격 당한 20대 여성 대원 결국 사망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총격전이 벌어진 패러것 웨스트 지하철역 앞. 이곳은 백악관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이다. 워싱턴| 정유진 특파원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패러것 웨스트 지하철역 앞을 찾았다. 이곳은 전날 오후 2시15분쯤 총격전이 벌어져 주 방위군 2명이 중상을 입은 곳이다. 사건 발생 직후 한동안 접근이 차단됐던 이곳은 이날 오후 통제가 해제돼 있었다.

워싱턴 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주 방위군 3명이 순찰을 하고 있을 때 용의자가 앞쪽 모퉁이를 돌아 나오며 총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다른 대원들이 맞대응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용의자도 부상을 입고 체포됐다.

현장에는 당시 십수 발의 총탄이 오갔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버스정류장은 가운데 유리가 깨져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수사 당국은 “주 방위군 중 한 명이 버스정류장 유리 뒤로 몸을 피했다가 총격전 과정에서 깨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옆의 화분에도 총알이 관통해 빠져나간 구멍이 보였다. 그 뒤의 화분은 아예 부서진 상태였다. 또 다른 화분 위에는 누군가가 총상을 입은 대원들의 쾌유를 빌며 놓고 간 두 개의 꽃다발과 성조기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놓고 간 성조기와꽃다발.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현장에서 중계 중인 기자들. 추수감사절인 이날, 거리를 오가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사방에는 기자들 뿐이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그러나 시민들의 간절한 기원에도 총격을 당한 20세 여성 대원 사라 벡스트롬이 이날 결국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벡스트롬의 아버지는 뉴욕타임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딸의 손을 잡고 있다. 치명상으로부터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대원 앤드루 울프(24) 역시 여전히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웨스트버지니아 소속 주 방위군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 주 방위군을 배치하기 시작한 지난 8월부터 이곳에 파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벡스트롬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 총격범을 ‘괴물’이라 표현했다. 이어 “그의 잔혹 행위는 미국에 입국하고 체류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가 안보 우선순위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앤드루 울프와 사라 벡스트롬. AP연합뉴스

용의자는 아프간 출신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29)으로 확인됐다. 그는 아프간군에서 10년 간 복무하며 미 특수부대와 함께 작전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2021년 미군이 철수할 때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미국 입국이 허용됐다.

워싱턴 검찰에 따르면 그는 미 서북부 워싱턴주에서 아내 및 자녀 5명과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 범행을 위해 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해 워싱턴까지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반이민 정책 강화에 나섰다. 조세프 에들로 미 이민국(USCIS) 국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는 모든 ‘우려 국가’ 출신 모든 외국인의 모든 그린카드(영주권)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고 적었다. ‘우려국가’는 아프간 외에도 리비아·이란·아이티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한 19개국이다.

아울러 국토안보부(DHS)는 이와 별개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한 모든 망명자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리샤 맥래플린 DHS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의 망명 신청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 아래 승인된 모든 망명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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