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용산국제업무지구 12년만에 ‘첫삽’… 인근 단지 기대반 우려반
서부이촌동 일대 주요 단지 신고가
중산시범아파트, 3개월 만에 호가 4.4억↑
“PF 침체, 임차 수요 확실치 않아” 신중론도

“용산은 한때 대한민국 도시개발의 가장 원대한 꿈을 품었던 곳입니다. 그러나 2013년 사업 무산 이후 10년 동안 멈춰 서 있어야 했습니다. 오늘은 서울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자리입니다. 51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6000가구의 주택 공급, ‘직주락(직장·주거·여가)’이 융합된 미래형 도시 구조의 용산을 통해 서울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열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용산 노른자땅 위 10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는 옛 용산정비창 일대 허허벌판에서 오 시장은 “반드시 해내겠다”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말을 거듭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07년 당시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최대 개발 사업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2013년 좌초했다. 이후 오 시장이 2022년 다시 서울시장 자리에 오른 후 표류하던 사업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사업 구역은 용산정비창 일대 45만6000㎡(약 13만8000평)으로 업무, 상업, 문화, 여가, 주거 등 복합 기능을 갖춘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거점을 조성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민간이 부지를 매입해 통째로 개발하려던 과거와 달리,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이 12조원가량을 투자해 부지·인프라를 조성한 뒤, 민간이 구역을 쪼개 각 필지를 분양받아 개발하는 식이다. 리스크가 분산된다는 점에서 사업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지 분양은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재추진 소식에 가장 먼저 들썩인 것은 용산정비창 부지와 맞닿아 있는 서부이촌동이다. 앞으로 배후 주거 단지로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부이촌동은 과거 개발 추진 땐 사업 구역에 포함됐던 지역이기도 하다. 용산구 이촌2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11년 기공식 땐 아주 난리였다. 전화가 불통이었다. 집도 안 보고 산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며 “이젠 규제지역이라 실거주를 해야 해 그때만큼 문의가 많진 않지만, 개발 기대감에 매물을 찾는 이가 많다. 인근 주요 단지는 하반기 들어 계속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지어진 지 55년이 된 서부이촌동의 중산시범아파트 전용 59㎡(7층)는 현재 15억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지난 8월 17일 10억6000만원(2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개월 만에 호가가 4억4000만원 올랐다. 중산시범아파트는 서울시가 아파트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임대부주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있다. 바로 옆 이촌시범·미도연립도 시유지 매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와 대로 하나를 두고 있는 원효로4가 일대도 마찬가지다. ‘용산르엘’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산호아파트는 전용 46㎡(13평)가 이달 초 17억원(1층)에 거래됐다. 지난 7월 14억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억원이 급등했다. 인근 산천동 일대 대단지 리버힐삼성, 도원래미안 아파트도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용산구 산천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기대감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다.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인근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는 점도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제 막 사업 초기 단계인만큼 오 시장이 그린 청사진처럼 성공적으로 완공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 투입이 필요한 개발 사업에 뛰어들 사업자가 많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이 경색돼 있어 서울 시내에도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다”라며 “비싼 땅값을 치르고 빌딩을 올렸는데 임차 수요가 없을 경우 수익이 안 날 수도 있어, 리츠나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사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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