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서해 피살 공무원’ 재판에도 영향 미치려 하나

감사원 쇄신 TF(태스크포스)가 2022~2023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감사 보도자료에서 군사기밀이 누설됐다며 당시 사무총장 등 7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우리 공무원을 월북자로 몰기 위해 증거를 은폐·왜곡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자료에 군 기밀 유출이란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증거 은폐·왜곡이라는 본질적 사실을 뒤집을 수 없으니 ‘기밀 유출’이라는 지엽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것이 기밀인지도 의문이다. TF는 당시 감사원 보도자료의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은 한자 적힌 구명조끼 착용’ ‘팔에 붕대’ 등이 군 감청 기밀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행법상 군사기밀은 “누설 시 국가 안보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고 규정돼 있다. 작년 말에도 민주당은 감사원장 탄핵 소추 사유에 ‘군 기밀 누설’을 집어넣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한자·붕대 등이 “군사비밀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기각했다.
군은 2020년 9월 서해에 빠진 공무원이 북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청와대는 이를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시간 후 우리 공무원은 북한군에 사살·소각됐다.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한다. 문 정부는 ‘북한군 발견 때 구명조끼 착용’ ‘월북 의사 표시’ 같은 첩보를 공개하며 자진 월북이라고 했다. 부실 대응 등을 숨기려고 ‘월북 몰이’를 할 때는 관련 사항을 공개해도 되고, 피살된 국민의 억울함을 밝히려는 자료는 ‘기밀 누설죄’가 되나.
감사관 40여 명이 모인 TF도 기밀 누설 고발의 무리한 측면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해 피살’ 감사 결과에 흠집을 내려는 것은 결국 다음 달 예정된 이 사건의 1심 선고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사건을 은폐하고 자진 월북으로 몰고 간 혐의로 서훈 전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한 상태다.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은 “(현 정권이) 재판의 결과를 압박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각종 압박 시도를 물리치고 법과 양심에 의해 판결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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