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K참교육’의 씁쓸한 역설
해외여행이나 해외 생활을 주제로 한 유튜브 콘텐츠의 단골 주제는 ‘인종차별 참교육’이다. “어학연수 중 인종차별 당해서 참교육 시전” “인종차별은 못 참지, 참교육 영상” 같은 제목으로, 댓글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아직도 만연한 인종차별에 분노하거나 해당 국가 언어로 인종차별주의자(?)를 쏘아붙이는 유튜버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마찬가지로 비슷한 심정이었다. 혹시라도 저런 상황을 마주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리고 일종의 ‘사이다’ 한잔 마신 듯한 기분에 더해 남는 씁쓸함.
최근 한국 스포츠에서도 인종차별 논란이 컸다. 프로축구 K리그의 올 시즌 우승팀 전북현대의 아르헨티나 출신 타노스 코치 사건이다. 발단은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그는 지난 8일 경기 중 주심에게 항의하면서 두 눈에 양 검지를 대는 동작을 했다. 행위는 하나인데 주장은 엇갈렸다. 한국인 심판은 자신에 대한 인종차별로 판단, 상벌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타노스 코치는 “심판이 핸드볼 반칙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며 판정에 항의하는 취지로 두 눈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은 타노스 코치에게 ‘출장 정지 5경기, 제재금 2000만원’. 아시아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의 ‘눈 찢기’, 즉 인종차별 행위로 본 것이다.
타노스 코치는 이후 구단을 통해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과 일하며 그들의 문화, 인종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없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왔고 이를 축복으로 여겨왔다”며 “그러나 지금의 저는 지속적으로 해명한 모든 상황의 맥락, 문화적 표현과 의미를 무시당한 채 단 한 번 오해로 ‘자칭’ 권위자들에게 인종차별 행위자라는 오명을 입게 됐다”고 했다. 그는 결별을 선언했다. “저의 삶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축구인으로서 안전하고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있는 곳에서 계속되어야 하기에 슬픈 마음을 안고 이번 시즌 종료 후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인 것이다.

인종차별 행위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게 맞지만, 눈 가까이에 손가락을 가져갔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 행위로 본 것이야말로 선입견이 깔린 차별이 아닐까 싶었다. 구단이 “타노스 코치가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기억이 쓰라린 아픔으로만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현재 그에게 한국은 ‘국적과 인종에 따라 안전하지 않은 곳’ ‘법 앞의 평등이 없는 곳’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한국 프로야구에도 ‘아시아 쿼터’를 도입해 외국인 선수가 늘어난다. 프로농구에선 이미 같은 제도를 통해 많은 필리핀 출신 선수가 뛰고 있다. 하지만 선수 영입, 활약을 알리는 기사에는 여전히 수식어 ‘용병(傭兵)’이 따라붙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20년 용병과 같은 차별적이고 품격이 낮은 단어를 ‘외국인 선수’처럼 중립적 표현으로 바꾸자고 했지만 제자리다. ‘한국에서 인종차별 참교육’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난 지금, 인종차별 문제와 기준에 대해 깊은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우리의 잣대만 들이댈 때, 이른바 ‘K참교육’은 자멸의 비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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