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하나에요"… 다문화 축제로 빛난 경남의 가을

이수빈 기자 2025. 11. 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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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 열린 스무 번째 MAMF
31만 명이 만든 '세계의 거리'
몽골 게르 부스 방문객 이목
전통 의상 체험·공연 등 다양
지난달 26일 창원 중앙대로에서 몽골의 맘프 거리 행진이 펼쳐지고 있다. / 경남이주민센터

지난 10월 24일 오후, 창원 용지문화공원에는 이국적인 음악이 울려 퍼졌다. 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색색의 전통의상을 입은 시민과 이주민들이 곳곳에 모여 사진을 찍고, 세계 각국의 언어가 뒤섞인 활기찬 말소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20번째 생일을 맞은 문화다양성 축제 '맘프(MAMF, Migrants(이주민) Arirang(아리랑) Multicultural(다문화) Festival(축제)) 2025'가 팡파레를 터뜨렸다.

따뜻한 하모니로 펼쳐진 개막식

오후 6시 30분, 용지문화공원 메인무대. 해가 지고 난 뒤에도 무대 앞은 이미 수천 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조명이 켜지고, 창원다문화소년소녀합창단 '모두'가 등장하자 공원은 정적에 휩싸였다. 맑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어진 합창은 '다름을 잊고 다음을 잇다'는 슬로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어 박완수 경남도지사, 장금용 창원특례시장 권한대행, 이정미 문체부 문화정책관, 그리고 수헤 수흐볼드 주한 몽골대사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몽골 대사가 아리랑을 언급하며 "문화는 사람을 잇는 다리"라고 말하자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개막 공연에서는 이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한국인 참가자들과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축제의 첫 장을 열었다. 이어진 강홍석·전통연희단 꼭두쇠·몽골 마두금 오케스트라·이승환 밴드의 무대는 공원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드럼 비트와 마두금의 선율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순간, 축제는 '하나의 세계 도시 창원'을 완성해냈다.
네팔 거리 행진 모습. / 경남이주민센터

창원 중앙대로, '세계의 거리'로

축제 이튿날인 25일, 용지문화공원은 더 북적였다. 먹거리 트럭에서 풍기는 다양한 냄새, 여러 나라 언어가 오가는 활기찬 대화, 특정 국가의 리듬이 흘러나오는 스피커까지… 이곳은 단순한 축제장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작은 지구촌이었다.

특히 올해 주빈국 몽골 부스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하얀 게르(전통 이동식 가옥)가 공원 한복판에 세워져 있고, 그 옆에서는 '나담 축제'를 연상케 하는 몽골 씨름 시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씨름꾼들이 양팔을 벌리고 둥글게 돌며 의식을 시작하자 어린아이들은 넋을 잃고 바라봤다.

게르 안에서는 몽골 차와 치즈를 맛보려는 시민들로 만석이었고, 전통의상 델을 입어보는 체험 부스에서는 연신 카메라 소리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비행기표 없이도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3시 30분, 창원 중앙대로는 말 그대로 '세계의 거리'였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남미 6개국 등 총 21개국 2000여 명이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깃발이 휘날리고, 전통 타악이 거리를 울리며 참가자들이 모국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시민들이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고향의 노래와 리듬을 나누는 모습은 마음을 벅차오르게 했다.

해군 군악대의 힘찬 연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단의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퍼레이드의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해가 지고 난 뒤 열린 월드뮤직 콘서트에서는 네팔·미얀마·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9개국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석 앞에서 국가를 초월한 '음악의 연대'를 보여줬다. 공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 콘서트장이 됐다.
태국 거리 행진 모습. / 경남이주민센터

맘프 20년, 그리고 앞으로의 20년

창원은 사흘 동안 국경을 넘어선 따뜻한 연대의 장이었다. 올해는 규모·참여·국제성 모두에서 '역대급'이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맘프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사흘간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은 연인원 31만 명으로, 지난해 기록(29만 명)을 넘어섰다. 단일 행사로는 '도시에서 떠나는 세계 여행' 체험이 3만 7500명이 참여했고, 퍼레이드에는 수만 명이 운집했다.

눈에 띈 것은 직접 참여한 해외 인원이었다. 11개국 300여 명의 해외 방문객을 비롯해 100여 명의 해외 공연단이 창원을 찾았다. 또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취재단 20여 명 파견했으며 몽골·캄보디아·방글라데시·네팔 등 대사관 부스를 운영했다.

이철승 맘프 집행위원장은 "이제 맘프는 내·외국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를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축제로 향하고 있다"며 "올해 축제는 다음 20년을 향해, 다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0주년 맘프는 그야말로 '다름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창원'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축제 현장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춤을 배우고 음식을 나누고 리듬을 따라 손을 흔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맘프 시민', 그리고 세계 시민이었다.

2025 경남다문화교육박람회

36개 전시·체험부스 등 마련

다른 문화 배우는 열린 교실
지난 9월 26일 김해 연지공원에서 열린 '2025 경남 다문화교육박람회' 개막식. / 경남교육청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난 9월 26일 오전, 김해 연지공원에는 이른 시간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다 같이 배우고 다(多)가치 기르는 어울림 교육'을 주제로 열린 '2025 경남 다문화교육박람회'가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경남교육청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이틀간 36개의 전시·체험 부스와 공연, 특강 등이 어우러지며 수천 명의 방문객이 함께한 지역 축제로 꾸며졌다.

오전 10시 30분, 개막식이 시작되자 공원 전체가 이국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무대에서는 국악 장단이 울려 퍼졌고, 뒤이어 다문화 합창단이 한국어와 각국 언어로 된 노래를 이어가자 관람객들이 박수를 맞췄다.

특히 필리핀·베트남·몽골 출신 학생들이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손을 맞잡고 등장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무대로 모였다. 전통 자수와 색감이 빛나는 의상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학생들의 환한 표정은 그 자체로 공존의 메시지였다.

공원 곳곳이 '세계 마을'로

박람회장의 중심은 단연 체험 부스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다른 나라 언어, 냄새, 색깔들이 뒤섞여 작은 국제도시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베트남 쌀국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는가 하면, 바로 옆에서는 멕시코 타코를 굽는 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중국 서예 부스에서는 아이들이 붓을 잡고 서툴게 획을 그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태국의 꽃 장식 체험 부스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조심스레 꽃을 엮는 모습이 정겹게 비쳤다.
'2025 경남 다문화교육박람회' 김해 합성초 부스 모습. / 합성초

가장 긴 줄이 늘어선 곳은 '세계 의상 체험' 부스였다. 초등학생들이 한복·기모노·사리·아오자이를 번 갈아입고 사진을 찍으며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박람회장의 분위기를 밝게 했다.

몽골 전통 윷놀이 체험과 아프리카 드럼 연주 체험도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이 두드리는 드럼 소리에 주변에서 덩달아 박수를 맞추며 현장이 하나가 되는 순간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무대 프로그램도 박람회의 흥을 더했다. 몽골 전통 춤은 경쾌한 박자에 맞춰 관람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필리핀 민속 공연과 아프리카 드럼 퍼포먼스는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다문화 감수성 교육' 특강에서는 전문가가 실제 청소년들이 겪는 편견 사례를 소개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교육적 대안들을 제시해 학부모와 교사들의 공감을 얻었다. 다문화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다름 속의 하나 됨'을 노래하며 관람객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열린 배움 현장

박람회장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열린 교실이었다. 학생에게는 세계를 경험하는 시간, 학부모에게는 자녀와 소통하는 기회, 교사에게는 새로운 교육 실천의 영감을 제공했다.

현장을 찾은 학생들은 "세계가 더 가까워졌어요"라며 체험 소감을 잇따라 전했다. 한 중학생은 "책과 인터넷에서만 보던 세계 각국의 문화를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고 만들어보니 정말 흥미롭다"며 "여러 나라의 민속공연과 춤 관람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 다문화 가정 학생은 "친구들에게 제 나라 전통놀이를 알려줄 수 있어 기뻤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요즘 다문화라는 말은 우리 가까이에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체험하고 느낄 기회를 갖긴 힘들다"며 "아이에게 다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을 자연스럽게 심어줄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만족감을 보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실 수업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다문화 감수성을, 아이들이 몸으로 체험하며 배운 아름다운 학습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다문화교육은 미래 사회의 협력 역량을 키우는 핵심 교육"이라며 "이 행사가 지속 가능한 다문화교육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실천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박람회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이주배경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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