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m 개발 욕망에 사라져가는 청계천 사람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에 서울시가 최고 145m 높이의 초고층 건물 건설을 허용하는 재개발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개발의 초시계 앞에 놓인 '청계천 골목'은 우리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청계천 구역 재개발로 2023년 금속공구 골목까지 무너지자 예전 같은 모습의 청계천 골목 사람들을 만나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토스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에 서울시가 최고 145m 높이의 초고층 건물 건설을 허용하는 재개발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에 선 곳은 197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세운상가다. 이미 건물이 낡아 20여 년 전부터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진척이 없던 와중에 대법원이 서울시 손을 들어줘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취소 우려’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의 반발과 2026년 지방선거 구도까지 맞물려 복잡한 상황이다.
이처럼 개발의 초시계 앞에 놓인 ‘청계천 골목’은 우리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민소매에 작업의 흔적이 묻은 장갑을 낀 채 카메라를 향해 환히 웃어주던 용접공, 겨울비를 맞으면서 일거리를 기다리던 리어카꾼, 일하러 간 부모를 기다리며 함께 어울려 놀던 어린이들,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가게 안에서 책을 읽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공구상까지. 오랜 시간 그들은 청계천의 주인이었다.
1988년 대학 사진과에 입학하면서 어릴 적 살던 청계천변 숭인동 옛집을 우연히 들렀다가 본 옷시장과 공구 골목 안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을 틈틈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0대 중후반이 되어 찾은 청계천에서 비로소 청계천 사람이 된 나를 마주쳤다. 공구상의 부속품, 미싱가게와 공업사, 의류가게, 노점상의 사람들과 더불어 청계천 골목 안을 기록하는 구성원이 된 기분이었다. 그제야 행동거지나 눈빛이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게 되고 같은 동네 식구로서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청계천 구역 재개발로 2023년 금속공구 골목까지 무너지자 예전 같은 모습의 청계천 골목 사람들을 만나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운명처럼 만난 청계천 골목길과 사람 풍경을 담은 이래로 37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최근엔 청계천 사진 수만 점 가운데 65점을 추려 전시회를 열고 책으로 묶었다.
이제 목전에 온 개발 압박에 청계천에 아로새겨진 우리 시대 인간 군상의 희로애락이 조만간에 사그라질지 모를 일이다. 남은 사진 속 청계천 골목에 비친 그들의 모습이 그래서 더 애틋하다.
사진·글 이한구 사진가
*이한구 사진가는 한국의 특정 지역과 집단, 인물에 대해 미학적인 면과 기록을 중시하며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병영생활상을 감각적으로 찍은 ‘군용_Military Use’로 2015년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5’에 선정됐다. 도시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서울 청계천 지역의 삶과 풍경을 1988년부터 2023년까지 35년 넘게 찍어 ‘깊고 더럽고 찬란한_청계천 1988~2023’으로 선보였다.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 [단독]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익, 민간업자 ‘한호건설’이 쓸어간다
- “1등급 유지하려 ‘배달노예’ 돼야” AI 노동착취 ‘로드러너’ 도입 철회하라
- “얇은 철판만 남기고 이렇게까지 취약화를 했을까” 전문가도 탄식한 철골 상태
- 철저히 잊힌 15만 명의 죽음
-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이 담지 못한 것
- 나경원 의원님, 인사말 말고 봉사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 ‘아이패드는 누구 줄까’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 공수처, 지귀연 술자리 결제액 170만원 초과 정황 확인
-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들, 너희마저…
- 증인 선서 거부? 판사 출신 ‘내란범’의 무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