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300만 도시 인천의 품격은 수변 접근성에서 시작된다

지난주 '친수공간 조성' 전문가 포럼에 토론을 위해 부산을 다녀왔다. 인천과 부산은 모두 인구 300만의 항구도시지만, 도시의 구조와 분위기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포럼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려, 노르웨이 오슬로의 친수공간 사례를 살펴본 뒤 부산이 지향하는 도시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오슬로의 수변도시는 '바코드 시티(Barcode City)'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건물군이 바코드를 연상시키는 데서 붙은 이름이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외형을 넘어선다. 오슬로는 이곳을 중심으로 청년층을 위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유럽의 대표적 스타트업 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T기업의 북유럽 본부가 수변공간에 입지하면서 오슬로의 첨단도시 이미지는 한층 강화되었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오슬로시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전략이 있었고, 앞으로도 향후 20년간 친수공간 개발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 한다.
부산의 친수공간 비전을 접하며 '인천보다 앞서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부산의 수변공간은 접근성이 뛰어나 시민들이 바다를 더욱 가까이 누릴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걷고·쉬고·조망하고·즐기는 말 그대로 '친밀한 공간'이라는 느낌이었다. 특히 부산역 10번 출구에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북항 친수공간까지 하늘길로 이어지는 보행 동선을 보며, 인천은 왜 이런 발상을 하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부산은 역세권이 도시 활력을 견인하는 반면, 같은 300만 도시인 인천은 아직 제대로 된 역세권 형성이 미흡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인천의 친수공간을 돌아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곳곳에 드러난다. 월미도, 연안부두, 화수부두 등 대표적 수변공간 모두 접근성이 떨어진다. 어느 곳도 지하철과 연결되지 않아 시민들이 찾기 어렵고, 역세권과 연계되지 못해 복합 도시공간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만약 이곳이 부산이었다면,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시민이 걷기 편한 하늘길을 통해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천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나? 우선 인천역 일대의 역세권을 제대로 조성하고, 연안부두-월미도-화수부두를 잇는 지하철을 하루빨리 놓아야 한다. 접근성이 갖춰져야 시민이 찾고, 시민이 찾아야 활력이 생기며, 그 활력을 기반으로 창업과 스타트업 활동이 창출될 수 있다. 300만 도시의 경쟁력은 단순한 인구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찾고 머물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수변공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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