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민관군 체육행사를 백령의 대표축제로

필자가 어렸을 때 어린이날인 5월5일 백령도에선 큰 행사가 열리곤 했다. 백령도에 주둔하던 해병대6여단장배 초등학교 축구대회였다. 그 당시 백령도는 물론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축구 열기가 대단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주최하는 박스컵대회가 있었고 백령도에선 "차범근 달려라, 이회택 떴다 떴다, 김재환 헤딩 슛 골인"이란 노래도 유행했다. 해병대6여단장배 초등학교 축구대회엔 백령, 남포, 북포, 사곶, 관창, 두무진 등 백령도의 초등학교와 분교에 대청초등학교를 비롯해 섬 주민 전체가 참가했다. 그날만큼은은 백령섬 전체가 들썩들썩했다.
1980년~2000년 초까지만 해도 백령도의 문화행사를 겸한 체육행사는 꽤 규모 있게 진행됐다. 면민들과 해병 6여단 군인 등 1만여 명이 하나가 되는 민관군 체육대회였다. 이때는백령도뿐만만 아니라 이웃한 섬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도 참여해 서해5도 축제로 확장되곤 했다. 축제의 함성이 백령도에서 8㎞ 떨어진 월래도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지난 가을에도 체육행사가 열리긴 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종목도 적었고 참석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 옛날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과한 함성과 웃음소리는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백령도는해상교통 여건과과정주 환경이이 열악한 섬이다. 당장 먹고살기에 바쁜 와중에 문화체육행사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체육 여건이이 형편없는 백령도의 현실을 본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백령도에선 영화 한 편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없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아트센터도 없다. 그렇다고체육시설이 잘돼 있어서 주민들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백령도 사람들이 현 여건에서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던 축제가 민관군체육행사였는데 그마저도 쇠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최전방 백령도의 해병축제를 이제는 변화시켜야 할 때가 왔다. 체육, 문화, 공연 등 종합 예술 축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민관군 체육행사를 예전처럼 활성화하는 동시에 예전 라디오방송국에서 현장을 찾아와 진행하는 국군위문방송 프로그램을 백령도에서 진행하면 좋겠다. 해병 의장대와 군악대 공연을 펼치고 이따금 삼군의장대와 군악대도 초대해 2박3일 정도도 백령도 시내가 떠들썩할 정도로 축제를 펼쳤으면 좋겠다. 이는 백령면민은 물론 군인가족들에게도 유익한 결과를 줄 것이다.
변변한 문화행사 하나 없는 서해 최북단 장병들의 사기와 백령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인천시,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가 촘촘한 계획을 세워주기 바란다. 가을은 꽃게가 많이 나는 계절이다.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꽃게요리를 준비한다면꽃게 축제도도 겸할 수 있지 않겠는가.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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