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민주당의 ‘1인 1표제’…근데 영남권이 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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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1인 1표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청래 지도부가 1인 1표제를 통해 대의원제를 축소하는 안건을 내놓자 당내에선 논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만약 이대로 영남권 안배 없이 1인 1표제가 진행되면 영남권의 과소대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인 1표제 도입에 찬성한다. 취약 지역이 있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라며 "취약 지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의원제가 들어온 건 맞지만 지금 SNS와 디지털 시대에서 (의견 표출을) 다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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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비례 권리당원, 영남 1%도 안돼
득표율보다 의석률 낮아 대표성 왜곡
찬성 “SNS 통한 의견 표출 등 용이”
반대 “시기상조… 우선 가중치 줘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7/dt/20251127180048933usng.jpg)
더불어민주당에서 ‘1인 1표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청래 지도부가 1인 1표제를 통해 대의원제를 축소하는 안건을 내놓자 당내에선 논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대의원제 축소 시 상대적으로 권리당원 숫자가 적은 영남권의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민주당 대의원들이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당을 지켜온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대의원제 보완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인 1표제는 당초 28일 중앙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올 예정이었으나 당내 반발이 심해지자 다음달 5일로 미뤘다. 당 지도부가 이 기간 내에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도부는 대의원 역할 정리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논의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권리당원 비율 호남 7.46%·영남 0.8%… 격차 ‘심각’
1인 1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영남권 지역 안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만약 이대로 영남권 안배 없이 1인 1표제가 진행되면 영남권의 과소대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영남권은 호남권 인구의 약 2.53배이지만 권리당원 비율은 한참 떨어진다. 과소대표는 정당·집단의 득표율보다 의석률이 낮아 대표성이 왜곡된 상태를 뜻한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초 공개한 임시 전당대회 권리당원 수와 같은 달 행정안전부 인구 분포도를 비교하면 호남권(광주·전북·전남)은 전체 인구 490만4758명 중 36만5892명(7.46%)이 권리당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인구는 호남권의 약 2.53배인 1242만5830명이지만 권리당원은 9만9642명(0.8%)에 불과하다.
서울·강원·제주는 1149만7486명 중 24만4268명(2.13%), 충청권(충청북도·충청남도·세종·대전) 556만1740명 중 10만8802명(1.96%), 경기·인천 1676만3177명 중 29만868명(1.74%)이었다. 호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모두가 권리당원 비율이 0%대에서 2% 초반대에 불과하고 영남권은 유일하게 1%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영남권 등 호남권에 비해 비교적 지지세가 약한 지역의 과소대표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영남 지역 등 인구수에 비해 권리당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지역 당원들의 당 활동에 대한 효능감, 자긍심, 소속감 고취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 “대의원제엔 단순한 기득권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 균형과 전국정당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당이 오랜 시간 축적한 전략적 보완장치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당내, 1인 1표제 취지 공감… 비상계엄 1년·지선 등 시기 문제
민주당은 당원주권정당이라는 슬로건 아래 호남 지역 정당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떠안았다. 당내에선 대의원제 축소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찬성 측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추진한 사안이고 대의원제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반대 측은 1인 1표제 취지에 공감하나 지방선거와 불법비상계엄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 모든 이슈가 1인 1표제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완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정청래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1인 1표제를 반대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기에 큰 물줄기는 잡혔다고 본다”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중앙위원회에 임하겠다. 전당대회에서 1인 1표제를 공약했기 때문에 이행할 의무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거론하며 1인 1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1대1로 하려던 방안을 오랫동안 추진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끈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은 2002년 최초로 국민 참여 경선제를 도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당 대선 후보가 됐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대의원 제도를 축소하고 국민주권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맡았을 땐 ‘당원주권정당’을 표방하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1까지 낮춘 바 있다. 당초 1대1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비이재명계(비명계) 등에서 반발을 감안해 절충했다.
당내에선 1인 1표제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영남권 등 당 취약 지역 문제점은 인터넷 등의 발달로 인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인 1표제 도입에 찬성한다. 취약 지역이 있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라며 “취약 지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의원제가 들어온 건 맞지만 지금 SNS와 디지털 시대에서 (의견 표출을) 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둔 시점에서 내란 청산을 주된 의제로 삼아야 하는데 당내 반발이 심한 안건을 꺼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내란 청산에 대한 문제보다 당 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이 대통령 순방 기간 중 해당 안건에 대한 여론조사를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투표율이 16%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도부가 약 90%가 찬성했다는 근거를 가져온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의원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게 도움이 되냐는 의문도 나온다. 영남권에 대한 지역 안배가 약한 상황에서 오히려 내부 세력 이탈이나 사기 저하 등의 문제점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호남과 수도권에만 권리당원 표심이 편중돼 있는데 이쪽에 다 몰아주게 되면 나머지는 포기하는 게 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정당으로서 대표성을 띄어야 하는데 한계가 발생한다. 제도를 도입하려면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선 1인 1표제가 아니라 내란 종식에 신경써야 할 때”라며 “내란특별재판부와 내란특별법, 3대 특검 의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기적 문제와 절차적 문제에 대해선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과 더민주혁신회의 등의 공개 반발이 나온 상황이다. 더민주경남혁신회의는 여기에 더해 “전국정당화 전략이 당 주요 의제에서 멀어진 것 같다”며 “보정 장치 없는 1인 1표제의 즉각적 도입을 재고해달라”고 밝혔다.
1인 1표제가 정 대표의 재선 행보용이라는 비판은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친명계와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당권 재선 행보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 대표는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유동철 수영구 지역위원장과 대립한 바 있다. 유 위원장은 자신이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경선을 치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정 대표 측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3일 페이스북에 “1인 1표만 졸속 처리한다는 식의 말 때문에 오해가 더 생기고 심지어 ‘정청래 재선용’ 음모론이 등장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 뒤 TF에서 더 좋은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영남권만 대의원 20대1 유지”… 제도 개선 필요성 분출
민주당 내부에선 우선 영남권 등 지지세가 약한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 1표제 도입 시 영남권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TF는 이날 첫 회의를 진행하고 내주 초에 의견수렴 총회를 별도로 진행한다. 시도위원장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에 만날 방침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26일 국회에서 최고위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1인 1표 전환에 따른 전략 지역, 당세가 약한 지역 역할을 어떻게 보완하고 지원할지 포함해서 논의하고 결의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1인 1표제에 대한 해법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보완책으론 영남권 취약 지역 배려를 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설왕설래만 있을 뿐 뚜렷한 대안이 없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대표성을 확대 보장하기 위해 중앙당 각급 위원회 신설 시 전략지역 당원을 10% 이상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또 당헌 제3장 대의기관에 전략지역 중앙위원 항목을 신설해 최고위원회 의결로 선임하는 10명 이하의 전략지역 중앙위원 항목을 신설했다.
대의원 보완 방안은 당규 제5호 중앙조직규정에 대의원 정책자문단을 신설하고 특수정책기획단, 정책평가기구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영남권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대의원제 폐지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선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영남권) 대의원에게 가중치를 줘야 한다. 20대1 정도가 좋다”며 “영남 지역은 대부분 국회의원이 아닌 지역위원장이기 때문에 조직의 힘이 취약하다. 이들이 대의원을 임명하면서 리더십을 만들고 조직도를 만들면 지역에서 힘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의 발언권이나 조직력을 높여줘서 전국 정당화의 어떤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분들이 힘을 갖고 좋은 후보들을 찾아야 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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