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둔 김부장, 배달로 생계 … 다니는 박부장은 배달로 투잡
실직·폐업에 생계형 배달 쑥
부수입 얻으려고 뛰어들기도
다른 업종보다 진입장벽 낮고
당장 일거리가 급할때 도움돼
주40시간 이상 일하는 라이더
한달 평균 400만원 안팎 벌어
취업시장에서 밀려난 2030도
대거 배달 라이더로 몰려들어

서울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김 모씨(42)는 한 중소기업에서 5년간 근무하다 그만둔 후 지난해 10월부터 배달 라이더의 삶을 살고 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가리지 않고 배달을 뛰는 그는 한 달에 500만~700만원 정도를 번다. 김씨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요령이 없어 막막했지만 선배들에게서 한 건이라도 더 뛸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배워가며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2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배달 라이더 앱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와 배민커넥트 등의 4050세대 가입자가 3년 전 대비 2배가량 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매일경제가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배달 라이더들은 실직한 후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직장 급여 외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대로 펼쳐지는 셈이다.
2017년부터 서울에서 자영업을 해온 김 모씨(51)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직접 배달 라이더로 뛰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2년부터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직접 배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며 "하루 40~50건의 배달을 소화하며 월 500만원 정도를 버는데, 생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배달 일을 시작한 지 1년 남짓한 '신입' 라이더 석 모씨(47) 역시 본업인 자영업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지자 결국 배달 라이더로 나섰다. 그는 틈날 때마다 배달 일을 하며 하루 평균 10건 정도를 처리하는데, 월 수입은 100만~150만원이다. 석씨는 "원할 때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6월 기준) 4050세대 실직자 수는 5만5288명을 기록했다. 반년간 실직자 수가 이미 지난해(7만6518명)의 70%를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실직자 수가 최근 3년 새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3년 실직자 수는 7만6457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4050세대가 배달 라이더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 다른 업종 대비 진입 장벽이 낮고 실직자 등 당장 일거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두희 고려대 명예교수(베테랑소사이어티 대표)는 "과거 4050세대가 부끄러워서 대놓고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의 세대는 기꺼이 하고 있다"며 "이젠 40대 직장인도 실직을 걱정할 만큼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맞는 가운데 4050세대의 삶이 달라지고 있는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인공지능(AI)의 파고가 사회 곳곳을 강타하면서 청년 일자리가 쪼그라들자 20·30대 청년세대도 대거 배달 라이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기업들은 대부분 '신입'보다 '경력' 채용을 우선하다 보니 20대 청년들은 일자리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경제활동의 핵심 연령층인 30대는 최근 '쉬었음' 인구가 무려 33만명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의 2030세대 이용자는 32만4263명으로, 2022년 10월 17만2296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배민커넥트도 14만9035명에서 26만5680명으로 역시 비슷한 폭으로 뛰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윤 모씨(36)는 부업으로 배달 라이더를 하고 있다. 과거 여행업을 운영하다가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자 이를 접고 부업으로 나선 게 시작이었다. 윤씨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배달을 하는데 일주일에 1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이마저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박 모씨(27)는 하루에 무려 60~70건의 배달을 한다. 취업이 여의치 않자 배달 라이더로 뛰고 있다는 그는 "강남 일대에서는 가장 젊은 라이더 축에 속하는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신입보다 경력직만을 우선시하는 취업시장의 변화로 인해, 중장년층은 진입 장벽이 낮은 요인으로 인해 배달 라이더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재취업이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달 라이더 수입은 지역과 플랫폼 등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업계에서는 월평균 400만원으로 추산한다. 올해 초 배달의민족은 주 40시간 이상 운행하는 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을 414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국내 배달 라이더는 48만5000명 정도로 추산됐다. 전체 플랫폼 노동자는 88만3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년(79만5000명) 대비 11.1% 증가한 규모다.
배달업에 뛰어드는 인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교통사고 등이 잦다 보니 산업재해 1위 업종이기도 하다. 한 라이더는 "항상 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크다"며 "배달이 많이 들어오는데, 시간을 맞추려면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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