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보다 장미가 진짜 더 아름다울까?

기호일보 2025. 11.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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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좋고 물 맑은 시골 마을에 '열린 낙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민들레에게 억지로 주사를 놓아 장미로 만들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아이를 장미와 사과로 만들려는 어른들의 좁은 생각 때문이다.

민들레와 장미가 함께 피는 세상,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의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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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조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수필가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산 좋고 물 맑은 시골 마을에 '열린 낙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들에는 민들레와 망초, 제비꽃이 어울려 피었고 산에는 진달래와 철쭉, 나리꽃이 제 빛깔을 자랑했다. 마을집 뜰에는 장미, 국화, 봉숭아, 채송화가 계절마다 꽃을 피우며 향기를 더했다. 나무마다 앵두, 복숭아, 감, 사과, 배가 제 맛을 뽐내고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꽃 중의 꽃은 장미, 과일 중의 왕은 사과"라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다른 꽃과 과일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식물을 장미와 사과로 만들겠다며 독한 약을 뿌리고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들레는 끝내 장미가 되지 못했다. 욕심과 폭력에 시달린 꽃들과 나무들은 하나둘 병들어 죽어갔고, 남은 이들은 겉으로만 웃으며 서로를 경계했다. 믿음이 사라진 마을은 결국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집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기둥과 대들보만 중요하게 여기며 서까래와 기왓장의 구실을 무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튼튼하던 집은 무너져 폐허가 됐다. '최고의 꽃'이라 자부하던 장미더미 속에서 '최고의 과일'을 차지하려 싸우던 사람들은 지쳐 쓰러지고 병들어 죽어갔다.

이 이야기는 결코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그렇다. '일류대–일류직장–성공–행복'이라는 공식을 맹신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장미가 아닌 모든 꽃을 잘라내고 있다. 사과가 아닌 과일들은 하찮게 여겨진다. 기둥과 대들보만 만들겠다는 교육은 서까래와 기왓장을 외면하고 아이들의 숨결을 짓누른다. 모든 이가 붉은 장미가 되기 위해 경쟁하니 사회는 거짓과 아부, 뇌물과 야합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힘겹게 정상에 오른 사람조차 위산과다증과 영양실조처럼 불안과 공허에 시달린다. 사회라는 큰 집은 여기저기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남보다 높이 오르는 데 있지 않다. 들녘의 민들레도 제 빛깔로 아름답고 앵두 또한 그 나름의 특별한 향기를 지닌다. 기왓장 한 장도 집을 이루는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왜 그것을 잊고 사는가.

민들레에게 억지로 주사를 놓아 장미로 만들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민들레는 장미가 되지 못한 서러움 속에 시들어간다. 남보다 더 갖고 더 쓰려는 욕심이 행복의 잣대가 되는 순간, 불행의 씨앗이 뿌려진다. 참된 행복은 제 색깔을 내면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 있다. 사랑은 대상의 참모습을 이해하고 그 존재를 존중하며 돕는 정성이다.

그러나 오늘의 청소년들은 사랑을 배우기보다 경쟁을 배운다. 입시와 점수에 매달리다 마음이 지쳐버린 아이들은 자신을 잃고 때로는 삶을 포기한다.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아이를 장미와 사과로 만들려는 어른들의 좁은 생각 때문이다. 세상의 가치를 수직적으로만 바라보면 인간관계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린다. 그러나 수평적으로 바라보면,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람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열린 사회, 성숙한 문화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사람마다 적성과 관심이 다르듯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진짜 성공이다. 경제생활은 중류를 지향하되 정신생활은 상류를 바라보고 약한 이를 돕는 것이 행복이다.

첼리스트 장한나는 "첼로도 사람을 닮아 사랑받은 만큼 소리낸다"고 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 자신을, 자연을, 그리고 생명을 사랑할수록 세상은 더욱 밝고 따뜻해진다. 민들레와 장미가 함께 피는 세상,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의 낙원이다. "참된 행복은 제 색깔을 내면서,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느끼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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