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4. 양주 조명박물관

경기일보 2025. 11. 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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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역사관내 전통조명관의 모습. 홍기웅기자


아담한 동산에 둘러싸인 조명박물관(관장 구안나)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양주시 광적면 석우리에 자리한 조명박물관은 토종 조명기업으로 중소기업문화경영 대상을 받았던 필룩스㈜가 2004년 건립해 개관한 사립박물관이다. 조명박물관의 운영 목표 중 첫째가 ‘사라진 고유한 조명문화의 복원 및 재생’이다.

조명역사관 내에 근현대조명관의 모습. 홍기웅기자


■ 사라진 조명문화의 복원과 재생

조명박물관 1층에 있는 역사관은 불빛의 역사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50만 년 전, 최초의 인공조명인 ‘불’을 발견한 인류는 필요에 따라 불을 이용하면서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안상경 학예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정겨운 유물을 만난다. 순수한 자연물이 소재인 홰와 관솔을 비롯해 밀랍초와 촛대, 호롱과 등잔, 좌등, 등경, 등가 같은 유물은 전기가 일상화되기 이전의 전통 조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조명 유물을 살피다 보면 관람객은 자연스레 추억을 더듬기 마련이다. 전시실에서 만난 재미난 유물이 여러 가지다.

밤길을 걸을 때 발밑을 비추는 조족등은 실물로 처음 대하는 유물이다. 품격이 느껴지는 조선 양반가의 안방처럼 꾸며 놓은 공간이 나타난다. 방 안에는 나비 장식을 한 촛대와 겨울밤에 둘러앉아 군밤을 굽던 화로가 놓여 있다. 놋쇠로 장식한 고풍스러운 가구 위에 놓인 등잔의 호롱불만큼 한국인에게 친숙한 유물이 또 있을까. 1970년대까지 시골에서 사용했던 호롱불은 나이 든 관람객에게는 친숙한 물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한 유물이다. 과거를 회상할 때 흔히 쓰는 ‘주마등’이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장식용 등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전기를 이용해 불빛을 내는 전구의 발전을 살펴보는 시간도 유익하다. 방 안을 밝히고 거리를 밝혀 주던 전깃불은 마차와 자동차, 바닷길을 안내하는 등대에 장착돼 사고의 위험을 크게 줄인다. 필라멘트가 들어있는 전구를 찬찬히 살펴본다. 에디슨이 발명한 둥근 전구는 한동안 조명기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인류의 일상을 확 바꾼 전구도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기다란 형광등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유물로 밀려난다. 형광등이 수은의 방전으로 생긴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꿔 빛을 낸다는 사실, 형광등을 밀어낸 발광다이오드(LED)는 전류가 흐르면 빛이 나는 반도체라는 사실도 배운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장식한 조명기구의 변천사 역시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조명은 20세기에 혁명적으로 진화한다. 영사기도 조명의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우리들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도 조명의 역사를 빛낸 물건이다.

빛상상공간 내 전시된 '라이트 로드'. 홍기웅기자


■ 과유불급, 박물관의 철학을 담다

‘빛 공해 전시관’은 조명박물관의 철학을 보여주는 성찰의 공간이다. 인공 불빛이 발명되고 진화하면서 인류는 드디어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어두움을 몰아낸 불빛은 사람은 물론이고 나무와 곤충과 새를 비롯한 동식물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공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과잉 조명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 조명박물관은 2005년부터 해마다 ‘빛 공해 사진 UCC 공모전’을 열고 수상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전시명을 ‘빛공해 과유불급 이야기’로 정한 박물관의 속 깊은 생각이 느껴진다.

상설 전시 ‘빛과학관’은 과학이 들려주는 빛 이야기 공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고 있지만 빛에 대해 아는 지식은 너무나 적습니다. 빛의 본질을 재미있고도 쉽게 알아가는 곳입니다.” 빛의 굴절, 빛의 분산, 빛의 직진, 빛의 색 혼합 같은 기본적인 빛의 원리와 성질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빛에 대한 전문가가 된 느낌이다. ‘라이팅빌리지’는 어린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올빼미일까, 부엉이일까, 커다란 눈을 가진 새가 호롱불을 바라보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호롱불이 웃고 있는 아이 모습이다. “상설 전시장에 있는 조명 유물을 캐릭터화해 어린이들이 역사 속의 조명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 캐릭터 체험 놀이공간입니다.” ‘라이터 로드’는 빛 상상 공간이다. 빛의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 공간이 미로처럼 구성돼 아이들에게 마법의 집처럼 즐거움을 선사한다. 각 공간을 지날 때마다 다른 주제를 가진 빛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날 수 있다. 소나기를 뿌리는 먹구름 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인다. ‘폭풍전야’는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 지하 1층은 더욱 신비롭고 즐거운 공간이다. ‘스스로 체험 학습실’은 세 살 이상의 모든 관람객이 여러 개의 공간마다 설치돼 있는 체험 안내문을 읽고 스스로 체험학습을 즐길 수 있다. 라이트 테이블, 빛공해 피해 동식물 종이접기, 박물관 유물 컬러링을 체험할 수 있다.

각 조명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 홍기웅기자


■ 기이한 하나, 익숙한 둘

조명박물관은 조명문화의 발전과 빛과 예술의 새로운 만남을 위해 2009년부터 시작한 ‘라이트아트 공모전’을 열고 있다. 짐작하듯 ‘라이트아트’는 창의적인 작가들을 선정해 여는 ‘빛의 축제’다. 박물관은 빛을 주제 및 소재로 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교류하며 빛 예술의 세계를 확대하고 있다. 선정된 작가에게 활동 지원비와 조명박물관에서 개인 전시 및 외부 전시 출품 기회와 홍보도 지원해 준다.

2025년 제14회 ‘필룩스 라이트아트’ 전시 공모에서 선정된 신예진 작가의 개인전 ‘기이한 하나, 익숙한 둘’은 관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만약 자연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설계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빛이 부서지는 천장 아래에 나무, 미디어, 금속이 얽힌 숲이 나타난다. 두 번째 공간에 들어서니 더욱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마귀의 형상을 품은 거대한 나무가 움직인다. 엔진을 설치해 안개와 붉은 조명에 반응하며 생명체의 내장을 지나가는 듯한 모습은 무섭다. 이 작품의 메시지를 구안나 관장이 풀어준다. “신 작가의 작업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 그 자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합니다.”

조명박물관이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빛공해 공모전’은 특히 주목되는 사업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빛공해 공모전’은 빛의 공해를 바로 알고 좋은 빛, 상생의 빛, 건강한 빛을 추구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실시된 친환경 공모전입니다.” 우리 생활의 공해의 빛, 생명의 빛, 문명의 빛을 주제로 사진 또는 UCC 응모작을 공모해 건강한 조명 문화가 미래 조명문화임을 꾸준하게 알리고 있는 조명박물관의 발걸음이 미덥다.

라이팅빌리지 전경. 홍기웅기자


■ 겨울밤에 주고받은 선물

매년 이맘때면 조명박물관은 크리스마스 특별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주제로 관람객을 맞이했을까. ‘꿈꾸는 크리스마스’(2022년), ‘크리스마스 숲을 지나’(2023년), ‘두근두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24년)로 이어졌다.

올해는 어떤 주제로 관람객을 맞이할까. “올해 크리스마스 특별전은 ‘겨울밤에 주고받은 선물’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크리스마스 풍습을 소개하는 체험형 전시입니다.” 관람객은 마치 세계 여행자가 된 듯 각 나라의 전시 공간을 돌며 워크북에 스탬프를 찍고 북극곰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체험형 전시다. 잠시 한여름에 열리는 호주의 크리스마스 풍경에 빠져본다.

거대한 고양이가 등장하는 아이슬란드의 전설, 비밀의 나라 산타의 방까지 보여주는 전시는 세계 곳곳의 따뜻한 겨울밤을 담고 있다. “‘겨울밤에 주고받은 선물’ 전시에서는 세계 곳곳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 속에 담긴 웃음과 설렘, 그리고 사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가 마음의 선물을 주고받는 순간을 느끼며 겨울밤의 빛처럼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조명박물관은 눈 오는 겨울밤 외딴집에서 비치는 불빛처럼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과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는 박물관이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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