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주도권 경쟁하는 엔비디아·구글, 최후의 승자는 삼성?

오유진 기자 2025. 11. 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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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 3.0’ 반격에 엔비디아 독주 흔들
삼성, GPU·TPU 공급망 모두 거머쥘 공급사로 주목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마니쉬 굽타 구글 디렉터가 지난 7월 '구글 포 코리아'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엔비디아와 구글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양사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깨지고, AI 반도체가 다변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함께 확대되는 모양새다. AI 반도체 1·2위 기업을 모두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진다.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던 삼성전자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건 지난 18일 구글이 출시한 AI 모델 '제미나이 3.0'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그동안 오픈AI GPT와의 모델 경쟁에서 '만년 2위'라는 오명을 썼던 구글은 제미나이 3.0으로 성능 역전을 선언하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제미나이 3.0은 AI 모델을 평가시험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 정답률이 37.52%를 기록하며 오픈AI의 GPT5프로(31.64%)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제미나이 3.0 공개 이후 칭찬과 견제를 동시에 내놓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내 메모에서 "구글의 AI 발전이 회사에 일시적으로 경제적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당분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엔비디아는 자사 X(옛 트위터)를 통해 "구글이 AI 분야에서 이뤄낸 큰 진전이 매우 기쁘다"면서도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는 플랫폼으로, 특정 기능에 맞춰서 설계된 반도체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는 견제구를 던졌다.

지난 4월 구글 연례 기술 컨퍼런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에서 공개된 7세대 TPU 아이언우드 ⓒ 연합뉴스

엔비디아 독점 깨지자, 삼성 존재감 커졌다

구글의 질주에 삼성전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제미나이 3.0 구동에 활용된 구글의 자체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 때문이다. 구글은 현재 브로드컴과 손잡고 TPU를 설계하고 있는데, 브로드컴의 D램 최대 공급사가 바로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TPU는 AI 연산에 특화된 맞춤형 반도체로, '제너럴리스트'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AI 연산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전력 대비 성능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의 GPU를 앞섰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구글의 TPU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수록, TPU에 탑재되는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이유다. 게다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향후 TPU 양산에 참여할 가능성까지 열리면서,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반도체 생산까지 공급망 전 단계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TPU 시장에서는 구글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설비 증설 여력에 있어서도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 현재 구글 TPU에는 5세대 HBM인 HBM3E가 탑재되는데,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인 구글로서는 탄력적인 공급이 가능한 삼성전자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TSMC도 구글의 최대 공급사 중 하나지만, 양사는 2027년 말까지 물량 공급 계약이 끝난 상황"이라며 "브로드컴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공급 및 캐파 증설 여력이 남아 있는 삼성전자가 자연스럽게 최대 공급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동원 KB증권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하면서 "구글의 AI 생태계 확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공급 확대,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제미나이로 인한 갤럭시 판매량 증가 등으로 수혜 폭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내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00조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범용 D램의 영업이익 비중이 88%로 높아 반도체 사이클 반등에 따른 실적 개선의 폭이 경쟁사 대비 더욱 크다"며 "파운드리의 2나노 신규 고객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연말 주가 상승 모멘텀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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