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을 잃은 상실감, ‘우주 먼지’에서 답을 찾다 [북적book적]

신소연 2025. 11. 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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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박한 확률은 아내와 딸이 동시에 뇌종양에 걸릴 가능성을 계산한 수치다.

미 듀크대 환경대학원 학장을 지낸 앨런 타운센드의 네 살배기 딸 네비는 두개인두종 진단을, 아내 다이애나는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는다.

최근 출간된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자이면서 운도 지지리 없는 타운센드 학장이 써 내려간 에세이다.

이런 논리라면 아내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몸을 이루고 있던 우주 먼지는 자신의 주변에 혹은 이미 자기 몸에 들어와 함께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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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딸 모두 뇌종양에 걸린 과학자
과학에서 슬픔 이겨낼 방법을 찾아
“과학은 해답이 아닌, 한계를 알려줘”
‘성 로렌스의 눈물’이라고도 불리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매년 8월이면 볼 수 있는 이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우주공간에 남긴 먼지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과 충돌해 불타면서 비처럼 내리는 현상이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1000억 분의 1’

이 희박한 확률은 아내와 딸이 동시에 뇌종양에 걸릴 가능성을 계산한 수치다. 미 듀크대 환경대학원 학장을 지낸 앨런 타운센드의 네 살배기 딸 네비는 두개인두종 진단을, 아내 다이애나는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는다. 어린이 7500만 명 중 두개인두종을 진단받는 아이는 300명, 난치병으로 알려진 교모세포종은 15만명 중 1명이 걸리는 희소암임을 고려하면 이 두 암 환우가 가족이 될 가능성은 이처럼 희박하다.

최근 출간된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자이면서 운도 지지리 없는 타운센드 학장이 써 내려간 에세이다. 딸의 투병 생활, 거기에 헌신적으로 병시중을 들던 아내마저 희귀병에 걸리고 죽음에 이르는 등 누구보다 큰 상실감에 빠진 이 과학자는 삶의 위안도 과학에서 찾는다. 바로 ‘우주 먼지’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를 담은 생활 에세이이자 여러 생물학 내용이 포함된 과학 에세이이기도 하다. 희귀암에 걸렸는데도 늘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고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뛰며 사랑에 헌신했던 과학자이자 아내인 다이애나를 위한 헌사다. 죽음을 앞두고도 삶을 충만하게 살려고 했던 아내는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저자는 우선 “우리는 우주 먼지로 만들어진 존재”라며 운을 뗀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원소들의 뭉침과 흩어짐을 통해 삶과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이 무수히 많은 우주 원자이다 보니 잠시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세상을 감지하고 목격하다 생을 다하면 흩어져 저마다 새로운 팀에 합류하고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신간

이런 논리라면 아내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몸을 이루고 있던 우주 먼지는 자신의 주변에 혹은 이미 자기 몸에 들어와 함께 할 수도 있다. 즉 유한한 인간의 삶이 자연에서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당신과 나, 그리고 모든 인간의 원자들은 세상이 아직 다 써 내려가지 않은 이야기에서 한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면서 “내게 그것은 우리 사랑이 영원하리라는 의미로 다가온다”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한다.

저자는 또 예상치 못한 시련을 통해 과학의 진면목을 다시금 깨닫는다. 저자는 녹아내린 애벌레에서 시작되는 나비의 탄생, 화산암에 뿌리 내린 나무의 생존법, 멸종위기에 처한 ‘미국밤나무’가 다시 싹을 틔우게 된 생명력 등 역경을 딛고 일어선 생명들의 사례를 통해 아내의 회복을 고대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건 끝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과학도, 인생도 “결점과 한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신앙과 영성처럼 과학도 희망을 준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사도 바울로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서신처럼 사랑이 ‘오래 참고 자기 이익을 구하지 않고 진리 안에서 기뻐하는 것’이라면, 과학만큼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과학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밝혀내고, 바꿀 수 없는 것들과 함께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문”이라며 “인생도 그런 과학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먼지로부터/앨런 타운센드 지음·송예슬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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