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백서] 기적을 예언한 과학자 황우석, 세계 1등 갈망을 채우다

김희원 2025. 11.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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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들어진 신화
두번째 사이언스 논문 발표 직후인 2005년 5월 25일 황우석 교수가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 회의실에서 '황 교수 연구 지원 종합 대책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밝게 웃고 있다. 정부는 이날 그의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연합뉴스

황우석은 절대 우상이었다. BTS도, '케데헌'도 없던 시절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인이었다. 평생 한 번 실리는 게 과학자들 꿈이라는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1년 반 사이 3편의 논문을 낸 파죽지세는 박세리의 LPGA 연패보다 더한 흥분이었다. 세계 최초일 뿐 아니라 연구의 내용이 기적이었고 매혹이었다. 난치병 치료라는 숭고한 명분이 더해져 안티 없다는 김연아보다 더 사랑받았다. 팬카페가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사인을 받았다.

황우석은 절대 권력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관심을 쏟고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이 챙겼다. 2005년 265억 원의 정부 연구비, 수십억 원의 기업 후원금이 밀려들었다. 국정원이 경호했고 실험실에 보안문이 설치됐다. 교과서가 새로 쓰이고 위인전이 쏟아졌다. 연구 협력를 하려는 세계 과학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과학계는 물론 지자체, 기업, 언론 모두 황우석을 끼고 뭔가 해보려 했다.


선진국 콤플렉스 푼 세계 1등 과학자

그는 2005년 한국 사회가 갈망하던 영웅이었다. 한국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월드컵 4강을 경험한 나라였지만 여전히 결핍이 있었다. 세계가 알아봐주지만 선진국은 아니라는 인식, 확인받고자 하는 조바심이었다. 문화나 스포츠가 아닌 과학에서의 세계 1등은 그 콤플렉스를 통쾌하게 씻어주었다. 황우석은 한국인들이 욕망했던 세계 주류의 상징이었다. 줄기세포가 거대한 국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희망은, 조작된 꿈에 가까웠으나 행복한 꿈이었다.

인물만 봐도 영웅이 될 자질이 있었다. 우선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민을 위해 수의대에 진학한 인생 스토리가 매력 자산이었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자는 쇼트 슬리퍼였다. 새벽부터 소농장과 도축장을 누볐다. 소의 수정란 착상, 직장검사, 분만 등에 숙련된 손이었다. 소를 위해 소처럼 산 인생이었다.

그는 이 스토리를 잘 이용했다. 1999년 한국 최초의 체세포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을 때 황우석은 “모든 열매를 농민들에게 돌린다”고 했다. 과학기자 시절 신문사 부장, 황우석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내가 밥을 남기자 황우석은 내 밥그릇을 집으며 “내가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밥 남기는 꼴을 못 본다”고 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밥그릇을 비웠다. 이런 말도 했다. “은사는 나를 서울대 교수를 시키려 했는데 연줄에 밀려서 임용이 안 됐다. 그래서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오히려 소중한 경험이었다.” 고난을 극복하고 오직 근면성실함으로 자수성가한 아름다운 영웅담을 썼다.

빈농의 아들로 서울대 수의대에 진학헤 소를 연구한 황우석은 1999년 복제소 영롱이 탄생 후 "모든 열매를 농민들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는 자기홍보에 탁월했다. 물론 언론이 합작했다. 과학자로서 황우석이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한 지 3년만에 같은 방식으로 소를 복제했다는 성과 때문이었다. 백두산 호랑이 복제, 광우병 내성 소, 멸종 매머드 부활 등 대중과 기자가 혹할 연구를 줄곧 알렸다. 그는 겸손하게 과시하고 몸값 높이는 법을 알았다. 과학기술부 장관에 임명된다는 소문이 돌아 물어봤을 때 그는 “과기부에서 나를 강력히 원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가 한창인데 무슨 장관이냐’는 답변을 예상했던 나는 놀랐다. 박기영에게 ‘미국 연구기관에서 1조 원 연구비를 제안받았다’는 말을 흘려 기사화되기도 했다. 본인에게 확인하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다. “극비다. 절대 쓰면 안 된다”면서 화젯거리를 말하곤 했다.


예언자적 선동가 황우석

“해도 해도 되지 않을 땐 피가 말랐다. 연구팀 모두 ‘선생님, 이거 원래 안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을 땐 늘 긍정적이던 나도 흔들렸다. 하지만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실험실이 떠오르고, 내가 꼭 일으켜 세우고 싶은 환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된다, 반드시 된다, 내가 된다면 되는 거다!’ 주문을 외우고 다시 실험실로 갔다.”

황우석, 2004년 2월 18일 한국일보 인터뷰

2004년 사이언스 논문 발표 후에 황우석 어록엔 명언들이 쌓였다. 그저 말솜씨가 좋은 게 아니다. 그는 꿈과 비전을 그릴 줄 알았다. ‘척수마비 장애인을 걷게 할 것’이라는 저 메시지는 종교적이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의미를 “(실용화까지) 네 개의 대문을 한꺼번에 열었다”고 비유하며 “내년 가을이나 후년 정도면 2막 중 1막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시점을 예고했다. 대중이 꿈을 꾸도록 이끌었다.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황우석은 예언자적 선동가였다.

그의 대의명분은 이제 농민을 위한 연구에서 국가를 위한 연구로,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한 과학으로 확장됐다. 그는 파스퇴르의 말을 변형한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말로 애국주의를 자극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주석에 “모든 실험과 모든 결과는 한국에서, 한국 과학자에 의해, 한국의 장비와 한국의 연구비를 이용해 얻어졌다”고 쓰인 문장마저 울컥했다. 그는 지지자를 모으고 감동시키고 움직이게 했다. 대중은 감화될 마음이 충만했다.

인간 복제 줄기세포 복제 성공을 기념한 특별우표. 2005년 2월 발행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좋은 가치와 결합했다면 황우석은 꽤 성공적인 직업인, 가령 정치인이나 운동가, 설교자가 됐을 것 같다. 은유와 비약, 구체적인 목표 설정, 섣부른 희망, 포장된 대의는 영감과 선동의 재료다. 과학적 능력과 진실성은 없었기에 과학자로서 황우석은 자멸했다. 그 팀의 연구진실성 수준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는 나중에 살펴볼 것이다.

과학적 무능에도 황우석이 오래 생존한 건 그의 출중한 정치력 덕이다. 섀튼과의 관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지만 황우석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용하는 데에 능했다. 때론 약점을 쥐고, 때론 후한 보상을 흔들어 내 사람을 만들었다. 간절한 지원자를 석박사 연구원으로 뽑고는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걸 당연시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난자 공급, 기관생명윤리위원회 통과, 연구비 지원 등을 도왔거나 도울 힘이 있는 이들을 논문과 특허에 올려주었다. 2004년 논문 공저자 박기영은 논문엔 기여가 없었지만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이 돼 더 없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황우석은 기업후원금 63억 원을 민간연구소인 신산업전략연구원 계좌에 넣고 자유롭게 썼는데 신산업전략연구원 송병락 원장에게는 딸 결혼식 식대 1,150만 원을 내줬다.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상가 조문을 빠지지 않았다. 정관계와 언론계에 복제한 우량 소라며 소고기를 돌렸다.

선진국의 가치를 내면화하지 못한 채 선진국을 욕망했던 한국 사회는 영웅의 흠결을 보지 않았고 그의 거짓말을 듣지 않았다. 윤리 문제쯤 눈감고 세계 최고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싶었다. 그 환상을 깨뜨린 ‘PD수첩’에 분노했다.

2025년의 한국은 황우석처럼 만들어진 신화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자랑스러운 연구 성과의 문제점을 사실 그대로 보도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한국은 여전히 1등을 갈구한다. 영웅은 언제나 필요하다. 냉철하고 성찰적인 분위기가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계인으로서의 책임이나 인류 보편 가치를 내면화하지 못했다. 이제는 스스로를 선진국으로 인식하면서도 그렇다.

본격적으로 언론이 폭주하고 여론이 광풍으로 진화한 이야기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 전에 먼저 알아보자. 제보자는 왜 ‘PD수첩’을 찾아갔을까.

자료: 2006년 1월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 '황우석 교수 연구의혹 관련 조사결과보고서', 황우석 사기·횡령 등에 대한 1심 판결문(2009년 10월 26일)·대법원 판결문(2014년 2월 27일)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2025, 왜 다시 황우석인가
    1. • [황우석 백서] 거짓은 왜 이토록 성실한가... 진실은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917260002506)
  2. ② 난자 파문: 형제, 결별을 선언하다
    1. • [황우석 백서] 황우석에 돈 받고 논문 로비한 섀튼, 대혼란의 막 올리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918180003626)
  3. ③ 영웅은 죽지 않는다
    1. • [황우석 백서] 절대 영웅 황우석... 비난은 고발자 MBC를 향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3240005298)
  4. ④ 만들어진 신화
    1. • [황우석 백서] 기적을 예언한 과학자 황우석, 세계 1등 갈망을 채우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610470002239)
  5. ⑤ 제보자는 왜 'PD수첩'을 찾아갔나
    1. • [황우석 백서] 거짓으로 쌓은 성... 류영준 "제보 말고 다른 선택지 없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4410004406)
  6. ⑥ 노무현이 불붙인 진위 논란
    1. • [황우석 백서] 줄기세포 DNA 다른데도 황우석 옳다는 기자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5390000163)
  7. ⑦ 시약 논란: 팩트의 힘
    1. • [황우석 백서] "어휴, 그 시약은 쓰면 안 돼요" 과학적 거짓말이 대중을 속였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6430000223)
  8. ⑧ 황의 반격: YTN 청부 취재
    1. • [황우석 백서] "PD가 협박" 보도에 뒤집어진 세상... YTN 치욕의 특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518560001117)
  9. ⑨ 세계적 특종, 탐사 전말
    1. • [황우석 백서] "어떻게 이런 사기를..." 충격과 분노로 밤샌 한학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3020010005219)
  10. ⑩ 적대적 정파성, 언론의 타락
    1. • [황우석 백서] 제보자 사냥, 사상 검증... 광풍의 중심 조선일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217360002977)
  11. ⑪ MBC 항복한 그날 밤
    1. • [황우석 백서] 모든 걸 휩쓴 YTN 폭풍... 벼랑 끝에서 진실의 응전이 시작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0612410005936)
  12. ⑫ 브릭이 찾은 조작 증거들
    1. • [황우석 백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숨은 영웅들의 싸움 촉발한 한 문장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0922430001616)
  13. ⑬ 서울대 검증 결정 막전막후
    1. • [황우석 백서] "논문 검증" 소장파 교수들 나서자 대반전이 시작됐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009020003384)
  14. ⑭ 황우석 사단 내부의 폭로
    1. • [황우석 백서] "줄기세포 없다" 노성일의 폭탄 발언... 사태 대반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116190005517)
  15. ⑮ 사기의 탄생① 2004 논문
    1. • [황우석 백서] DNA 검사 5번이나 하고도... 줄기세포 정체 모른 채 조작, 또 조작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118580003182)
  16. ⑯ 사기의 탄생② 2005 논문
    1. • [황우석 백서] 줄기세포 없는데 "데이터 준비하라" 황우석의 논문 조작 진두지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120410005731)
  17. ⑰ 서울대 조사위의 26일
    1. • [황우석 백서] PC수거, 실험실 폐쇄, 검찰 수사 방불... 전모 밝힌 조사위의 집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222510001850)
  18. ⑱ 관료 박기영의 경우
    1. • [황우석 백서] 황우석 권력 만들고 "몰랐다"며 빠져나간 엘리트 카르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320560003544)
  19. ⑲ 원천기술 있나
    1. • [황우석 백서] 줄기세포 만든 적 없는데 기술 있나... 복제 치료 지금도 요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418080002530)
  20. ⑳ 사법처리에서 밝혀진 것들
    1. • [황우석 백서] 황우석 줄기세포 3개 믿었다는 이유로 사기 무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821400001982)
  21. undefined 1번 줄기세포의 진실
    1. • [황우석 백서] 이론의 여지 없는 처녀생식... 인정하면 무너지는 황우석 월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923570004886)
  22. undefined 음모론과 선동가들
    1. • [황우석 백서] 황우석 추락에 상처... 고통의 심리 파고든 김어준의 음모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0523300004246)
  23. undefined 왜 우리는 선동에 무력한가
    1. • [황우석 백서] 진실은 불편하다... 우리는 직면할 수 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0712040003428)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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