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르포] (1)우리집에 노란 사과가 왔다…기후위기 빨간 사과 멸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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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늘 먹던 빨간 사과 대신 착색이 안된 노란 사과가 배송됐다.
여름에 나오는 초록 사과 '썸머킹', 9월에 수확되는 녹황색 계열의 '그린볼' 역시 고온 재배에서도 안정적이다.
김선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연구사는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일수록 기후위기에 강한 품종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농가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과'를 지켜내기 위해 예측이 어려운 날씨 속에서도 농민들은 또 다른 해답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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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고온현상…긴 가을 장마도 영향
기후위기 강한 품종 대체재로 떠올라
고온에서도 착색 잘 되는 ‘컬러플’ ‘아리수’
착색 필요 없는 ‘그린볼’ ‘골든볼’ 주목


‘빨간 사과 멸종기’는 기자의 식탁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올해 전국의 사과 산지에서는 이상기후로 사과가 제대로 붉게 익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원래 사과로 유명한 경북과 충남뿐 아니라 최근 고온 현상으로 새로운 사과 재배지로 떠오르고 있는 강원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졌다. 부족한 햇빛을 보완하려고 농민들이 과수원 바닥에 반사판까지 깔았지만 길어진 가을 장마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사과가 붉어지는 과정은 단풍이 물드는 원리와 같다. 덜 익은 사과가 푸른빛을 띠는 것은 엽록소 때문이다. 성숙기에 접어들면 엽록소가 분해되고 그 자리를 안토시아닌이 채우면서 특유의 붉은 빛이 나타난다. 이를 위해서는 햇빛을 충분히 받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필수다. 그러나 올해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더위와 가을 장마가 겹치며 착색이 지연되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맛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사과 판매처 리뷰에는 “덜 붉은 사과는 식감이 퍼석했다” “빨간 사과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에 문의한 결과 역시 “색과 맛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과가 붉게 물들수록 당도도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농가는 이제 기후위기에 강한 품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먼저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착색되는 품종이 주목받는다. 신품종 ‘컬러플’은 ‘양광’과 ‘천추’를 교배해 만든 붉은 사과로, 10월 초·중순에 수확해 ‘부사(후지)’보다 이르게 출하된다. 착색이 쉽고 색 균일도가 높아 고온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한다. ‘아리수’ 역시 높은 기온에도 선명하게 물들어 농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예 착색 관리가 필요 없는 품종도 있다. 8월 중순 수확하는 노란 사과 ‘골든볼’은 봉지 씌우기나 반사필름 설치 등의 관리가 필요 없다. 여름에 나오는 초록 사과 ‘썸머킹’, 9월에 수확되는 녹황색 계열의 ‘그린볼’ 역시 고온 재배에서도 안정적이다. 특히 ‘그린볼’은 높은 기온에서도 생육이 일정해 재배지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개화 시기를 기존 품종보다 7~10일 늦춰 저온 피해를 줄이는 품종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후위기에 적응력이 높은 품종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선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연구사는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일수록 기후위기에 강한 품종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농가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과’를 지켜내기 위해 예측이 어려운 날씨 속에서도 농민들은 또 다른 해답을 찾아 나선다. 기후가 흔들리면 삶도 함께 흔들리기에, 이들의 변화는 결국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버티고 살아갈지를 말해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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