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AI, 이미 미국 노동력 11.7% 대체 가능"

뉴욕=박신영 2025. 11. 2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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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료 등에서 최대 1.2조달러 임금 영향
MIT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공동 시뮬레이션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유타 등 정책 도구 사용
MIT 전경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에서 인공지능(AI)이 이미 미국 노동력의 11.7%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금융·의료·전문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연간 약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임금 노출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는 MIT와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가 공동 개발한 노동 시뮬레이션 도구 ‘아이스버그 지수’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해당 지수는 미국 내 1억5100만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AI가 직무별·지역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형화한다.

연구 공동책임자인 프라산나 발라프라카시 ORNL 디렉터는 “우리는 미국 노동시장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있다”며 “현재 AI가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의 실제 구조·요소·데이터를 동일하게 반영한 가상 모델을 뜻한다.

아이스버그 지수는 △923개 직업 △3만2,000개 기술 △3000개 카운티(미국 지역자치단체 단위)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당장 수행 가능한 기술과 직무를 산출한다. 연구진은 그동안 표면적으로 드러났던 기술·컴퓨터·IT 분야의 해고와 직무 전환 등은 전체 임금 노출의 2.2%(약 211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작 ‘수면 아래’에는 인사·물류·재무·사무행정 등 루틴 업무를 중심으로 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대체 가능 업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MIT는 이번 분석에서 ‘노출 핫스폿’이라는 개념을 핵심적으로 제시한다. AI 대체·자동화 가능성이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직업군에 집중돼 ‘충격이 쏠리는 지점’을 뜻한다. AI 영향이 평균적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카운티, 특정 산업·직무에 고도 집중되는 고위험 지대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MIT는 아이스버그 지수를 통해 우편번호·센서스 블록 단위까지 위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이스버그 지수가 특정 일자리가 언제·어디서 사라질지 예측하는 기능을 갖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신 현재의 AI 역량을 기준으로 정확한 기술·직무 단위의 노출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 시나리오를 사전에 실험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유타 등 3개 주는 자국의 노동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검증하는 한편, 실제 정책 설계에도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테네시는 이달 발표한 ‘AI 노동력 행동계획’에서 아이스버그 지수를 공식 인용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디앤드리아 살바도르 주 상원의원은 “이 도구를 활용하면 특정 카운티의 센서스 블록 단위까지 내려가 어떤 기술이 수행되고 있으며 자동화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할 수 있다”며 “지역별 GDP·고용 측면의 영향까지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버그 지수는 AI 도입 위험이 실리콘밸리와 같은 서부 해안지역, 그리고 뉴욕과 보스턴 등이 있는 동부 해안의 기술직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기존 가정도 뒤집는다. 연구에 따르면 50개 주 전역, 특히 그동안 AI 논의에서 소외됐던 내륙 및 농촌 지역에서도 광범위한 직업군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각 주 정부가 직업훈련 재원 배분, 재교육 프로그램 조정, 기술 도입 속도 변화 등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정책 실험 환경도 구축했다.

보고서는 “프로젝트 아이스버그는 정책 입안자와 기업 리더가 노출 핫스폿을 식별하고, 인력 재훈련 및 인프라 투자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실제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기 전에 개입 전략을 시험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발라프라카시 디렉터는 테네시주 정부와의 논의 내용에 대해 “테네시의 핵심 산업인 의료·원자력·제조·운송 부문은 여전히 물리적 노동 비중이 높아 디지털 자동화만으로는 완전 대체되기 어렵다”며 “로봇 공학과 AI를 활용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지수를 완성된 제품이 아닌, AI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실험용 샌드박스’로 정의했다. 살바도르 의원은 “이 도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직접 실행하며 대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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