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누가 챙겼나” 법원 한마디에 재점화된 키움증권 ‘오너 리스크’
항소심서 대폭 감형돼 징역 8년
재판부 “이익 귀속 확인 안돼… 수사 불충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받은 가운데 법원이 “시세조종 이득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기존 수사가 불충분했다”고 지적하면서 키움증권의 ‘김익래 리스크’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당시 검찰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재판부가 기존 수사의 미진함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재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지난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라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65억1000만원, 추징금 1815억5831만5857원을 선고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25년과 비교해 17년이나 감형됐다. 시세조종으로 인정된 금액이 1심과 대비 크게 줄어든 결과다.
그런데 자본시장 업계의 시선은 감형 자체보다 재판부의 한마디에 쏠렸다. 재판부는 “8개 종목 폭락의 직접 원인과 시세조종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충분히 수사되지도 않았다”고 못 박았다.
업계에서는 재판부의 이 한마디가 김익래 전 회장을 직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다우데이타 지분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다우데이타는 키움증권 지주사이자 SG 사태 8개 종목 중 하나였다.
검찰은 당시 김 전 회장을 불기소했지만, 법원이 “수사가 부족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재수사 불씨가 살아난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인 2023년 4월 20일 다우데이타 지분을 주당 4만3245원에, 총 605억원 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팔았다.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는 등 나흘 만에 62% 폭락해 1만6490원으로 떨어졌다.
라씨는 “김 회장이 고점에서 지분을 털고 주가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라며 김 전 회장을 주가 폭락의 배후로 공개 지목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블록딜 시점이 우연히 겹쳤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사태 한 달 만에 “그룹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린다”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6월 “키움증권이 시세조종 정보를 김 전 회장에게 넘긴 정황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오너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미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PE 대표에게 승계를 마무리했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김 전 회장을 다우키움그룹 총수(동일인)로 지정하고 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다우기술과 키움증권을 지배하는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로 남아있다. 다우데이타 지분 중 31.56%는 김 전 회장 일가 회사인 이머니가 보유하고 있고, 김 전 회장은 지분 23.01%를 갖고 있다.
다만 재수사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거나 고검의 재기수사 명령 없이는 움직이기 어렵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최근 금융 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지만, 김익래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되면 키움증권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사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라씨 일당이 시세 조종에 활용한 차액결제거래(CFD)가 장외파생상품으로 자본시장법상 처벌 근거가 없기에 항소심에서 감형된 것으로 보인다”며 “라씨 일당이 수익을 챙기지 못했다고 해서 법원이 이를 김익래 전 회장과 관련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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