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화장품' 열어보니 내용물 한줌뿐…소비자 기만·자원낭비 '과대포장' 막을 방법은
종합제품 포장 1cm 넘으면 규제
화장품 등 단일 제품은 두께 자유
"과대포장 지표, 포장에 기재 필요"
편집자주
산업화(1850~190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이 수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불립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후속으로 1.5도에 임박한 기후 위기 현실, 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격주로 폭넓게 연재합니다.

많은 사람이 과자를 사 먹거나 화장품을 사용할 때 "제품 내용물이 왜 적지"라는 불만을 가져본 적 있을 겁니다. 포장 상태로 봤을 땐 과자 봉지도 빵빵하고 화장품 병도 묵직해서 양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럴 때면 무언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같은 '과대포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대포장은 제품의 실제 용량을 커 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대를 기만하고 과도한 자원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지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과대포장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실망으로 바꾸고 야금야금 기후 위기를 촉진하는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화장품 용기 두께 규제 '빈 공간'
우선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과대포장 방지 대책을 살펴보겠습니다. 정부는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제품별 포장공간비율' 제도(규칙)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포장공간비율은 포장용기가 실제 담을 수 있는 공간의 크기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과자 한 봉지를 샀을 때 포장공간비율은 봉지 안에서 과자가 차지한 부피를 제외하고 남게 되는 빈 공간입니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제과류 포장공간비율은 20%, 음료 10%, 화장품 10%, 완구·인형류 35% 등입니다. 한마디로 과자는 봉지의 20%는 빈 공간으로 둬도 괜찮고 장난감은 35%까지 빈 공간을 둬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정부는 종합제품의 종이 포장지 두께가 1cm를 넘게 되면 초과된 두께는 포장의 빈 공간으로 계산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절 선물로 인기가 좋은 스팸선물 세트 종이 포장 두께가 1.5cm라고 가정하면, 1cm를 초과한 0.5cm는 포장지가 아니라 빈 공간으로 계산해 포장공간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들을 통해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제도만으로는 과대포장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선 화장품을 예로 들어 볼까요. 화장품은 용기가 묵직하고 두꺼운 경우가 많고, 이는 화장품을 더 고급재화로 느껴지도록 해주지요. 현행 제도로는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스팸선물 세트 같은 종합제품 포장지는 1cm 이상일 경우 초과분을 빈 공간으로 보지만, 화장품 같은 단일 제품 용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화장품 용기 두께를 필요 이상으로 두껍게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은 "근본적으로 과대포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용기 내부 빈 공간을 줄이는 것과 함께 포장재(화장품 용기 등)의 중량 감소도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플라스틱 자원화법을 통해 해당 제도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겉보기엔 똑같은 화장품 병이라도 용기의 두께가 두꺼우면 더 무거워지는 만큼, 중량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과대포장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재영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 유통물류센터장은 유리병에 적용되는 '경량화지수' 제도를 플라스틱 등 다른 포장재까지 확대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유리병 경량화지수는 유리병 용량당 무게를 측정하는 지표로, 경량화지수가 낮을수록 유리병을 생산하는 데 적은 자원이 들어간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됩니다. 오 센터장은 "경량화지수를 유리병 이외의 제품군까지 확대하는 연구는 이미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수행한 적 있다"며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 포장재에 사용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고 과대포장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품에 '과대포장 지표' 표시 의무화 필요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제도가 있습니다. 제품 포장지에 의무적으로 '포장공간비율' 등 포장 정보를 기재하는 것인데요.
과자 봉지 위에 포장지 안 빈 공간은 얼마인지, 사용된 포장재는 어떤 것인지 등을 적어주는 것입니다. 그럼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과대포장된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기업은 불필요하게 과자 포장지를 크게 만들어 자원을 낭비할 이유가 없겠지요.
사실 포장공간비율 의무화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습니다.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제조자 등이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으로부터 제품 출시 전 포장재질과 포장방법에 관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포장의 겉면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포장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포장폐기물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안의 목적을 강조했는데요.
이에 기후부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기후부 관계자는 "포장지 겉면에 포장공간비율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것은 당시 정부도 찬성 입장이었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입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오 센터장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빠르게 재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오 센터장은 "포장 정보 기재 의무화는 이미 20여 년이 넘은 쟁점"이라며 "현재까진 권고 사항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법적 의무로 바꾸면 과대포장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과대포장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가 여러 가지 있는데요. 박 소장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제품 형태를 기존 포장공간비율 제도가 감당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민관이 함께 포장공간비율 준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자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샤넬백 교환 유경옥 "영부인 부탁 받고 검찰서 거짓 진술" 증언 | 한국일보
- 1세 아이 데리고 고교생 제자와 수차례 호텔 갔던 여성 교사... 무혐의 처리 | 한국일보
- 결국 입 연 '마라톤 성추행 논란' 女선수"극심한 통증... 사과 전혀 없었다" | 한국일보
- '베트남 가방 시신' 용의자는 대구 경북 지역 MZ 조폭 | 한국일보
- '56억 복권 당첨' 남편, 아내 몰래 호화로운 생활…"죄책감 느낀다" | 한국일보
- 당대표·서울시장 하마평 속… '與 텃밭' 광주 찾은 김민석 총리 | 한국일보
- '가방 속 남매 시신' 뉴질랜드 한인 엄마 종신형… "고의적·계획적 범행" | 한국일보
- 20년 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 "시신 인수·장례 치러야 할까?" | 한국일보
- 이면도로서 아찔하게 오가던 세 살 아이…시민·경찰 대응 '빛났다' | 한국일보
- 김건희 "김혜경·김정숙 수사 왜 더디냐… 내 사건은 어떻게 되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