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한 공수처장 토사구팽? 해병특검, 직무유기 혐의 기소
소속 검사 위증에도 수사 뭉개”
현직 처장 재판 넘겨진 건 처음
공수처 “결론 미리 정한 뒤 기소”

순직 해병 특검은 26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공수처장이 기소된 것은 2021년 공수처 출범 이래 처음이다. 오 처장은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지 않고 수사를 뭉갠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구속하며 현 여권의 지지를 받고 공수처의 입지를 강화한 오 처장이 정작 정권 교체 후 출범한 특검에 기소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특검이 공수처를 겨냥한 것은 지난 2023년 9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공수처에 고발된 이후 공수처 지휘부가 관련 사건 수사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지연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먼저 특검은 오 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 등 3명이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사건을 11개월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위법하게 방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어기고, 이첩 및 수사를 늦춰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과거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사건을 변호해 논란이 됐는데, 이와 관련해 작년 7월 국회에서 “이 전 대표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몰랐었다”고 위증한 혐의로 고발됐다.
특검은 “오 처장 등은 국회의 고발을 ‘공수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이를 수사하지 않고 방치했다”며 “공수처장이나 공수처 검사가 조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고의로 이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직무 태만을 넘어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오 처장 등도 직무를 태만하게 한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위법을 저질렀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해병 특검이 출범할 때만 해도 법조계에선 오 처장이 입건·기소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오 처장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체포·구속할 때 다른 수사기관보다 앞장서서 현 여권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은 “공수처는 철저한 수사로 내란의 전모를 밝히라”고 독려하며, 공수처 검사의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등 공수처의 숙원을 담은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위증 사건은 수사 외압 의혹과 무관하다”며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 맞춘 ‘묻지 마 기소’”라고 반박했다.
특검은 이날 김선규·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작년 공수처 처장과 차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작년 4월 총선 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사건 관계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하고, 총선 후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하자 ‘관계자를 어서, 막 소환하라. 특검법 거부권의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송 전 부장검사는 대통령실과 국방장관 집무실 등의 압수 수색 영장 청구도 결재를 하지 않아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공수처는 권력에서 독립해 고위 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엄정하게 하도록 만들어진 기관인데, 이들이 수사권을 사유화·정치화하여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고 했다. 반면 김·송 전 부장검사는 “사실관계가 일부 다르며, 법리적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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