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걸 안 순간 뛰어들었죠” 자살시도 시민 구한 한상선 한강보안관

“그날따라 느낌이 이상했어요. 샛강쪽은 늦은 저녁에는 인적이 드문 곳인데 벤치에 놓인 검은 봉투가 신경이 쓰였어요. 시민이 그냥 버리고 간 쓰레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던 거죠.”
26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여의도안내센터 소속 한상선 한강보안관(60)은 지난 16일 오후 10시20분쯤 발생한 일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차를 돌려서 벤치 쪽으로 가보니 검은 봉지가 아니라 입구가 열려있는 검은 가방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놓여있었고요. 소주병, 맥주캔도 있었어요. 순간 ‘아, 이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한 보안관은 조명국 보안관과 함께 한강공원 샛강 상류 갯벌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순찰차의 서치라이트에 의지한 채 걸어가다 저 멀리 갯벌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물체를 발견했다.
그는 “처음에는 나무인가 싶어 한참을 봤다”고 말했다. 사람이면 미동이라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조용히 지켜봤다. 이윽고 긴 물체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한 보안관은 순간 ‘저건 사람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조 보안관에게 “이곳의 위치를 특정해서 경찰과 119에 신고해달라”고 외친 뒤 곧바로 갯벌 속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걷지 않아 물이 허리까지 올라찼다. 몸의 무게 때문에 양쪽 발이 계속 진흙 속으로 파고들었다. 신발이 벗겨졌다. 그는 “그 순간 ‘아, 나도 잘못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당황하면 사람도 못 구하고, 자신도 안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 한 보안관은 발이 갯벌에 빠지지 않게 미끄러지듯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사람을 향해 계속 말을 걸었다.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한 보안관은 “저는 이곳 한강보안관입니다. 안심하셔도 돼요”라고 말했다. 겨우 가까이 다가간 한 보안관은 방검복 안에 입고 있던 옷을 반만 벗어 옷소매를 건넸다. 자신의 옷이 일종의 구명끈 같은 역할을 하게 할 생각이었다.

한 보안관은 “이걸 잡고 절 따라 나오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그제야 “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여성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고 했다. 그는 옷 한쪽을 여성에게 맡긴 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물밖으로 끌고 빠져나왔다.
그는 구조를 완료한 후에도 여성에게 ‘왜 거기 있었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혹시 연락해야 할 사람이 있으면 ‘나 괜찮다’고 전화하시라”며 소지품을 챙겨 건넸다. 구조된 여성은 출동한 경찰에 무사히 인계됐다.
한강공원을 순찰하는 한강보안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시민들을 잇따라 구조해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신발을 벗어둔 채 강으로 입수하려던 여중생이 한강보안관에 의해 구조됐다. 이날 오후 6시 45분쯤 강변을 순찰하던 소나무·최재면 한강보안관은 물에 뛰어들려던 여중생을 발견, 대화를 시도하며 학생이 뭍으로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한강보안관은 서울 11개 한강공원 안내센터에 총 145명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24시간 순찰을 벌이며 한강공원 안전을 살피고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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