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을 도발한 이유

중국과 일본이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たかいちさなえ, 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입에서 촉발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과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의 "더러운 목을 벨 것"이라는 충격적인 극언이 일파만파 번져 유엔까지 들썩이고 있다. 최근 유엔 주재 중국 대사 푸충(傅聰)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중국의 분노를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이 대만 문제에 무력 개입 의사를 표명한 것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 "이러한 발언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하며 매우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14억 명이 넘는 중국 인민과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받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 등 선전포고에 준하는 내용이다. 실제 중국은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령을 발동했고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줄어들고 교류 행사도 취소, 연기되고 있다.
덕분에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일본 내에서 70%에 달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중국 내 인기(?)도 폭발적이다. 틱톡에서 "高市早苗"를 검색하면 별의별 영상이 셀 수도 없이 등장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일평화우호조약 제1조를 위반했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그녀의 성장배경과 약력, 심지어 관상까지 해부하고 있다. 도시락을 먹으며 혼밥을 하고, 새벽 3시에 출근하는 일벌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과연 그녀가 집권 직후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을 노골적으로 도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베의 정책을 승계하여 굴미항중(屈美抗中)의 극우보수노선을 지킬 것이라는 선포인가 아니면 중국접근을 위한 타초경사(打草驚蛇) 전략인가. 총리의 목을 벤다는 극언을 듣고도 '억제적 대응'을 한다는 일본정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일본 여론이 과열돼 중일 간 대응이 격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 변명하지만 총리의 목을 벤다는 섬뜩한 도발을 듣고도 참는 것이 정상인가. 아니면 일본의 숨겨진 의도가 있는가.
다카이치에 대한 중국의 무차별 공격이 진행되자 일본은 방위비 증액과 함께 '핵은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화 3원칙' 등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중국위협을 명분으로 재무장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까지 일본은 1967년 발표한 '무기수출 3원칙'에 따라 공산국가, 유엔결의로 무기수출이 금지되어 있는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및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수출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아베 시기 기존의 '무기수출 3원칙'을 폐지하고 새로운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발표했고, 2015년 평화헌법을 재해석한 '집단적 자위권'을 국회에 통과시키면서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카이치가 말한 '대만 유사사태시 일본 개입'의 근거가 되는 '동맹국의 위협이 일본의 존립을 위협할 때'라는 예외 조항을 만든 것이다. 당시 아베 내각은 전수방어 대신 적극적 평화주의와 방산업체의 요구를 명분으로 들었다. 일본 방위산업이 당면한 내수 위주의 방위산업구조, 기업의 낮은 방산전업도, 국제적 고립에 따른 낮은 수출실적 등의 문제점을 타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했다. 그래서 아베의 아바타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에 시비를 걸어 명분을 마련하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일본도 본격적으로 전쟁사업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피격된 아베의 골프채를 트럼프에게 조공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카이치가 숨긴 발톱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월 29일 경주APEC 한미정상회담 직후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공식화되자 일본은 한국 블랙이글스의 오키나와기지 중간급유를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독도를 핑계 대지만 실제는 핵을 가진 한국의 등장이 못마땅한 것이다. 더군다나 트럼프의 북핵 인정 발언과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의지는 일본의 소외불안을 가중시켰다. 만약 남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일본은 동아시아의 변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의 다급함은 최근 주한미국 사령관 겸 한미연합군 사령관인 제이비어 브런슨이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위에 평택미군기지를 동아시아전략의 축(pivot)으로 표시한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 전력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한미연합의 전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은 기존의 미-일 주도의 대중국 봉쇄망을 변환시킨다는 의미이다. 즉 쿼드(QUAD), 오커스(AUKUS),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인도 태평양전략 등의 전략거점을 미 제7함대의 모항인 요코스카에서 한국의 평택으로 이동시킨다는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에 핵능력이 부여되고 평택기지가 새로운 전략 축으로 설정되면 일본의 전략가치가 추락하여 제2선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미 일본은 불안과 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방위비를 GDP대비 1%에서 2%로 높이고 집단안보를 핑계로 군비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해양력 부활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의 파트너로 한국이 선정된 것에 충격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모함을 만들고 운용했던 해양대국 일본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이다. 동아시아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자부한 미일동맹 역시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시진핑과 직거래하고 북한 김정은을 만나 동아시아의 갈등구조를 해체하게 되면 대공산권 방어, 대중국 견제로 성립된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소멸된다. 그래서 일본은 지속적으로 중국의 대만군사침공을 부추기고 있다.
다카이치의 대만 도발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시바 총리가 구상한 '하나의 전역(one theater)'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수작이다. 멀리서 불구경을 즐기는 격안관화(隔岸觀火)도 좋지만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옮겨붙을 수 있는 불씨다. 이웃 대국의 혼란을 틈타 이익을 취하는 혼수모어(混水摸魚)의 계를 고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