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난제 ‘척척’·비용절감 ‘착착’… 구글 제미나이3, AI 판 바꾼다
구글 자체 TPU 기반 차세대 AI
기존 운영체제와 끼워팔기 가능성
엔비디아칩 대비 가격 80% 저렴
오픈AI ‘초지능’ 성능 향상 예고
메모리 공급 국내업계에도 호재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가 오픈AI의 ‘챗GPT’를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글로벌 AI 플랫폼 및 반도체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제미나이3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를 기반으로 한다. AI 칩 시장을 독점해온 엔비디아 천하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주도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엔비디아 독점 체제에도 균열이 생김에 따라 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에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미국 AI 안전센터와 데이터 기업 스케일AI가 공동 개발한 AI 모델 평가 벤치마크 ‘인류의 마지막 시험’ 결과에 따르면 ‘제미나이3 프로’는 정답률 37.5%를 기록해 오픈AI의 ‘GPT-5 프로’(31.6%)와 xAI의 ‘그록4’(25.4%) 등을 앞섰다. 이 벤치마크는 전문가들이 풀기 힘든 난제를 모아 AI 모델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다. 성능이 입증되면서 호평이 쏟아지고 사용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제미나이 앱의 월간사용자수(MAU)는 6억5000만 명으로, 지난 7월 4억5000만 명 대비 급증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제미나이3는 추론·속도·이미지·비디오 등 모든 것이 기존 모델보다 선명하고 빠르다”며 “세상이 다시 한 번 바뀐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디바이스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검색 브라우저 ‘크롬’,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을 보유하고 있어 AI 확장 가능성도 경쟁사 대비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미나이3의 등장으로 챗GPT가 주도하던 거대 AI 모델의 대중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구글이 보유한 방대한 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가 한층 진화한 AI 모델과 결합하면서 AI가 ‘가끔 쓰는 도구’가 아닌 일상을 관리하는 ‘운영체제’로 진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미나이와 챗GPT의 월 구독료는 최신 모델 기준 20달러(약 2만9000원) 수준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제미나이를 구독할 경우 최대 2TB 규모의 ‘구글 원’ 클라우드 저장 공간과 업무용 도구인 ‘워크스페이스’가 패키지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존 사용자는 사실상 2~3달러 수준의 초저가에 제미나이 3.0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어 엄청난 가격 이점을 갖고 있다. 챗GPT를 앞세워 AI 시장을 선점한 오픈AI는 인간의 지능 수준을 능가하는 ‘초지능’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AI 기술 고도화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제미나이3가 우리에게 경제적 역풍을 줄 수 있다”며 “이제는 연구팀 대부분이 초지능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제미나이3 출시가 불러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오픈AI와 xAI 등 글로벌 빅테크는 지금까지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면서 값비싼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B200)은 1대당 가격이 3만 달러(43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구글의 TPU는 엔비디아 GPU 대비 최고 80%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범용성에 초점을 맞춘 엔비디아의 GPU 대신 TPU는 오직 AI 연산만을 위해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트레이니움’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이아’를 개발하며 탈(脫)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칩 다변화 흐름은 빅테크에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큰 호재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글 TPU 설계와 생산을 돕는 브로드컴을 통해 HBM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집중됐던 HBM 공급처가 여러 빅테크의 ASIC로 분산되면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특정 기업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경우 AI 칩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대만 TSMC에 맞서 점유율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TSMC를 제외하면 AI 칩 생산에 필요한 최신 2나노(nm·10억분의 1m) 공정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수주하고 앱 프로세스 ‘엑시노스 2600’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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