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AI 시대, 새 금융 프레임 필요

대한민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의 경고 앞에 성장의 동력을 이끌어낼 유일한 돌파구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외에는 없다. 최근 불거진 지주회사 규제 완화 논의가 마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수 십년 된 낡은 프레임에 갇혀 비판받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 AI Act 등을 통해 플랫폼 기업과 AI에 대하여 온갖 규제를 해오던 유럽이 이러한 규제 흐름을 중단시키는 듯한 최근의 기사는 눈에 확 들어온다. 유럽이 깨닫고 있듯이, 국가의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과거의 금융 규제 프레임으로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도저히 확보하기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개별 기업의 재무 리스크로는 감당할 수준이 아니며, 국내 금융권은 ‘돈 되는’ 확실한 대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종래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만으로는 미래 프로젝트에 대한 혁신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디자인하고 그 책임을 질 역량과 의지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결국 성장에 필요한 곳으로 자금을 흘려보내는 생산적 금융이어야 한다. AI와 같은 대규모, 고위험-고수익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금융이 이 역할을 더 해주기를 바라고, 산업에서도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보강한다면 AI경쟁은 해볼만 할 것이다.
현행 규제는 미래 투자에 필요한 유연성을 가로막고 있다. 대규모 첨단 산업 투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같은 외부 첨단산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조인트벤처(JV)든 펀드의 GP(General Partner) 역할이든 자금조달을 위한 어떤 역할이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공동 GP 형태로 펀드를 조성하면 투명성이 보장되는 ‘성장 펀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은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전을 제공하고, 금융은 자금 조달 및 투명한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상생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 GP 형태의 펀드는 투자 자금의 사용처와 운영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관리될 수 있어, 기업 특혜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규정은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벌써 수십년이나 되어 버린 이러한 규제 탄생의 역사를 보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 계속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사를 걸고 모든 것을 베팅해야만 하는 각자도생의 현실 속에서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규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지주회사의 지분율 제한은 첨단 산업에 대한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 및 공동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합작 투자 및 펀드 조성에 한해서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에게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해 버린다면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고, 새로운 금융 프레임과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은 더 이상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대규모 AI 투자를 통해 성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만, 여기서 파생되는 기술과 자본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까지 고루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의 스타트업 지원 프레임을 과감하게 성장의 생태계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다.
과거의 도식적 금융규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의 성장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한다. AI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낡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미래 지향적인 금융·투자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 경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대담한 결정을 내릴 때이다.
이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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