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요세미티에도 ‘트럼프 장벽’... 美 국립공원, 외국인 입장료 3배 넘게 올린다
내국인·외국인 입장료 차등 적용
외국인, 내년부터 내국인보다 3배 더 내야
내년부터 미국 국립공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미국 거주자보다 3배 이상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무역과 이민을 넘어 관광 정책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모양새다. 미 정부는 자국 납세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해외 관광객에게는 사실상의 징벌적 요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무부(DOI)는 25일(현지 시각) 국립공원 접근성 현대화 및 새로운 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이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번 개편안에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를 철저히 차별화하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했다.
우선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을 1년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 연간 패스 가격이 국적에 따라 갈린다.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기존과 동일한 80달러(약 12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반 미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은 250달러(약 37만원)를 내야 한다. 하루아침에 가격이 212% 폭등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그랜드 캐니언이나 옐로스톤 등 인기 국립공원 문턱은 더 높아진다. 연간 패스를 구매하지 않은 비거주자가 방문객 상위 11개 국립공원(그랜드 캐니언, 요세미티, 옐로스톤, 자이언, 브라이스 캐니언, 아카디아, 에버글레이즈, 글레이셔, 그랜드티턴, 로키마운틴, 세쿼이아&킹스 캐니언)에 입장할 경우, 기본 입장료와 별도로 1인당 100달러(약 14만원)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예로 들면 올해 기준 승용차 입장객은 차 1대 기준 35달러, 도보·자전거·셔틀 등 개인 입장객은 1인당 20달러를 받았다. 내년부터 여기에 1인당 100달러 추가 요금이 부과되면 4인 가족이 연간 패스 없이 차 1대로 그랜드 캐니언을 방문할 경우 올해 내지 않았던 추가 입장료 400달러(약 59만원)를 더 내야 한다.
미 내무부는 이번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 ‘국립공원 개선을 통한 아름다운 미국 만들기(Making America Beautiful Again by Improving Our National Parks)’ 일환이라고 밝혔다. 새로 발행되는 연간 패스와 실물 카드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조지 워싱턴 얼굴이 나란히 들어간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항상 미국 가정을 최우선으로 둔다”며 “국립공원 시스템을 지탱하는 미국 납세자들은 저렴한 이용을 보장받고, 국제 방문객들은 공원 유지와 개선을 위해 공정한 몫(fair share)을 기여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외국인 입장객에게 거둔 추가 수익은 공원 시설 보수와 서비스 개선에 전액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라이언 징크 당시 내무장관이 추진했던 입장료 인상안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당시 징크 장관은 일부 인기 국립공원에 한해 성수기 입장료만 인상하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 여론의 반발이 심해 무산됐다.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예 외국인을 콕 집어 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고, 입장료 인상 정책을 부활시켰다.
국립공원 운영 방식도 대폭 변경된다. 주요 공휴일에 제공되던 무료 입장 혜택에서도 외국인은 배제된다. 대통령의 날(2월 16일), 현충일(5월 25일), 트럼프 대통령 생일(6월 14일) 등 2026년 지정한 국가적 무료 입장일(Patriotic fee-free days) 혜택은 오직 미국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
또 모든 연간 패스는 레크리에이션(Recreation.gov) 웹사이트에서 100% 디지털 형식으로 발급한다. 이전처럼 따로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발급 받을 필요가 없다. 관람객은 모바일 기기에 패스를 저장해 즉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관광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외국인 관광객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아웃도어 전문 매체 백패커는 경제 분석 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 데이터를 인용해 “2025년 미국의 국제 방문객이 이미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요금 인상이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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