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부이사장급 보내 설득했지만... 퓨리오사AI, 美나스닥 상장 검토

배동주 기자 2025. 11.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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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서 나스닥 상장 선회
상장 자금 조달 유리 평가 배경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퓨리오사AI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5일 15시 1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퓨리오사AI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기업공개(IPO) 선택지에 올렸다. 최근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해외 투자유치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AI 반도체 기업 국내 상장 기대를 키웠던 한국거래소는 퓨리오사AI 붙잡기에 돌입했으나,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달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신규 투자유치를 시작,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유치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가 자문을 맡았다.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와 같이 AI 반도체 칩을 만드는 팹리스(설계 전문) 스타트업으로 2017년 설립됐다. 거대언어모델(LLM) 등 추론에 특화한 AI 반도체 칩 설계가 주력으로, 지난해 8월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탑재한 LLM 실행용 2세대 AI 칩 ‘레니게이드2’를 선보였다.

퓨리오사AI는 그동안 국내 공모주 시장 최대 기대주로 불렸다. 지난 7월 1700억원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에 등극한 데 이어 AI 산업 성장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해외 기관 투자자와 글로벌 기술 펀드를 중심으로 퓨리오사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 칩 생태계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회사 안팎에서 “사업 모델상 나스닥 상장이 기업가치와 자금 조달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면서다.

앞서 쿠팡은 국내 증시에서 플랫폼·이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 기반 밸류에이션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 적자와 대규모 투자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투자자 저변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나스닥 상장을 택했다. 야놀자도 15조원 몸값을 목표로 나스닥행을 정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나스닥은 글로벌 기술 기업의 핵심 상장 무대로, 엔비디아·AMD·ARM 등 AI·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층이 이미 형성돼 있다”면서 “조달 가능한 자금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퓨리오사AI는 나스닥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해외 투자자 인지도도 확보했다.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합병(M&A) 후보에 올렸었기 때문이다. 자체 AI 칩 개발에서 기대 이하의 성능을 경험한 메타는 기술력을 갖춘 해외 반도체 업체 인수로 방향을 전환, 올해 초 퓨리오사AI와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퓨리오사AI의 나스닥 상장 고심에 한국거래소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퓨리오사AI가 해외로 갈 경우 ‘국내 AI 반도체 대표 기업’ 상장 사례를 잃게 되는 탓이다. 퓨리오사AI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AI 분야 100조원 투자를 공약하며 직접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AI는 정부가 지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에도 포함됐다. 퓨리오사AI의 해외 상장은 “유망 기술 기업이 국내에서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퓨리오사AI에 부이사장급 인사를 두어차례 보내 상장 설득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AI 반도체 대표 기업의 상장 이탈은 상징적 손실이 크다”면서 “한국거래소는 최근 AI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몸값이 다소 비싸도 전향적으로 심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는데, 퓨리오사AI 등의 해외 이탈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퓨리오사AI는 상장을 서두르기보다 기술 개발과 매출 성장 등 실적 개선에 우선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퓨리오사AI의 지난해 매출은 30억원으로 전년 36억원과 비교해 16.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634억원에서 지난해 77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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