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달러까지 떨어진다?" 비트코인 급락 3가지 이유

김영은 2025. 11.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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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한국경제 임형택 기자


지난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이 3주 사이 약 36% 급락했다. 관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폭락장이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하락은 다른 알트코인과 관련 기업 주가에까지 타격을 줬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10월 6일 이후 1조2000억 달러(1760조원)가 증발했다. 

10월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20만 달러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시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이번 급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레버리지(차입) 기반 투자 방식에 의존하던 투자자들의 연쇄 청산이 발생했고 암호화폐 관련 ETF와 대출 플랫폼에서도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투자심리 위축은 단순히 가격 조정을 넘어 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8만 달러 선까지 추가 하락 전망이 제기된다. 2018년 암호화폐 폭락 사태를 예견해 유명해진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는 최근 “11월 하락 흐름 속에서 반등의 단서를 찾기 어렵다”며 “시장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랜트는 비트코인 하락 첫 지지선으로 8만1000달러, 다음 지지선으로 5만8000달러를 제시했다. 

하락론자인 브랜트뿐만 아니라 많은 시장 전문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상승을 이끌던 재료가 모두 제약을 받기 시작하면서 약세장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1. 1만 달러로 10만 달러어치 사는 레버리지 

먼저 10월부터 이어진 ‘강제 청산’ 후유증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투자심리를 꺾고 있다. 올해 가상자산 상승장을 이끌었던 레버리지(차입) 기반 투자가 되레 손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락의 도화선이 된 건 지난 10월 10일. 이날 하루에만 전체 가상자산에서 190억 달러(27조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 11월에도 청산은 꾸준히 이어졌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11월 19일 하루 동안 암호화폐 전반에서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코인글래스는 올해 거래도 일일 청산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투자자가 많을수록 가격 하락은 곧 강제 청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레버리지 투자는 자기 자금보다 훨씬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해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도 배가시키는 양날의 검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자기 돈 1만 달러로 비트코인을 사고 싶지만 거래소에서 10배 레버리지를 제공하면 실제로는 10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수익은 10배로 불어나지만 가격이 10%만 떨어져도 투자자는 자기 돈을 모두 잃는다. 

문제는 가격이 급락할 때 발생하는 청산이다. 레버리지 거래에서는 일정 금액의 증거금(마진)을 맡기고 거래하는데 가격 하락으로 증거금이 최소 유지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스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동으로 포지션을 종료한다. 쉽게 말해 ‘손실이 너무 커지기 전에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연쇄 청산 효과다. 한 투자자가 청산되면 그 물량이 시장에 매도되며 가격을 더 끌어내린다. 이러한 악순환이 결국 시장 전반의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 암호화폐 직접 찍어내던 트럼프, 조기 레임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친암호화폐 정책을 펼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 국면을 맞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우려가 부각되면서 가상자산 정책 방향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4일 뉴욕, 버지니아, 뉴저지 등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와 함께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로 공화당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39%로 2021년 의회 폭동 때만큼이나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미국을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그의 두 아들은 직접 코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일가는 직접 발행한 ‘트럼프 테마 코인’으로 지난 1년 동안 약 14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했다.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물 ETF 상장 기준을 완화했고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암호화폐 관련 ETF를 출시했다.

거래소들은 더 과감한 정책을 폈다. 무기한 선물,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돈을 끌어모았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여름 최대 10배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무기한 선물을 내놓았고 시카코옵션거래소는 오는 12월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10년 만기 연속 선물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치력이 흔들리자 규제 법안 강화 움직임이 예상되면서 암호화폐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현경 iM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이 정치 부패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야당인 민주당에서 가상자산 규제 법안을 강화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3. ETF 자금 빠져나가고 비축 기업은 빨간불’ 

올해 암호화폐 가격 상승의 마중물이 됐던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도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비트코인트러스트(IBIT)는 11월 18일 하루 만에 5억2300만 달러(약 7681억원)가 인출되며 일일 인출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유출액은 약 21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현물 ETF의 자금 유출은 기관투자가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ETF는 개인뿐 아니라 기관 자금도 유입되며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대규모 자금 유출은 유동성을 줄이고 단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운다.

여기에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한 달 전 93.7%에서 43.6%로 낮아지며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금리인하 기대가 낮아지면 자금 달 비용 증가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가격 상승이 더뎌진다. 

암호화폐를 전략적으로 비축하던 기업의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올리는 전략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이 회사는 2020년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세일러의 주도로 비트코인 투자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자 스트래티지를 비롯해 가상화폐 비축 전략을 취한 기업들 주가도 폭락했다.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7월 약 1280억 달러(약 186조원)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약 530억 달러(약 78조원)로 절반 이상 증발했다. 비트마인 시가총액 역시 7월 대비 반토막 났다. 

암호화폐 비축 기업은 올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며 가상자산 상승장을 이끌었다.

양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비축 기업들의 재무건전성과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스트래티지의 전환사채 만기가 분산돼 있으나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과 우선주의 8.0~10.5%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매도할 경우 가상자산 급락을 촉발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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