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로 시속 250㎞ KTX 달린다?… 수색광명선 계획안 주민 반발
주민들 “주거밀집 지역에 전례 없어” 반발
싱크홀 등 지반침하 주장 내놔
동작·영등포구 “주민 의견 반영해 달라” 요청
국토부 “정해진 노선 없고 추후 절차 밟을 것”

정부가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 지하를 관통하는 고속철도 계획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지역은 최고 49층 아파트가 세워질 예정인데 재개발 조합원 등 주민들은 지반침하 등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 지하로도 고속철이 관통한다. 동작구, 영등포구 등 해당 자치구도 주거 밀집 지역에 고속철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정부에 노선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2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위한 임시 노선을 정하고 이에 대한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의선 수색역과 경부고속선 광명역을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국토부는 24.525㎞의 노선 경로를 잠정적으로 정했다. 2034년 개통을 목표로 최고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는 철도를 만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노선에 노량진 1~8 재정비촉진구역(노량진뉴타운)이 포함되면서 재개발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다수 조합원이 “주거 밀집 지역을 관통해 고속철이 지나가는 것은 전례가 없는데 노량진뉴타운 재개발만 이런 피해를 봐야 하냐”며 반대한다.
정부의 예정 노선은 노량진 1, 5, 8구역을 지나간다. 1구역은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정해 2992가구의 ‘오티에르 동작’으로 조성할 계획인 지역이다. 5구역은 대우건설이 740가구의 ‘써밋 더 트레시아’로, 8구역은 DL이앤씨가 987가구의 ‘아크로 리버스카이’로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21일 열린 공청회에서 한 조합원은 “1, 5, 8구역 밑으로 KTX급 시속 250㎞의 고속철이 통과한다는데 전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며 지반 침하 문제를 우려했다. 다른 조합원은 “지하 80~100m 밑으로 터널을 뚫어 안전하다고 했지만, 고층 아파트의 주차장, 전기 시설 등을 짓기 위해선 지하 40m를 파야 한다”며 “아파트 구조물과 터널의 간격이 굉장히 좁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오수영 국토부 도로건설과장은 “아무것도 결정이 안 된 상황이다. 기본 계획 노선은 (확정된 노선이 아니고) 추후 절차가 있다”며 “기본 계획 노선이 고시된 후 기본 설계를 하고, 기본 설계 이후에는 실시 설계를 한다”고 말했다. 확정된 노선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의견을 참고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계획 노선은 영등포구 신길동의 대방초등학교 밑도 지난다. 또 일부 신길뉴타운으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와도 인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거밀집 지역의 고속철도 관통에 대해 동작구와 인근 영등포구도 노선을 다시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영등포구는 지난 5월 최호권 구청장이 국토부를 면담해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고속철이 주거밀집 지역 하부를 지나는 것과 관련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혁상 동양대 철도건설안전공학과 교수는 “고속철도라고 해서 일반 지하철보다 더 큰 지반침하의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편의성, 경제적 효용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노선을 정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주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2중, 3중의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속철도 노선을 정할 때 주민들이 반대하면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사업 시행자(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등)가 사업 계획을 수립해 공고·열람해 주민 의견을 듣고 타당성 검토를 거쳐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계획안에 반영할 수는 있다. 주민 의견이 반영됐는지는 통보해야 한다.
전진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정부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은 관련 법에 의무 조항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를 꼭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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