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불 붙인 자체 AI 반도체 경쟁…삼성·SK 몸값 더 높아진다

이상현 2025. 11. 2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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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자체칩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를 적용한 인공지능(AI) 서비스 ‘제미나이 3.0’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칩 개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칩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그동안 엔비디아 의존도가 심했던 AI 시장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자체칩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주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이 발표한 제미나이 3.0는 사고·추론 능력을 벤치마크하는 ‘휴머니스트 라스트 이그잼’ 평가에서 37.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5.1’의 25.5%, 앤트로픽 클로드 ‘소넷4.5’의 13.7%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그동안 챗GPT 개발사 오픈AI보다 성과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제미나이 3.0은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 TPU를 활용해 기존 단점을 크게 개선했다.

그동안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AI 툴의 경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GPU의 구매나 유지 비용 역시 막대했었다. 하지만 구글이 자체 개발한 TPU를 활용할 경우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외부 지출 비용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6세대 ‘트릴륨’ 대비 4배, 2023년 4세대 대비 최대 10배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측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언우드는 하나의 시스템에 칩 9216개를 연결할 수 있어 행렬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모델 훈련, 강화학습, 대용량·저지연 AI 추론 등에 최적화됐다. 그동안 AI 학습에 뛰어난 성능을 보였던 엔비디아의 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보다 특정 행렬 연산 작업에서는 가격이나 성능,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글의 자체칩이 엔비디아의 GPU보다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칩 개발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애플 등이 자체 AI 칩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오픈AI는 최근 브로드컴과 함께 10기가와트(GW) 규모의 AI 가속기 칩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이번 협력으로 엔비디아의 잠재 매출을 상당히 잠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이달 자체 개발한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애저 코발트 200’과 AI 칩 ‘애저 마이아 200’을 최초 공개했다. 마이아의 경우 대규모 AI학습·추론에서 의존했던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아마존웹서비스 역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설계 AI 반도체 ‘트레이니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에 따르면 트레이니엄은 엔비디아 GPU보다 낮은 비용으로 동등한 수준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 개발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작용할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이나 아마존,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설계한 AI칩을 생산하기 위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수행할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반도체 공급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빅테크기업과 협업하며 매출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 HBM 제품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사업이 침체를 겪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으로 장기적인 사업 리스크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미나이 3.0의 성공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글의 자체 칩 생태계를 강화시키며, 이 과정에서 브로드컴이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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