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칭찬합시다! 대한민국의 성취와 동기부여

요즘 친구들과의 저녁자리에서 자주 회자되는 드라마가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다. 가족극 형식이지만 중장년 가장들이 안고 사는 경제적 불안,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한국의 많은 50~60대 가장이 '김부장'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렇듯 걱정이 많은 시절에 TV 뉴스는 여야의 정쟁과 사건, 사고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올해 11월 기분 좋은 뉴스가 2가지 있었다. 하나는 론스타와 13년간 이어온 국제소송에서 배상책임 4000억원이 소멸된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이 올해 10월 말까지 약 200조원의 투자수익을 거뒀다는 뉴스다.
론스타는 2012년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ISDS)를 활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9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는 10년 넘게 끈질기게 대응해 2022년 1차 판정에서 약 2800억원(이자 포함 약 4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대응해 결국 판정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소송비용 73억원까지 환수하게 됐으니 국부유출을 막은 값진 성과다.
이 성취는 정부나 특정 부처만의 것이 아니다. 청구액·쟁점·국제법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맡아 오랜 기간 버텨온 공무원, 변호사, 전문가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공을 다투기보다 실무자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국민연금의 성과도 놀랍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4200선을 돌파한 시기에 국민연금은 올해 10월 말까지 약 200조원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수익률이 유지된다면 연금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에서 2090년으로 33년이나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올해처럼 글로벌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거둔 이 같은 성과는 한국 연기금의 투자역량과 운용인프라가 그만큼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한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거시지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한국은 시장 흐름의 '주도국'이 아니라 '수용국'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올해와 같은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빚투 등 과도한 개인 리스크는 정부가 경고해야 하지만 정작 시장전문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활성화의 사회적 효과는 부동산 시장보다 훨씬 크다. 부동산 가격상승은 청년층 주거비 부담, 출산율 하락, 인건비 상승을 초래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반면 자본시장이 성장하면 기업은 자금조달이 수월해지고 국민은 노후자산을 불릴 수 있으며 연기금은 더 건전해진다.
김부장 이야기와 기분 좋은 뉴스를 접하며 2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국정감사 문화가 변했으면 좋겠다. 문제점 지적도 중요하지만 잘한 사례를 발굴해 전 부처·지자체에 공유하는 '칭찬의 제도화 및 전파'가 필요하다. 사람은 칭찬받을 때 더 잘한다.
둘째, 정책당국자들에게 성과와 연동되는 현실적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강남 집값을 잡는 정책을 만들라는 것이 성공할까. 반면 다소 뜬금없지만 주식시장 밸류업을 추진하는 당국자들에게 코스피 주가지수 ETF를 보너스 형태로 지급하면 어떨까. AI 전문가 못지않게 금융전문가 양성과 유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당국자들의 이해관계를 '한국 경제의 미래'와 일치하는 구조를 만들면 일본의 밸류업 정책처럼 한국도 긍정적 성과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론스타와의 장기간 소송,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하루하루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분들께 박수를 보낸다. 다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떠나 실무에서 노력한 공직자와 전문가들을 향한 응원과 칭찬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반영은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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