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산층 이하 소비 부진에 'K자형 경제론'
노동시장 악화로 소매 판매 및 소비자 신뢰도 하락

미국에서 ‘K자형 경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가열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셧다운 기간중 발표되지 못해 지연 발표된 9월 소매판매 동향에서 미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해온 0.4% 증가의 절반 수준인 0.2% 증가에 그쳤다. 소매 판매 수치는 통상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고 산출된다. 따라서 상품의 가격 상승분을 제외하면 0.2%의 상승으로는 실제 소비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증가세 둔화는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고용 시장 둔화를 우려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컨퍼런스 보드가 이 날 발표한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4월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소비자 심리의 지속적인 악화는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침체가 중산층 이하 미국인들의 가계와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블룸버그는 25일 ‘K자형 경제가 부자 이외의 모두에게 피해주는 방식’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미국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를 떠받들어온 소비가 소득 상위 계층에 점점 더 집중되면서 미국 경제가 불안정한 구조로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지난 10월 회의에서 양극화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양극화의 증거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계비 상승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11월 4일 치러진 미국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K자형 경제는 부유층과 빈곤층 두 집단이 점점 더 다른 상황을 경험하는 경제를 일컫는다. 주식 시장과 주택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리는 고소득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소비를 늘리는 반면, 저소득층은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약해지고 고용이 냉각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
2020년 팬데믹 기간과 그 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부유층과 빈곤층의 경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을 때 K자형 경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수십년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국가중 하나이지만, 특히 올해 들어 소비자간 지출 패턴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체 지출의 약 절반이 상위 10%에 의해 주도되고 상위 20%가 전체 지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전체 지출의 약 42%를 차지했던 하위 80%는 이제 전체 지출의 37%만 차지하고 있다.
K자형 경제에서 하위 계층이 늘고 있는 것은 임금 상승률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고소득 가구의 임금 상승률이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임금 상승률을 앞질렀다.
이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경제 활동에서 3분의 2를 견인하는 소비자 지출이 과거 어느 때보다 상위 부유층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자본 시장이 흔들리면 상위 20%의 지출도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축적된 부의 상당 부분이 주식 시장 및 디지털 자산 시장 등의 급등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하위 계층은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소비의 양극화가 거세지면서 K자형 경제는 미국의 정치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은 2024년 조 바이든 정부를 겨냥한 트럼프 캠페인의 주요 구호였다. 올해는 저렴함(affordability) 이라는 더 폭넓은 개념을 내세운 무명의 젊은 민주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를 승리로 이끈 요소가 됐다. 맘다니는 시장 선거 운동의 중심에 치솟는 임대료와 육아 비용을 두었다. 뉴저지주에서도 전기 요금 인상 억제를 공약중 하나로 내세운 민주당의 미키 셰릴이 당선되고 버지니아에서도 생활비 상승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에비게일 스팬버거가 주지사로 선출됐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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