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美 제시 평화안 동의… ‘러에 돈바스 전체 양도’ 조항은 빠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려는 미국 주도 물밑 협상이 25일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와 미국 CBS 등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에 동의했다”며 “다만 몇 가지 ‘사소한 세부 사항’만 조율하면 된다”는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미국이 제안한 28개 조항의 평화안에 우크라이나 입장을 반영한 19개 조항의 새 평화안을 마련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 이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영토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등 핵심 쟁점이 아직 남아 있어 신중론도 여전하다.
이날 영미권 언론들이 보도한 미 정부 당국자의 이 발언은 트럼프의 특사 격인 댄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나왔다.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은 전날부터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잇따라 만났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정보국장(중장)이 참석했다. CBS는 “드리스콜 장관이 아부다비에서 하루 종일 회의장을 들락거리며 러시아 측과 협상했다”며 “미국 측은 ‘지금까지의 진전이 꽤 낙관적’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협상 진전을 확인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보좌관은 X에 “미국·유럽과 제네바에서 논의한 합의안의 핵심 조건에 대해 ‘공동의 이해’에 도달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월 말 이전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최종 합의를 도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기존 평화안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기존 평화안이 러시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담았다는 비판을 일부 반영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FT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새 평화안은 우크라이나 요구를 수용해 60만명으로 제한했던 우크라이나군 병력 상한선을 80만명으로 완화했다.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사면,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해 미국이 이익의 절반을 가져가는 부분도 수정됐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구 조정이 이뤄졌다. 러시아가 침공 후 점령한 돈바스 전역을 러시아에 넘긴다고 명시한 조항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영원히 포기하고, 나토도 이를 정관에 넣는다는 내용도 “나토 가입 여부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축소됐다. 영토와 나토 관련 세부 사항은 미국·우크라이나 정상 간 논의 사안으로 설정됐다.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 차관 등은 “초기 28개 조항과 비교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논란이 컸던 조항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반영해 완화되거나 재설계됐다”고 했다. 젤렌스키도 24일 밤 동영상 연설을 통해 “평화안의 조항 수가 줄고,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며 “(영토 및 나토 관련) 민감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이 향후 순조로울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러시아가 강력 반발할 것이 확실시된다. 유럽이 직접 평화안 작성에 관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FT는 “제네바 협의에 유럽 대표단이 참석했다”며 유럽의 협상 과정 참여 사실을 알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추수감사절(27일)까지”라고 못 박았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평화안 합의 시한은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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